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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MBA

[김지영 칼럼] 교실밖 에피소드 2 - 중국의 시에스타 우쉐이(午睡)

교실밖 에피소드 2 – 중국의 시에스타 우쉐이午睡) 

 

중국의 대학들은 기숙사 생활을 기본으로 한다. 그래서 학생들의 집이 가깝더라도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는 학교에서 생활해야 한다. 나는 부산에서 서울로 유학생활을 하면서 내가 다니던 학교의 턱없이 부족한 기숙사 시설 덕분에 한학기만 제외하곤 친척집, 고시원, 하숙 생활을 돌아가며 했던 내 대학시절이 생각나 중국의 이런 시스템이 은근히 부러웠다.

 

우리반 친구들이 입에 침을 튀기며 너무 열악하다고 하는 석사생 기숙사 시설도 내가 보기엔 사실 가격대비 천국처럼보였다. 당시 내가 있던 유학생 기숙사는 한달에 약 2000 RMB 한화로 40만원 정도의 비용이었는데, 현지 중국인들의 기숙사 비용은 한 학기에 800 RMB 한화로 16만원도 안되는 비용이었으니, 200 RMB, 즉 내 기숙사비와는 열배 정도 차이나는 금액이었다.

 

물론 시설은 많이 차이가 난다. 나는 1인실에 개인 욕실, 하우스키핑에서 매일 청소를 해 주고 1주일에 한번 침대 시트를 갈아주는 나름 호텔형 기숙사였고, 중국인들기숙사는 3 1실에 공동욕실, 공동화장실, 건물과 시설도 허름했다. 그래도 한 달에 200RMB 남짓한 비용이라니, 사실 공짜와 다름없는 비용이었다. 나는 속으로 누가 이렇게 비싼 기숙사에 살고 싶다 했단 말인가? 나도 시설 좀 안좋아도 되니까 싸게 살고 싶다고~! 라고 외쳤다. 나는 중국인들과 같이 저렴하게(?) 생활하고 싶어도 외국인 유학생의 신분이라 중국인 기숙사 입사자체가 불가능했다. 

 

 

* 남자 기숙사 - 정말 청소를 안한다. -_-;여자 기숙사는 이정도는 아니다.

 

 

아무튼 입학전 오리엔테이션이 막 끝난 어느날 반 친구 세명이랑 학교식당에서 밥을 먹는 자리가 있었다. 기숙사 얘기를 나누고 있는데 한 친구는 이미 결혼을 했고 북경에 자기집이 있는데도 기숙사 신청을 했다는 것이었다. 알고보니 이 친구처럼 북경에 살고 기혼에 애기까지 있는데도 불구하고 기숙사에 사는 친구들이 많았다. 나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 ‘아니 집도 가까운데 편한 집 놔두고왜 기숙사 생활을 하려는 거야? 아무리 그래도 나 같으면 집에서 자지 기숙사에서 안 잔다. ‘ 하도 이해가 안되어 난 그 친구에게 물었다. 집도 가까운데 왜 기숙사 신청을 했는지..

 

그런데 그 친구의 대답, 너무 황당하다. “낮잠 자야지~!”

팡리이라는 이 친구는 오히려 내가 이상하다는 듯이 날 쳐다보며, 수업 사이에 시간이 나면 기숙사로 가서 낮잠을 자야 한다는것이었다. 낮잠을 자기 위해 기숙사를 신청하고 집에서 침구들을 챙겨왔단다. 물론 기숙사 비용이 저렴했기 때문에 가능했겠지만 그래도 낮잠때문에 기숙사를 신청하다니.

 

에잉? 왠 낮잠?’ 처음엔 너무나 의아했다. 그런데 학기가 시작하고 나서 보니 대부분의 친구들이 과제가 아무리 많고 바빠도 수업사이, 오후시간에 낮잠을 자는 것이었다. 보통 오전수업이 끝나고 같이 학생식당으로 우르르 몰려가 밥을 먹고는 각자 기숙사로 가 30분에서 한 시간 낮잠을 자는 것이 일상생활화 되어 있었다. 점심을 먹고 기숙사로 갈 때는 난 좀 잘게혹은 잘 자라는 인사를 주고 받았다.

 

이게 바로 문화 차이인가? 나는 전혀 몰랐던 사실에 처음에는 문화적 충격을 느꼈다. 시에스타(낮잠) 문화는 남미나 유럽쪽에만 있는 줄 알았는데 중국에도 있는지는 처음 알았던 것이다. 중국사람들은 기본적으로 짧은 낮잠을 자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고 그러기에 조건이 된다면 다들 낮잠을 권하고 청하는 분위기 이다. 그래서 점심시간이 2시간인 회사나 기관들도많고 점심시간이 1시간이라도 오후 2시까지는 업무 연락이나 방문을 하지 않는 것이 어느정도 예의라고 할 수 있다. 또 점심시간이 짧더라도 사무실에 보면 간단히 점심을 해결하고 엎드려 자는 직원들을 심심찮게 발견할 수 있다.

 

처음엔 어색했던 낮잠 문화였다. 하지만 왠걸다들 낮잠을 자니까 나도 한 번 자볼까 하던 낮잠 습관이 몸에 베는데는 1주일도 걸리지 않았다. 아니 가끔은 살짝 자야 하는 낮잠을 너무 깊이 자버리는 바람에 저녁까지 일어나지 못한적도 몇 번 있었다. 낮잠 자는 습관이 드니 나도 커피를 마시며 오후 졸음을 참는 것 보다 낮잠을 자는것이 오후를 활기차게 하고 정신건강, 신체건강에도 좋다는 느낌을 받았다. 대신 너무 오래자면 하루가 심하게 짧아지니 조심해야 한다.  

 

 

 

 

* 낮잠을 위해 기숙사를 신청했던 팡리이 -_-;

 

 

 

 

 

 

칼럼니스트 김지영

김지영 칼럼니스트는 고려대학교 중어중문학과를 졸업하고 삼성에버랜드에 들어가 푸드컬처 사업부 소속으로 일하다가 중국 칭화대학교 MBA 과정에 유학 갔다. MBA 과정을 마치고 락앤락의 상하이 현지법인에서 B2B팀장으로 3년간 근무한 뒤 독립해 상하이에서 씨케이브릿지 컨설팅을 설립했다. 저서 : <사막여우 중국MBA 가다>2013.12, 필맥출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