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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MBA

[김지영 칼럼] 교실밖 에피소드 4 – 난 원래 속옷을 안 입어

교실밖 에피소드 4 – 난 원래 속옷을 안 입어 

 

교내 학생식당의 밥카드는 입학시 학번에 따라 지정장소에서 발급하고 충전하는 시스템이기 때문에 외부인은 사용할 수 없다. 학생식당은 규모면에서나 음식의 종류에 있어어나 한국의 대학식당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데, 맛도 괜찮고 가격도 상당히 저렴한 편이다. 물론 본인이 어떻게 먹느냐에따라 다르겠지만 한국돈으로 1000~2000원 정도만 내면 배부르게 한끼를 해결할 수 있다. 학생들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라고 할 수 있다.

 

외부인이 이용할 수 없는 학생식당과 달리 외부인도 이용가능한 레스토랑형 식당도 많이 있다.보통 학생식당의 2층에 있는 경우가 많고, 귀빈용으로단독건물에 있는 식당도 있다. 맛도 빠지지 않으려니와 학교밖의 음식점과 비교하면 가격도 저렴하다. 우리반은 적극적인 성격의 반장과 부반장의 주도하에 핑계만 생기면 자주 반 회식을 갖는 편이었다. 개강모임, 종강모임, 체육대회, 학예회, 무슨행사 등등. 이외에 개별적으로 8~10명정도 끼리끼리 갖는 회식도 많았다.

 

그날도 우리반 회식이 있는 날이었다. 나는 당시 자전거가 고장났는지 아니면 도둑을 맞았는지 (2년 동안 3대의 자전거를 도둑맞았다) 아무튼 자전거가 없어서 같이 수업을 듣던 쏭리에진宋烈进이라는 친구의 뒤에 타고 같이 회식장소로 향했다. 오리엔테이션부터 같은 조를 한 덩치좋고 인심좋은 아저씨 스타일의 친구였다. 꽤 추운날이었다. 쏭이 무거운 나를 태운 덕분에 힘겹게 패달을 밟으며나에게 말했다. “지영 요즘 날씨가 추운데 옷 따뜻하게 입고 감기 조심해야해.” 나는 안 그래도 북경의 엄동설한을 어떻게 보내야 하나 걱정이었다. 중국사람들은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내복을 입는 게 당연한 분위기이지만 나는 초등학교 저학년 이후로는 내복을 입어본 적이 없어서 내복 입는 게 너무 불편했고 그래도 살아 남으려면 내복을 입어야 하는게 아닐까 고민하고 있던 중이었다.   

 

나는 그 때 내복이라는 단어를 중국어로 어떻게 말하는지 몰랐다. 한국어로 内服 이니까중국어로는 대충 내의(内衣)” 정도가 아닐까 추측해서는 대충 때려잡아 쏭에게 말했다. “응 북경은한국보다 너무 추운것 같아. 근데 난 원래 내복을 안 입어서 입을까 말까 고민이야.” 내말은 듣던 쏭은 대답없이 한동안 침묵했다. 그러더니 한참을 자전거를 타고 가다가 어렵게 입을 열어 내게 말했다. “지영, 나는니가 중국어를 잘 못한다는 것을 아니까 괜찮지만, 다른 사람들한테는 절대로 그렇게 말하면 안돼내의가 뭐냐면 제일 밑에 입는 옷이야. 몸 바로 위에 입는 옷. 뭔지 알겠어? 팬티란 말이야.”

 

!.. 내의가 바로 팬티를 뜻하는 말이었다니. 지금 생각하면 내의는 당연히 속옷이라는 뜻일텐데, 그때는 왜 그생각을 못했는지 나는 쏭의 설명을 알아듣고는 온몸이 시뻘개지는 기분이었다. “나는 원래 속옷을 안 입어.” 라고 말했으니 그 말을 들은 쏭은 얼마나 당황했겠는가? 나중에 알고 보니 내복은 중국어로 추의(秋衣)’라고 했다. 아마도 평생 잊지못할 중국어 단어가 될 것 같다.   

 

 

 

 

 

 

 

 

 

 

칼럼니스트 김지영

김지영 칼럼니스트는 고려대학교 중어중문학과를 졸업하고 삼성에버랜드에 들어가 푸드컬처 사업부 소속으로 일하다가 중국 칭화대학교 MBA 과정에 유학 갔다. MBA 과정을 마치고 락앤락의 상하이 현지법인에서 B2B팀장으로 3년간 근무한 뒤 독립해 상하이에서 씨케이브릿지 컨설팅을 설립했다. 저서 : <사막여우 중국MBA 가다>2013.12, 필맥출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