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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MBA

[김지영 칼럼] [중국 MBA/삼학기] 03. 시장마케팅시뮬레이션 (市场营销模拟)

03. 시장마케팅시뮬레이션 (市场营销模拟)

 

1-8, 2학점

월요일 13:30-16:55

쑨더관(舜德楼 325

위춘링(于春玲) 교수

 

위춘링 교수님의 마케팅 시뮬레이션 과목은 기업운영 시뮬레이션 프로그램을 통해서 한 기업을 실전운영하듯이 팀을 구성하고, 전략을 정하고, 여러가지 경영에 대한 결정을 내리고, 최종 결과를 도출하여, 그에 대한 리포트를 제출하는 식으로 이루어진 수업이었다.

 

일단 수업장소가 달랐다. 쑨더관 3층에있는 컴퓨터실에서 각 팀별로 한 테이블에 앉아서 진행되었고 수업 전반부에는 교수님이 이론적인 내용을 설명하고 후반부에는 조별 토론과정을 통해 전략을 결정하고 한 회차를 운영하여 그 결과를 오픈하는 과정으로 이루어 졌다.

 

제품은 핸드폰이었다. 우리는 전체 인원을 8개팀으로 나누어 각자 회사를 설립하고 역할을 분담했으며 회사명, 비젼,미션등을 정하고 경영전략을 수립했다. 매 회차마다 결정해야 할 내용으로는 제품가격, 마케팅비용, R&D 비용,신기술 출시시점, 주식가격 등이 있었다. 이런 운영과 관련된 주요 인수들을 입력하면 8개 팀의 전략에 대한 프로그램 결과로 매출액, 시장점유율(M/S), 주식가격 등이 도출된다. 뒤로 갈 수록 내용은 점점 복잡해져서, 미국이나 유럽으로 진출하기도하고 각 대륙마다 투자비용을 설정하고 마케팅 비용도 자세히 나누어야 한다.

 

나는 우리팀 레몬 CEO를 맡았다. 팀을 나누고 보니,우리팀에는 다들 그다지 열심히 하지 않는 친구들이 많았고, 아니나 다를까 우려대로 몇몇은 전략결정을 위한 토론이나 수업에 자주 빠졌고, 나머지도 그다지 성의있게 수업에 참여하지 않았다. 매주 전략을 정하여 수치를 입력하는 작업이나 중간중간 제출해야 하는 레포트는 고스란히 내 차지가 되었다.

 

매 회차 수치를 입력하고 결과가 오픈되면 여기저기서 환호와 탄성이 터져나왔다. 별것 아닌것 처럼 생각되는 여러가지 인수 입력에 매출액, 이윤, 주가, 대륙별 M/S까지 완전한 결과물이 나온다는 것이 신통하기도 했고, 기업을 운영한다는 것 자체가 실제도 의사결정이 거의 대부분인 시뮬레이션 게임과 비슷한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했다. 처음에 잘 나가던 회사가 회를 거듭할수록 하락세를 걷기도 했고,처음엔 그냥 그랬던 회사가 점점 경쟁력을 갖추고 앞순위로 차고 나오기도 했다. 우리팀은 처음엔 중간 정도였는데, 명확한 전략의 부재로 시장에서 이리 부딪히고 저리 부딪히다가 최종 성적은 뒤에서 2등을 하였다. 부끄러운 성적이었지만 손발이 맞지않는 팀원들과 회사를운영했으니 필연적인 결과라는 생각도 들었다.

 

최종 경영 결과에 따라 성적을 받을꺼라고 낙담하고 있었는데 위춘링 교수님은 남다르셨다. 마지막에팀이 아닌 개인별 레포트를 따로 제출하라고 하셨다. 이 수업을 듣고 자신이 얻은 경험과 교훈에 대해쓰라는 내용이었다. 나는 솔직한 내 심정을 리포트에 썼다. 기업을 운영하는데 있어서 정말 중요한 것은 과학적인 판단에 의한 의사결정이 아닌 바로 사람과 팀웍이라고 말이다. 이수업을 들으면서 가장 힘들었던 것도 최종결과에 영향을 미친것도 분석력이나 판단력에 관련된 부분이 아닌 바로 팀웍과 커뮤니케이션이었다고 말이다.

 

 

사실 명확한 전략이 있고 잡음없이 한 방향으로 레몬을 운영했다면 우리팀은 적어도 중간정도는 했을 것이다. 그렇지만 팀원의 대부분이 듣는 둥 마는 둥 성의없이 수업에 참여했고, 그냥 방관만 했으면 차라리 나았을텐데, 그나마 참여도 하지 않은 토론결과에 대해 본인이 마음에 안든다고 태클을 걸기까지 했다. 나는 CEO로써 이런 국면을 원만하게 해결하지 못했고, 친구들의 의견에 끌려다녔다. 싫은 소리를 하지 않고 좋은게 좋다고 그냥 서로 얼굴 붉히지 않는 것이 최고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물론 시뮬레이션 상황이 실제 기업상황과 완전 같지는 않을 것이다. 시뮬레이션에서 팀은 같은반동기 관계이기 때문에 상하개념이 없다. 그러나 기업에는 상하개념과 보상과 처벌이라는 당근과채찍이 있어 이런 요소들을 활용할 수 있다. 그리고 시뮬레이션은 그냥 수업의 한 과정일 뿐이고 기업은자신의 생계이자 주 업이니 사람들은 좀 더 시간과 노력을 투자할 것이다.

 

어쨌든 리더십의 측면에서건 기업운영의 측면에서건 배운것이 많은 수업이었다. 그리고 전에는 접해보지 못했던 프로그램을 사용해서 진행한 수업이라 뭔가 훨씬 새롭고 흥미롭게 수업에 참여할 수 있었다. 생각보다 높은 점수인 91점에 본 과목을 마무리 지었다.

 

 

김지영 칼럼니스트

 

김지영 칼럼니스트는 고려대학교 중어중문학과를 졸업하고 삼성에버랜드에 들어가 푸드컬처 사업부 소속으로 일하다가 중국 칭화대학교 MBA 과정에 유학 갔다. MBA 과정을 마치고 락앤락의 상하이 현지법인에서 B2B팀장으로 3년간 근무한 뒤 독립해 상하이에서 씨케이브릿지 컨설팅을 설립했다. 저서 : <사막여우 중국MBA 가다>2013.12, 필맥출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