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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MBA

[김지영 칼럼] [중국 MBA/이학기] 03. 마케팅 매니지먼트 营销管理

03. 마케팅 매니지먼트 营销管理  

 

1-12, 3학점

월요일 13:30-16:55

육교관(六 6A401

《定位地图》,李飞,经济科学出版社

리페이(李飞) 교수

 

마케팅 매니지먼트 수업은 리더십, 인터넷 마케팅 등과 함께 MBA 전체 과정에서 내가 손꼽을 만한 좋은 수업이었고, 두번째 학기 수업 중에서는 단연 최고의 수업이었다. 이렇게 말하고 나니 좋은 수업이 뭐지 하는 생각이 든다. 다른 사람들의 평가야 어쨌든 본인이 그 강의로 인해서 배운것이 많고 강의를 듣기 전과 후의 내가 분명히 다르다고 느낀다면, 그리고 수업내내 내가 몰입하고 즐겁게 공부할 수 있다면 그런 수업이 바로 좋은 수업이 아닌가 싶다.

 

나는 누구를 가르치는 일을 직업으로 가져보지 않아서 잘 모르겠지만 왠지 교수님이나 선생님하면 생계의 수단이라기 보다는 교육에 대한 사명감을 가진 사람들이 해야할 일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초등학교 때 부터 지금까지 인생에서 많은 선생님을 만나왔는데 그 중에는 정말 훌륭하신 선생님도 그리고 정말 안 좋은 선생님도 있었다. 중요한건 좋은 선생님이건 안 좋은 선생님이건 그분들의 말과 행동, 가르침, 그리고 인생의 모습이 배우는 학생들에게 미치는 영향은 지대하다는 것이다. 나 역시 아직까지 여러 선생님들의 영향으로 지금의 지식을 쌓아왔고 더 나아가 가치관을 형성했다. 그런점에서 나는 선생님은 정말 아무나 해서는 안되는 직업이라고 생각한다. 지식을 전달하는 단순한 전달자가 아닌 인격과 사랑으로 제자들에게 본보기가 되어야 할 분들이 선생님이 되어야 한다.

 

머리가 크고 사회물도 어느정도 먹고 MBA 공부를 하다보니 교수님을 바라보는 나의 시선도 순진한 학생의 눈이 아니다. 잘은 모르지만 MBA를 하면서 만난 교수님들은 학생을 가르치는 일 외에도 많은 목적을 가지고 재직하시는 듯 했다. 줄서기나 당 활동 등 파워게임에 열심인 분, 국가정책이나 기업 의사결정 고문 활동에 열심인 , 방송 출판 등 대외활동에 열심인 분 등등 내가 느끼기에 가르치는 일 말고도 맡으신 일들이 너무 많아 우리를 가르치는 수업에 집중하지 않는 교수님들이 많고 그런 교수님들의 강의는 성의가 없었다. 그래서 최선을 다해 강의해 주시는 교수님을 만나면 그 감동이 두 배가 되는 게 아닌가 싶다.

 

리페이 교수님은 드문(?) 비청화대 출신으로 2002년 부터 청화대에서 교편을 잡으신분이시다. 가르치는 것을 본인의 사명으로 가지고 계신 전형적인 교수님의 이미지를 갖고 계신 분이었다. 수업은 항상 진지하면서도 열정에 넘쳤고 특유의 유머로 늘 강의실은 늘 웃음이 넘쳤다. 그리고 교수님은 항상 우리에게 먼저 사람이 되라고 끊임없이 강조하셨다.  

 

 

 

 

* 리페이 교수님 

 

 

첫 수업에 들어오신 교수님은 평가는 60%가 기말고사, 20%가 조별 케이스 스터디, 나머지 20%가 출석, 발표 등 평소 성적으로 구성된다고 설명해 주셨고 마지막에 8000자 가량의 리포트를 별도로 작성해야 한다고 했다. 첫 수업부터 부담아닌 부담이 팍팍 느껴지는 수업이었다. 그리고 마치 공직에 출마하는 사람이 공약을 내거는 것 처럼 앞으로 수업의 방향을 말씀하셨는데 그것은 마케팅의 정론을 가르치겠다, 그리고 마케팅의 오염을 제거하겠다, 너희들을 설득하기 보다는 너희들이 사고하도록 하겠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대사大师는 남이 했던말을 반복하거나 인용하지 않는다며 교수님도 자기의 것으로 가르칠 것이라고 선포(?)하셨다. 인자한 얼굴이었지만 카리스마가 팍팍 느껴지는 모습이었다.

 

나는 원래 마케팅에 관심이 많았고 MBA 전공 방향도 마케팅으로 하겠다고 생각하고 있었기에 입학 후 처음 듣는 마케팅 수업이 기대가 되기도 했고 잘하고 싶은 마음에 긴장이 되기도 했다. 교수님은 학계에서 본인 스스로 정립한 열손가락 마케팅 관념다이아몬드 포지셔닝 모형定位钻石模型)이론으로 유명하신 분이셨는데, 전체 강의도 이 이론을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실제 사례를 들어 이해하는 과정으로 진행되었다. 6주차 부터는 수업시간마다 무작위로 선발된 한 두개  조가 조별 발표를 병행하였다. 발표가 끝나면 교수님께서 바로 발표내용에 대한 피드백을 해 주셨다  

 

나는 이 수업에서 내 능력에 대한 무한 자신감을 얻는 경험을 했는데, 동시에 같은 반 친구들 때문에 황당한 경험이기도 했다. 조별 과제는 한 기업을 선정해 그 기업을 수업시간에 배운 다이아몬드 모형 이론의 각 단계에 맞추어 분석하고 결론과 시사점을 찾아내 토론하는 내용이었다. 우리는 8 1조로 분석 기업을 중국의 대표적인 중공업 기업인 SANY(三一重工)로 정하고 발표를 준비하였다. 발표 내용은 목차를 정하여 각자 한 파트씩 조사하고 내용을 작성하는 것으로 했고 최종 취합 및 PPT 작성은 내가 하기로 했다. 전 직장에서 PPT 만드는 일에 이골이 나 있던 나였다. 최종 프리젠테이션이기도 했고 마케팅 과목에서 점수를 잘 받고 싶은 욕심에 정말 며칠을 밤새워 PPT를 만들었다. 빨간색 바탕에 최대한 간략명료하게 내용을 작성했다. 심플하지만 세밀한 부분까지 신경써서 프리젠테이션 효과를 극대화 시키려고 노력해서 만들었다.  

 

 

 

 

 

9주차에 우리팀 발표가 배정되었다. 우리팀 말고도 중국의 음료회사인 와하하(娃哈哈)’를 분석한 팀이 같이 발표를 하게 되었다. 와하하 팀의 발표가 끝나고 교수님께서는 그다지 만족하지 못하셨는지, 이런 저런 지적사항을 말씀하셨다. 순간 발표한 팀 팀원들의 분위기가 싸해지며 얼굴이 다들 굳어지는 게 느껴졌다. 다음으로 우리팀 발표가 있었다. 발표를 할 때는 보통 전원이 앞에 나가 기립하고 대표 발표자가 프리젠테이션을 한다. 우리팀의 발표가 끝나고 우리팀도 교수님이 뭐라고 피드백을 하실까 하는 마음에 잔뜩 긴장을 하고 교수님 말씀을 기다리고 있었다. 짧은 침묵 후 교수님께서 이 PPT를 누가 만들었는지 물어보셨고, 팀원들은 내가 만들었다고 말씀드렸다. 그런데 생각지도 못하게 교수님께서 낮고 침착한 목소리로 극찬을 해 주시는 것이 아닌가? ‘이 발표는 PPT만 보아도 마케팅을 아는 전문가가 만들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시각효과가 뛰어나 청중들이 몰입하게 하고 내용과 구성도 알차다.’ 고 말이다. 청화대 마케팅 교수님이 나를 칭찬해 주시다니!! 나는 갑자기 중국 국가 주석이 내 PPT를 칭찬한 것 마냥 기분이 너무 좋았다. 마치 중국이라는 나라 전체가 나를 인정해 준 것 같은 기분이었다.

 

우리 발표가 끝나고 교수님은 5분간 휴식을 하고 수업을 하자고 하셨다. 그런데 와하하팀 발표자인 마리우린과 팀원 짱신 등 몇몇 여학우들이 교수님이 계신 교단으로 찾아가 열렬히 따지는 것이 아닌가? 자기네들은 결코 그렇게 못하지 않았다, 교수님이 가르쳐 주신데로 분석했는데 어떤 부분이 부족하다는 것이냐 등등 교수님의 지적이 부당하다는 것이었다. 마리우린은 심지어 거의 울먹이기까지 했다. 교수님은 난처해 하셨다. 나는 화장실에 가서 볼 일을 보고 있는데 그 때 또 화장실로 온 마리우린이 큰 목소리로 같이 온 친구들에게 분에 겨운 악담을 쏟아내고 있었다. “도대체 지영이 그 PPT가 뭐가 잘했다는 거야? 빨간색 바탕에 보기도 싫게 만들어 놨더니, 우리가 만든것 보다 더 잘 만들었다니, 말이 돼?” 화장실 안에서 듣고 있던 나는 너무 황당했다.

 

우선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해서 기분이 좋지 않은 것은 알겠지만 그게 저렇게 까지 흥분하며 교수님께 무례를 범하고 여러사람을 기분 나쁘게 할 만큼 중요한 사안인지 이해가 가지 않았고, 결과에 깨끗하게 승복하지 않는 것도 이해가 가지 않았다. 중국에서 많이 느끼는 것이지만 중국은 여자들이 한국 여자들에 비해 기가 드세고 자기 주장이 강하다. 한국은 아무래도 남존여비, 전통적인 유교문화의 영향을 많이 받았고 중국은 공산주의 사상과 문화의 영향을 많이 받았기 때문이리라 생각한다. 어느것이 맞다 틀렸다를 말하기 앞서 이게 바로 문화의 차이라고 생각했고 여성으로써 여권이 한국에 비해 훨씬 높고 양성평등이 한국보다 잘 되어있는 중국이 부럽다고 많이 생각했다. 그러나 가끔 이렇게 상대방을 불쾌하게 할 정도로 도가 넘치게 기센 여자들을 보면 정말 정나미가 쑥 떨어지는 건 어쩔 수 없다. 평균적으로만 봐도 중국에 기센 여자들이 많은데, 청화대에 MBA를 하러 온 여자들은 오죽하겠는가? 다들 자기 주관이 뚜렷하고 자신감이 넘치고 어디하나 부족할 것이 없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라고 보면 된다.

 

그날 조별 발표 수업은 나에게 기쁨과 고통을 동시에 안겨 주었다. 이 사건으로 나는 우리반의 기센 여자 친구들과 서서히 거리를 두게 되었다. 마음으로 그들과 친하게 지내기에는 내겐 너무 불편한 그들이었다. 물론 그들도 나를 끼워줄 마음이 없었겠지만 말이다.

 

수업을 하면서 중국 로컬 기업들에 대한 스터디를 많이 할 수 있었다. 교수님의 경험담과 각종 사례 소개도 중국시장을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고, 처음 교수님의 공약대로 수동적으로 듣고만 앉아 있는 것이 아닌 적극적으로 공부하고 사고하는 시간들을 가질 수 있는 수업이었다. 최종 85점이라는 그럭저럭 만족할 만한 점수를 얻고 과정을 마무리했다. 과락하지 않기만을 기도하던 1학기에 비하면 장족의 발전을 하고 있는 2학기 였다.    

 

 

 

 

 

 

 

 

칼럼니스트 김지영

김지영 칼럼니스트는 고려대학교 중어중문학과를 졸업하고 삼성에버랜드에 들어가 푸드컬처 사업부 소속으로 일하다가 중국 칭화대학교 MBA 과정에 유학 갔다. MBA 과정을 마치고 락앤락의 상하이 현지법인에서 B2B팀장으로 3년간 근무한 뒤 독립해 상하이에서 씨케이브릿지 컨설팅을 설립했다. 저서 : <사막여우 중국MBA 가다>2013.12, 필맥출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