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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MBA

[김지영 칼럼] [중국 MBA/이학기] 08. 조직행위학 组织行为学

08. 조직행위학 组织行为学 

 

9-16, 2학점

화요일 14:30-17:55

쑨더관(舜德楼 302

组织为学 陈国权 등,清华出版社

천궈췐(陈国权) 교수

 

2학기를 한창 보내고 있던 당시 우리는 강의 장소에 대한 불만이 무척많았는데, 그것은 경제관리학원(SEM)건물인 웨이룬관이나쑨더관 강의실은 대부분 I반이나 EMBA에 내어주고 F반인 우리는 늘 상대적으로 허름하고 시설도 좋지 않은 육교 건물에서 수업을 들었기 때문이다. 육교는 경제관리학원 소속 건물이 아닌 전교생이 같이 수업을 듣는 전문 강의동이다. I반이나 F반이나 학비는 거의 비슷한데 왜 I반만 삐까뻔쩍한 신식 교실과 각종 최신식 시설의 혜택을 받고 우리는 어두침침하고 고등학교 교실을 연상시키는곳에서 강의를 들어야 하는가 말이다!

 

1학기에는 양빈 교수님의 리더십 수업이 유일하게 쑨더관에 배정된 수업이었고 2학기에는 바로 이 수업, 조직행위학이 유일하게 쑨더관에 배정된 수업이었다. 물론 강의실 환경과 수업의 질이 관련이 있다고 꼬집어 말할 순 없지만 그래도1층에서 여유롭게 테이크아웃 커피를 한 잔 들고 올라와, 반원형 구조에 뒷자리 일수록 높이가높아지게 설계된 강의실에서 듣는 수업과, 학부생들과 자전거 댈 자리를 쟁탈해 가며, (가끔은 수업이 끝나고 자전거를 도둑 맞았다는 사실을 발견한다.) 엘리베이터는항상 만원인지라 4층까지 헉헉 걸어 올라가 잘 보이지도 않는 뒷자리에서 듣는 수업은 비교할 수가 없다. 평소에는 마치 고등학생인 것 같다가 쑨더관에서 수업을 들을때야 비로소 내가 MBA생이라는것을 실감하곤 했다.

 

여담이지만 EMBA수업은 100% 쑨더관에서진행된다. 가끔 EMBA 수업이 있는 날에 쑨더관에 와보면경제관리학원 주차장에는 이름도 듣도 보도 못한 외제차들이 수십대씩 주차되어 있고, 개인기사들이 떼를지어 흡연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EMBA 강의가있는 강의실 문 앞에는 거의 뷔페수준의 다과가 준비되어 있고 담당직원들이 서빙을 도와주곤했다. 당시 EMBA 학비가 한국돈으로 약 1억 정도라고 하니 차별대우가 이해가되기도 했지만, 학교가 너무 상업적으로 학위장사를 하는 것 같아 좀 씁쓸하기도 했다.

 

1학기에 쑨더관에서 수업을 하신 양빈 교수님이 경제관리학원의 실세이듯이, 우리는 F반 수업 거의 대부분이 육교에서 진행되는 상황에서 쑨더관에서수업을 하시는 천궈췐 교수님도 분명 경제관리학원의 중요 실세이실 거라며 의견이 분분했다. 사실 여부와관계없이 아무튼 쑨더관에서 수업을 듣는다는 것 만으로 나는 조직행위학 수업을 들으러 가는 것이 기분 좋았다

 

 

 

 

안타깝게도 천궈첸 교수님은 양빈 교수님만큼 깊은 인상을 남기진 못하셨다. 적어도나에겐 말이다. 대신 8주간의 수업중에 너무 강력하게 내뇌리에 기억되는 한 번의 수업이 있는데, 잠깐 소개를 하고자 한다. 그수업을 들은 후에 조직문화와 시스템이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해 뼈져리게 통감할 수 있었다.

 

수업은 2002 7 1일 독일 위버링겐 상공에서 일어난 두 비행기의 충돌 사건에 관한 내용이었다.2002 7 1일 나는 뭘 하고 있었단 말인가? 그리멀지 않은 과거에 이렇게 극적이고 영화같은 사건이 일어났음에도 난 관련된 어떤 신문보도를 본 기억도 나지않았다. 아마도 2002년 한일월드컵이 막 끝난 다음날이라국내에서 별로 보도 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컸다.

 

사건은 모스크바에서 바르셀로나로 가던 러시아 연방소속의 바시키르 항공 2937편과이탈리아에서 벨기에로 가던 DHL 611편 화물기가 독일 상공에서 충돌하여 바시키르 항공의 승객과 승무원 69명 전원 그리고 DHL 화물기 조종사 2, 71명이 전원사망한사건이다.

 

사건은 독일상공에서 일어났지만 당시 관제는 스위스의 민영 항공관제사인 스카이가이드사의 취리히 관제소에서 담당했는데 2명의 관제사가 일해야 하는 근무규정을 어기고 1명은 휴식중이었고, 1명의 관제사가 두자리에서 동시에 관제업무를 수행중이었다. 관제사페터닐센은 다른 항편의 관제를 수행하고 있던 중이라 사건의 두 비행기가 위험에 처해 있는 것을 뒤늦게야 알게 되었고, 외부로 통하는 전화는 고장중이었으며, 레이더도 점검 중이라 공중충돌경고도 울리지 않는 상태였다.

 

비행기에는 TCAS(공중충돌방지장치)가있어 두 비행기에서는 모두 경보가 울리고 있었고 TCAS는 러시아 바시키르 항공 여객기에게는 상승명령을 DHL 화물기에는 하강명령을 내렸다. 두 비행기 모두 TCAS의 명령을 따랐다면 사건을 피할 수 있었다. 그러나 관제사페터닐센은 다른 업무를 보느라 바쁜 나머지 산만하게 관제업무를 수행하면서 사건의 긴박성을 전혀 인지하지 못했고 설상가상으로 TCAS가 어떻게 명령을 내렸는지도 모른체 DHL 화물기에는 아무런지시도 하지 않고 러시아 여객기에 하강명령을 내렸다.

 

당시 사건이 진행되고 있던 독일관제소에서는 이 상황을 인지하고 취리히 관제소에 계속 연락을 시도했지만 전화고장으로 인해연락불통이었고 페터닐센 역시 2개의 자리에서 4개의 관제업무를수행하고 있었지만 전화고장으로 타 관제소에 도움을 요청할 수 조차 없는 상황이 연출되었다. 일반적으로지상관제체제 명령과 TCAS의 명령이 불일치 할 경우 조종사들은TCAS의 명령을 우선 따르는 것이 관례지만 러시아 조종사는 군대식 관례에 따라 지상관제체제에 따르는 선택을 했고 결국 두 항공기는상공에서 거의 정면으로 충돌하는 운명을 맞게 된다.

 

수업시간에 교수님께서는 이렇게 강의하셨다. 만일 취리히 관제소에서 근무규정을어기지 않고 2명이 근무했더라면? 전화기가 미리 수리완료되어서 당일 전화통화에 문제가 없어 독일 관제사가 스위스 관제사와 연락이 닿았더라면? 레이더가 고장나지않아 제 때 관제사에게 공중충돌 경고를 했더라면? 러시아 조종사가 관제사의 명령이 아닌 TCAS의 명령을 따랐더라면? 이렇게 가정을 해 보자고 말이다.

 

사건이 일어나고 나서 이러한 가정은 아무 쓸모가 없다. 그러나 어떻게 그렇게많은 우연이 한꺼번에 일어나 두 비행기가 공중에서 정면충돌하는 사상초유의 비극을 초래했는지, 본 사건이우리에게 남기는 시사점은 적지 않다. 조직을 운영함에 있어서 관례라는 이름하에 벌어지는 각종 원칙에 어긋나는 일들이 얼마나 많은가? 비원칙적인일들이 하나 둘 허용되면 그 속에 있는 사람들도 그 상황에 익숙해지고 비원칙이 곧 원칙이 되어버린다. 그리고그간 조금씩 조금씩 쌓여온 부실이 한계점에 다다르는 순간엄청난 사건이 터지게 되는 것이다.

 

너무 몰입하여 수업을 들어서 그런지 들으면서도 계속 소름이 돋았다. 앞으로 내가조직을 이끌게 된다면 늘 경각심을 가지고 원칙에 따라 운영해야 겠다는 생각을 했다.   

 

 

 

 

 

 

 

 

 

칼럼니스트 김지영

김지영 칼럼니스트는 고려대학교 중어중문학과를 졸업하고 삼성에버랜드에 들어가 푸드컬처 사업부 소속으로 일하다가 중국 칭화대학교 MBA 과정에 유학 갔다. MBA 과정을 마치고 락앤락의 상하이 현지법인에서 B2B팀장으로 3년간 근무한 뒤 독립해 상하이에서 씨케이브릿지 컨설팅을 설립했다. 저서 : <사막여우 중국MBA 가다>2013.12, 필맥출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