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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MBA

[김지영 칼럼][중국 MBA/이학기] 10. 한국어 수업

10. 한국어 수업  

 

9-16,

목요일 14:00-15:00

웨이룬관(伟伦楼 

 

우리반은 총 53명으로 그중에 50명이 중국인, 3명이 나를 포함한 한국인이었다. 한국인 중에 2명은 남자고 나만 유일한 외국인 여학생이다 보니 자연스럽게 많은 친구들의 과분한 관심과 사랑을 받게 되었다. 친구들은 내게 종종 한국에 대해서 물어보곤 했다. 한국은 이렇다며? 저렇다며? 한국 여자들은 거의 대부분 성형을 한다는데 맞아? 한국사람들은 전부 국산차만 사는 애국자 들이라며? 한국사람들은 남자건 여자건 술을 그렇게 잘 마신다며? 등등등. 나는 친구들의 질문이 재밌기도 하고 때로는 황당한 오해에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모르기도 하고 했다. 친구들은 재미삼아 나를 보면 안녕하세요?” 하고 한국말로 말을 걸기도 하고내가 몇 마디 가르쳐주면 너무 좋아하며 노트에 열심히 필기를 하는 친구들도 있었다.

 

입학 후 부터 반 친구들로 부터 너무나 많은 도움을 받아왔던터라 어떻게 그 고마움을 보답해야 할까 생각하다가 4월 중순부터 한국어를 가르치기로 결심했다. 물론 그 전에 한국어를 가르쳐 본 경험도 없고 어떻게 가르쳐야 할지도 막막했지만 언어는 자음모음과 간단한 상용어구 정도로 가르치고 주로 한국문화나 친구들이 많이 궁금해했던 내용을 이야기 형식으로 소개하기로 했다.

 

서점에 가서 시중에 나와있는 한국어 교재중에 괜찮아 보이는 것으로 한 권을 고르고 반에 전체 메일을 보내 한국어수업 계획을 알리고 신청을 받았다. 반응은 기대보다 좋았다. 전체 53명중에 23명이 수업신청을 했다.한국인을 빼면 거의 50%에 달하는 신청률이었다. 그렇게 매주 한번씩 모두가 수업이 없는 시간을 정해 강의실을 빌리고 한 시간씩 수업을 진행했다

 

 

 

 

물론 내 시간을 할애해서 수업을 준비하는 것도 어떻게 가르칠지 고민하고 계획하는 것도 쉽지는 않았지만 가르치는 내용을 준비하는 것이 오히려 내게는 큰 공부가 되었다. 특히 중국어로 한국어를 가르쳐야 하니 그 내용을어떻게 표현하는지 고민하는 과정도 그 자체가 공부였다. 23명으로 처음에는 강의실이 꽉 찼지만 한 주, 한 주 지날 수록 수업을 들으러 오는 친구들의 수는 줄어들었다. 시작할 때의 관심과 열정과는 달리 막상 언어를 배우는 과정이 그렇게 재밌지만은 않고 또 지루했을 터이다. 그래도 3~5명의 친구들은 정말 한 번도 빠지지 않고 꾸준히 수업을 들으러 와서 나는 그 친구들에게 만이라도 조금이나마도움이 된다면 이렇게 노력한 보람이 있다는 생각으로 8주 과정을 완주했다. 1:1 과외도 하는데 사람이 조금 적은들 어떠냐는 생각을 했다.  

 

수업 틈틈히 다른 한국인 유학생 동기들을 게스트로 초청해 한국에 관련한 이런저런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한국의 음주문화, 군대문화, 기업문화 등등등. 중국은 의무병역제도가 아니기 때문에 한국의 군대문화가 굉장히 신기한지 관련된 질문이 많았다. 생각해 보면 그래도 웃음이 나는 시간들이었다. 당시에 막 한국인여자친구를 사귀기 시작한 I반의 브라질 친구가 수업에 들어와 아주 열성적으로 듣기도 했다. 그 친구는 결국 여자친구를 위해 한국으로 교환학생을 갔다.   

 

 

 

마지막 수업은 그 동안 가장 열심히 수업을 들은 친구 세 명에게 우수학생 시상식을 하고 작은 선물을 나누어 주었다. 그리고 책걸이 기념으로 김밥, 떡볶이 등 여러가지 한국음식을 배달시켜다 같이 나누어 먹었다. 생각지도 못했는데 친구들이 케익을 주문해 선생님 감사합니다.” 글을 새겨서 내게 선물로 주었다. 정말 행복한 순간이었다. ‘오빠’, ‘사랑해요’, ‘고마워요’, ‘배고파요’, 등등가르쳐준 한국말을 너무나 열심히 필기하던 친구들. (가르쳐준 자음모음이 아니라 각자 자기네들 방식으로). ‘사랑해요를 연습할 때 부끄러워 하면서도 낄낄대던 모습들이 기억난다. 친구들이 아직도 이 말들을 기억하고 있을지 궁금해진다 

 

 

 

 

칼럼니스트 김지영

김지영 칼럼니스트는 고려대학교 중어중문학과를 졸업하고 삼성에버랜드에 들어가 푸드컬처 사업부 소속으로 일하다가 중국 칭화대학교 MBA 과정에 유학 갔다. MBA 과정을 마치고 락앤락의 상하이 현지법인에서 B2B팀장으로 3년간 근무한 뒤 독립해 상하이에서 씨케이브릿지 컨설팅을 설립했다. 저서 : <사막여우 중국MBA 가다>2013.12, 필맥출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