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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MBA

[김지영 칼럼] 04. 비즈니스 협상론 (商务谈判)

04. 비즈니스 협상론 (商务谈判)

1-8, 2학점

화요일 19:20-21:45

육교관(六教6A309

슬용헝(石永恒) 교수

슬용헝 교수님의 협상론은 비즈니스를 하면서 부딪히게 되는 각종 협상의 상황에서 어떻게 하면 가장 효율적으로 내가원하는 결과를 이끌어 낼 수 있는지를 가르쳐 준 아주 실용적인 과목이었다. 교수님 역시 청화대에서 학사, 석사, 박사학위까지 마치신 3청으로강의하실 때 재치와 입담이 보통이 아니셨는데, 그래서 늘 어떻게 시간이 지났는지 모를 정도로 수업에집중하면서 들었던 기억이 난다. 보통 강의 초반부는 교수님이 진도에 따른 이론 설명을 해 주셨고, 후반부는 팀을 나누어 모의협상을 실시했는데, 수업이 끝나기 전에모의협상 결과에 따라 가장 우수한 팀에서 가장 떨어지는 팀으로 팀별 순위를 매겨 평상시 점수를 매겼다.

 

모의협상이 진행되는 과정은 다음과 같다. 교수님께서 두 개의 회사가현재 당면한 상황에 대해 전반적인 내용이 적힌 핸드아웃을 나누어 주고 (상대방 회사에 대한 정보는 알수 없다.) 핸드아웃에 협상과정에서 어떤 결과를 도출해야 하는지 가이드라인을 정해서 알려준다. 예를 들어 A회사는 건물을 팔아야 하고 B회사는 건물을 사야하는데 자금 사정상 A는 어떤 가격에 어떤 조건으로팔아야 하고, B는 반대로 어떤 가격에 어떤 조건으로 사야하는지 등이다. 협상에 들어가기 전에 팀별로 전략을 정하고 누가 주가되고 누가 보조가 되어 협상을 진행할지, 예기치 못한 상황이 발생하면 어떻게 대응할지 등등도 정한다.

 

모의협상이 시작되면 교실은 그야말로 아수라장이 된다. 옆 팀 소리가하도 커서 목소리를 높이지 않으면 우리말이 상대방에게 들리지 않을 정도이다. 모의협상인데도 불구하고얼굴을 붉히며 진짜 싸우기 직전까지 가는 팀들도 있었다. 전략인지는 모르겠으나 어느 모의협상 때 한여학우는 눈물을 흘리기까지 했다. 실제 협상이 아니다 보니 리스크가 실감이 나지 않아서 그런지, 싫으면 말아라 식의 막가파 협상팀들도 적지 않다. 나는 처음에는중국어에 자신이 없어서 주로 우리팀과 다른팀이 협상하는 내용을 지켜보는 소극적인 태도를 취하다가 수업 후반부로 갈수록 적극적으로 협상에 참여하게되었다. 이 때 모의협상을 하면서 단련된 요령이나 입심이 나중에 실제 영업업무를 하면서 많은 도움이되었다. 협상이 끝나면 서로 상대방 팀원들의 협상스킬에 대한 피드백을 해 주는데, 하루는 공안출신 친구가 나에게 김지영, 협상태도 비이성적이라고 써줬던 기억이 난다. 결코 칭찬은 아니었지만 중국어로 비이성적으로 협상에 임해 상대방을 그 정도로 열받게 했다는 것 만으로도 나는왠지 기분이 좋았다.

 

이 모의협상 외에도 협상론 수업은 그 전에는 내가 전혀 몰랐던 중국내 지역감정이나 특정지역 사람들에 대한 일반적인견해에 대해 알 수 있어 나름 중국에서 MBA를 한 보람을 느끼게 했는데, 정말 재미있고 흥미롭게 들었던 기억이 난다. 우리나라에 아직 경상도와전라도간의 지역감정이 남아있고, 그런 사실들은 결코 자랑스러운 점은 아니기 때문에 외부사람들이 잘 알기힘든 것 처럼 중국 역시 외국인이 중국안에서 어떤 지역감정이 있는지 특정지방 출신에 대한 어떤 편견이 있는지 직접적으로 알 기회는 드문편이다. 그런 내용을 교수님께서 강의시간에 공개적으로 얘기해 주시는 것은 참 쉽지 않은 경험이었고, 그 이후 4년 동안 중국에 있으면서 누군가가 그런얘기를 하는 것을어쨌든 내가 직접 들어볼 일은 없었다.

 

하루는 교수님께서 상해사람에대한 이야기를 시작하셨는데, 이야기 시작전에 여기 상해사람있으면 손을 들어보라고 하셨다. 아무도 손을 들지 않았지만 나는 내 옆에 앉은 웨이지아가 상해사람이란 것을 알고 있었다. 웨이지아는 작은 목소리로 나에게괜찮아 우리 아빠는 상해 사람이고 엄마는 상해사람 아니니까 난50%만 상해 사람이야라고 말했다. 교수님은상해 사람들과 비즈니스를 할 때 주의할 점에 대해 알려주시면서, 그들의 짠돌이 기질, 외지사람들에 대한 배척, 오만함 등등에 대해 말해 주셨다. 나중에 상해에서 일하고 살게 되면서 더 잘 알게 되었지만 비상해 출신들은 대부분 상해사람들을 좋아하지 않는편이고 상해사람들 역시 외지사람들을 자신들보다 낮추어 보는 경향이 강하다. 경제적으로 상해가 중국에서최고의 도시이고 가장 발전한 도시라는 자부심이 그들을 그렇게 만들었다. 또 기본적으로 상해남자들은 남자답지못하고 여자들은 기가 세서 남자들은 항상 여자들에게 잡혀산다는 인식이 강하다. 나 역시 그런 중국사람들의편견에 영향을 받아서 그런지 상해사람들을 그다지 좋아하지는 않는다. 특히 어딜가나 싸우듯이 대화하는시끄러움과 외국인인줄 알면서도 고집스럽게 상해말을 해 대는 그들을 보면 고개가 절레절레 저어질 때가 많다.

 

이런 이전에 내가 잘 몰랐던 세계가 있다는 것을 발견하고 나서 나중에 따로 중국 각 지역별 사람들의 특성과 지역감정에대해서 스터디를 했었는데, 지금까지 참 많은 도움이 되었다. 물론고정관념과 편견을 가지고 한 개인을 대하면 안되겠지만, 전반적으로 어떤 기질이 있는지 알고 누군가를대하는 것과 아닌 것은 큰 차이가 있다고 생각한다.

평가는 평소점수 30%와 개인과제70%로 구성되었는데, 나는 전체 90점으로협상론 과목을 마무리 했다. 생각보다 높은 점수였다.

 

 

김지영 칼럼니스트

 

김지영 칼럼니스트는 고려대학교 중어중문학과를 졸업하고 삼성에버랜드에 들어가 푸드컬처 사업부 소속으로 일하다가 중국 칭화대학교 MBA 과정에 유학 갔다. MBA 과정을 마치고 락앤락의 상하이 현지법인에서 B2B팀장으로 3년간 근무한 뒤 독립해 상하이에서 씨케이브릿지 컨설팅을 설립했다. 저서 : <사막여우 중국MBA 가다>2013.12, 필맥출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