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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MBA

[김지영 칼럼] 교실밖 에피소드 8 – 엄친아 김경환 오빠

교실밖 에피소드 8 – 엄친아 김경환 오빠

 

사람이 행복하다는 것은 어떤 상태를 말하는 것일까? 그것은 아마도 내적평화 그리고 건강함, 자아실현을 통한 자기만족과 자기사랑이 아닐까 한다. 머릿속으로는 이렇게 잘 알고 있지만 막상 하루하루를 살아나가면서 정말 행복하다라는 느낌을 받을 때 보다는 이런저런 고민과 걱정, 주위사람들과의 시시콜콜한 갈등으로 행복함을 느끼지 못할 때가 더 많은 게 사실이다. 아직은 수양이 더 필요한 것 같다.

 

내게는 한가지 컴플렉스이자 나를 이제까지 이끌어 온 원동력이 있는데, 그것은 남들에 비해 우수하고 싶다는 열망이다. 아마도 경제적으로 넉넉하지 못했던 어린시절에 대한 보상심리가 아닐까 생각한다. 이 열망 때문에 중국에 MBA 까지 왔지만사실 이 열망이 내가 내 자신에게 항상 만족하지 못하게 하고 스스로 피곤하게 한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특히 나보다 월등히 뛰어난 사람을 보면 이내 상대적인 열등감과 패배의식 때문에 금새 불행감을 느끼는 점은 스스로 생각해 보아도 지양해야 할 점이다. 그런 것들이 나의 행복과 정비례 관계가 있는 것은 결코 아니기 때문이다.

사실 MBA를 다니면서 얻을 수 있는 소득중에 정말 큰 부분이 다양한 배경을가진 우수한 사람들을 한꺼번에 많이 만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런 사람들을 보면서 스스로를 돌아보기도 하고 긍정적인 에너지를 많이 얻을 수 있으니 정말 감사한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무 우수한 인재라서 긍정적인 에너지 보다는 엄청난 열등감을 심어준 분이 있었으니, 그분은 바로 I반에 김경환 오라버니이다.

 

김경환 오라버니는 사실 개인적으로는 몇 번 이야기를 나누어 보지 않았고 그렇게 친하게 지낸 분이 아니었지만 기본 스펙만 보아도 엄친아의 포스가 팍팍 느껴지는 분이었다. 일단 미국 하버드대를 나왔고 직장은 마이크로소프트 재직중. 세계에서 제일 좋은 대학과 직장을 배경으로 하고 계신분이니 다들 입이 쩍 벌어질 수 밖에. 이런 대단한 배경을 가지신 분이다보니 08학번의 많은 친구들이 김경환 오라버니와 친분을 쌓고 얘기를 나누고 싶어서 안달이었다. 같은 한국사람이라 친분이 있을 줄 알고 나보고 친하냐고 물어보는 친구들도 많았으니 오죽했으랴?

 

 

 

스펙도 스펙이지만 그 분에게는 늘 긍정적인 에너지가 넘치고 생각이 자유롭고 또 여유로워 보였다. 어느 곳 하나 메인데 없는 도사같은 분위기라고 해야할까? 한국사람들이 좋아하는 지연, 학벌 내세우기, 그것도 안되면 나이로 누르기, 비교하기, 잘난 체하기와는 완전 동떨어진 사람이었다. 이런 엄친아 오라버니를 보면서 나는 부럽기도 하고 또 배가 아팠다.

 

하루는 한국인 몇명이 함께 식사를 할 자리가 있어서 그 자리에서 김경환 오빠를 만났는데,내게 중국어를 어떻게 공부했냐고 물어보는 것이었다. 자기도 지금 학원도 다니고 열심히 공부중인데어떻게 공부를 하는 게 좋을 지 잘 모르겠다고. 나는 영어공부 어떻게 하셨냐고, 언어는 공부하는 방식이 다 똑같지 않겠냐고 했더니, 본인에게 영어는 외국어가 아니라서 외국어인 중국어는 어떻게 해야할 지 모르겠단다. 이분 영어 컴플렉스 심한 나를 완전 자극하신다.

 

괜찮아, 난 아직 어리잖아. 나에겐 아직 남은 시간이 더 많아.’ 당시에는 그렇게 생각했다. 부족한 점이 많은 나이지만 매일매일 꿈을 향해 노력한다면 조금 더 멋진 사람,조금 더 성숙한 사람, 그리고 조금 더 내가 원하는 나만의 포스를 가질 수 있는 사람이될 수 있을 거라 믿었고, 또 지금도 그렇게 믿고 있다. 오늘의 하루가 쌓여 나를 만들어 가고 그게 곧 내가 된다고 그렇게 믿는다.

 

 

 

 

김지영 칼럼니스트

 

김지영 칼럼니스트는 고려대학교 중어중문학과를 졸업하고 삼성에버랜드에 들어가 푸드컬처 사업부 소속으로 일하다가 중국 칭화대학교 MBA 과정에 유학 갔다. MBA 과정을 마치고 락앤락의 상하이 현지법인에서 B2B팀장으로 3년간 근무한 뒤 독립해 상하이에서 씨케이브릿지 컨설팅을 설립했다. 저서 : <사막여우 중국MBA 가다>2013.12, 필맥출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