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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MBA

[김지영 칼럼] 교실밖 에피소드 7 – 구글 탐방기

교실밖 에피소드 7 – 구글 탐방기

내가 MBA를 오기 전에 한국에서 다니던 회사는 푸드서비스/단체급식을 주 업으로 하는 회사였다. 담당하고 있던 업무도 단체급식장의 운영관리 업무였는데 회사에서 늘 벤치마킹의 대상으로 삼고 있던 모델이 있었으니 바로 구글의 사내식당이었다.

구글은 사내식당 뿐만 아니라 자유롭고 창의로운 기업문화로도 유명하다. 출퇴근시간이 자유로운 탄력근무제, 자율복장, 고정된 자리없이 본인이원하는 자리에서 근무하는 문화, 회사 건물내에 헬스장, 당구장, 등 운동시설이 갖춰져 있어 원하는 때 언제든지 이용할 수 있고 그 밖에도 간식 및 음료수를 무한정으로 이용할 수 있다. 물론 이 모든 것은 직접 본 것이 아닌 미디어 보도와 인터넷 정보로 알고 있던 내용이었다.

 

직원의 자율성을 이만큼 존중해 주는 회사라니, 꿈의 직장 아닌가? 나는 헬스장, 세탁소 시설과 탄력근무제가 가장 부럽고 탐났다. 8시 출근 5시 퇴근, 5시퇴근이라지만 실제로는 너무나 잦은 야근 및 회식에 운동할 시간도 없이 온몸의 엑기스가 점점 빠져나가는 기분으로 직장생활을 해 온 나로써는 부러울수 밖에. 그렇다고 내가 앞으로 구글에서 일하고 싶다거나 하는 생각은 없었지만 왠지 구글, 애플 같은 회사는 완소직장의 이미지가 있어 상상으로나마 그런 회사에서 일해보는 나를 꿈꿔보곤 했다.

아무튼 청화대에 와 보니 그런 구글의 중국본사가 바로 정문 코앞에 위치하고 있었다. 늘 한번 들어가서 보고 싶었던 구글 사무실이 학교 바로 앞에 있다니! 이전에는 미국에 가야지만 벤치마킹을한 번 해보겠거니 생각했는데 이렇게 가까운 곳에 있는 이상, 나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꼭 한 번 들어가 보고야 말겠다는 일념으로 혹시 구글에 아는 사람이 있는 친구가 없는지 수소문을 하기 시작했다.

당시는 입학한 지 얼마 안되는 2008 9월학기 초였는데, 이것도 인연이 될려고 그랬는지 공교롭게도 남편 리우멍이 자기 친구중에 구글에 다니는 친구가 있다며 사무실 구경을 시켜주겠다는것이었다. 당시 남편은 정말 너무 촌스러웠다. 자주 입던 황토색 골덴 자켓도 그렇고 거무잡잡한 피부도 그렇고 헤어스타일도 그렇고 어찌나 촌스러운지 구글에 다니는 친구가 있다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였다. 나중에 알고보니 리다하이(李大海)라는 남편의 친구는 학부 때 같은 기숙사 방에서 4년을 함께한 베프였다.

 

 

약속시간을 잡아 둘이 자전거를 타고 구글사무실이 있는 건물로 찾아갔다. 다하이가 청바지에 티셔츠 차림으로 1층에 마중을 나와 우리 둘을 데리고 구석구석을 구경시켜 주었다. 리우멍도 사무실에 와 본건 처음이라고 했다. 사무실 내부는 알록달록하게 인테리어 되어 있었고 근무하는 자리에는 인형, 액자, 그림등으로 자유롭고 재미있게 자기 자리를 꾸며놓았다. 자기 자리를 꾸미는 비용이 따로 지급된다고 했다. 한편 책상이 아닌 중앙에 있는 크고 넓직한 공용쇼파에 노트북을 펴고 근무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휴식 및 레크레이션 실에는 당구대, 게임대 등이 설치되어 있었고 우리가 방문했을 때도 일하지 않고 노는(?) 직원들이 꽤 있었다. 헬스장도 마찬가지로 우리가 방문했을 때 일하지 않고 운동하는 직원들이 있었다. 정말 부러운 광경이었다. 그리고 각 층마다 간식존이 있는데, 말이 간식존이지 거의 편의점을 방불케 하는 규모로, 각종 음료가 진열되어있는 냉장고, 에스프레소 커피머신, 신선한 과일들, 기타 빵 및 스넥들이 있어 직원들이 마음껏 공짜로(!) 이용할 수 있게 되어 있었다. MBA에 오기 바로 직전에 전 직장에서는 식음문화를 선도하는 기업으로 이제 커피도 에스프레소로 마시는 문화로 바꾼다며, 고가의 에스프레소 기계를 사서 휴게실에 설치하고 부서마다 돌아가며 당번을 정해 관리하기 시작했었다. 그리고 직원들에게 한 잔에 500원씩 자발적으로 비용을 부담하게 했다. 그런데 구글 사무실에 와보니 그렇게 자랑하던 고가 에스프레소 기계가 층마다 놓여있고 그것도 다 무료로 사용하게 한다니,두 회사의 수준 차이에 헛웃음이 나왔다.

 

사무실을 다 둘러보고 점심시간이 되어 드디어 메인 목표인 구내식당으로 갔다. 두둥~기대에 가득차 도착한 식당은 나의 예상을 초월하는 수준이었다. 한국으로 치면 당시 유행하던 보노보노나 토다이 같은 씨푸드 뷔페 수준이라고 해야 하나? 해산물은 물론 중식, 일식, 양식 코너마다 담당 쉐프들이 즉석요리를 해주고 있었고, 디저트로 아이스크림과 케익까지, 그야말로 없는 게 없었다. 이게 구내식당이라니 말이 돼? 입이 쩍 벌어졌다. 직원들의 식비는 끼니당 약 $20로 책정된다고 한다. $20면 한국에서도 점심 한끼 비용으로 책정하기엔 부담스러운 수준인데, 중국에서 한끼에 $20라니! 학생식당이나 밖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5 RMB (한화 약 1000)도 안되는 수준으로 한끼를 해결하는 사람도 수두룩 한데, 그렇게 따지면 단순히 점심 밥 값만 20배가 넘는 차이가 난다니.. 그 호사스러움에 뭐라 할 말이 없었다. 다하이의 설명에 의하면 직원들은 구글에 입사하고 나서 보통 5킬로~10킬로 정도 살이 찐다고 한다. 그것도 아주 급격한 속도로.. 본인도 입사하고 살이 많이 쪘다며 먹는 것에 대한 자제력 없는 사람에게 이런 환경이 꼭 좋지만은 않다고 했다.

그렇게 보고싶었던 구글 사무실을 보고 나왔는데 뭔가 허전하기도 했고 괜한 위화감이 느껴지기도 했다. 자전거를 타고 학교로 돌아가면서 꿈의 직장, 좋은 기업이란 과연어떤 모습일까? 다시 생각해 보았다.

 

 

김지영 칼럼니스트

 

김지영 칼럼니스트는 고려대학교 중어중문학과를 졸업하고 삼성에버랜드에 들어가 푸드컬처 사업부 소속으로 일하다가 중국 칭화대학교 MBA 과정에 유학 갔다. MBA 과정을 마치고 락앤락의 상하이 현지법인에서 B2B팀장으로 3년간 근무한 뒤 독립해 상하이에서 씨케이브릿지 컨설팅을 설립했다. 저서 : <사막여우 중국MBA 가다>2013.12, 필맥출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