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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MBA

[김지영 칼럼][중국 MBA/첫학기] 07. 미시경제학 (ME, 管理经济学)

07. 미시경제학 (ME, 管理经济学) 

 

9-16

화요일 14:00-16:25, 목요일9:50-12:15

육교관(六6A413

Robert PindyckMicroeconomics 第六版英文影印本, 清华出版社

닝샹동(宁向) 교수

 

미시경제학의 닝샹동 교수님은 수업에 들어가기 전부터 호랑이 교수님이라는 소문이 자자했다.굉장히 엄격하시고 학생들에 대한 요구수준도 높다고 정신을 바짝 차리고 수업에 들어가야 한다고 했다.아니나 다를까 첫수업의 분위기가 매우 살벌하고 또 진지했다. 교수님은 청화대 경제관리학원의 3(학사-석사-박사)에 미국 하버드대, 일리노이대등에서 방문학자로 경력을 쌓으셨고 학계에서도 명성이 자자하신 분 이었다.  

 

 

 

 

하루는 미시경제 수업을 듣고 기숙사에 와서 텔레비젼을 틀었는데 방금 본 닝교수님이 대담프로에 패널로 나오고 계셔서 깜짝놀란 적이 있었다. 중국에서는 꽤 유명한 프로그램인 대화(对话)’라는 프로그램이었다. 그후 텔레비젼에 나오는 교수님의 수업을 직접 듣는다고 생각하니 왠지 뿌듯하고 내가 정말 비싼 수업을 듣는구나 하는 생각에 더 열심히 수업을 듣게되었다. 교수님은 그 뒤로도 종종 텔레비젼에 경제관련 패널로 출연하셔서 다른 사람들에게 내가 직접 수업을들은 교수님이라고 자랑할 꺼리를 만들어 주셨다. 한 번은 CCTV에서 제작한 기업의 역량(公司的力量)’이라는 다큐멘터리를 보는데도 교수님이 출연하여 인터뷰 하신 장면이 나와서 정말 뿌듯하고 자랑스러웠던 적이 있다.  

 

닝교수님은 시종 중국경제와 세계경제에 비판적인 관점으로 여러가지 현황을 분석하고 그에 대한 새로운 시각과 시사점을 우리에게남기셨는데, 그런 교수님의 강의를 듣는 우리의 수업 분위기도 매우 뜨거웠다. 특히 외국인의 시각에서 중국은 항상 대국주의와 자기들이 최고라는 자만에 빠져있는 국가라는 느낌이 들 때가 많았는데, 이렇게 자국의 현황에 대해서 객관적이고 비판적인 관점을 지닌 의식있는 학자도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 중국에 와서 수업을 들으면서 강의시간에 음식물을 먹거나, 심하게 딴짓을하거나, 심지어 손톱을 깎는 반 친구들을 보고 충격을 받은적이 몇 번 있었다. 이런게 문화의 차이인 걸까? 우리나라도 지금 대학 강의실 풍경은이렇게 변해 있는데 나만 그것도 모르고 너무 까다로운 잣대로 이들을 보고 있는 걸까? 앞에서 교수님이 강의를 하시는데 학생들이 너무 예의를 갖추지 않고 수업을 듣는 것 같아 그런 분위기에 적응하기 힘들었던 적이 한 두번이 아니었다. 그러던 어느날 MBA 입학 후 처음으로 닝교수님이 학생들의 수업태도에 대해서 언급하셨다. 본인이 하버드대에 있을 때 한국인 학생들이 교수들을 어떻게 대하는지 보고 정말 깜짝 놀랐다며 정중하게 인사하고 존경하는 태도가 몸에 베인 한국인 학생들 얘기를 하셨다. 그리고 유교의 발상지는 중국인데 그런 유교의 문화가 중국에서는 제대로 이어오지 못하고 오히려 한국에서 더 잘 지켜지고 있는 것에 중국도 반성하고 노력해야한다고 하셨다. 그 밖에도 너무 시끄럽고 웅성웅성한 중국 학생들의 평소 수업 태도도 언급하셨다. 나는 속으로 교수님이 평소 내 생각을 대신 말해주시는 것 같아 속이 후련했지만 과연 얼마나 많은 학생들이 교수님이 말씀하신 내용을 이해할까 싶기도 했다. 문화의 차이라는 것은 직접 겪어보지 않으면 확 와닿지 않는 부분이 많기 때문이다. 아무튼 중국도 앞으로 점점 긍정적으로 변화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또 그렇게 되었으면 하고 말이다.    

 

미시경제 역시 과제가 많고 또 어려웠다. 매 수업마다 과제가 주어졌고 과제는 초반에 단답형 문제와 후반 사고형 문제로 나뉘어져 있었다. 정말 마음먹고 푼다면 (내가 풀 능력이 있다는 가정하에) 하루는 통째로 과제에 쏟아부어야 완성할 수 있는 양이었다. 그러나 1학기 후반부로 오자 학생들의 요령도 점점 늘어나 각종 편법으로 과제를 완성하여 제출하는 사례가 급증했다. 반에는 고정적으로 모범답안을 배출(?)해 내는 공부를 즐기는 미시경제 천재들이 몇 명 있었고, 이 친구들이 첫타자로 밤새워 만든 몇 개버젼의 답안이 친구들 사이에 배포되면, 나머지들은 그 답안을 참고하여 자기 버젼의 과제를 만들어 내는것이다. 나도 예외는 아니었다. 일단 살아남고 보자는 생각에여러 친구들의 답안을 참고하고, 짜집기 하여 제출하는 빈도가 늘어났다.그래도 수업을 완전히 통과 하기위한 목적으로 대충대충 듣지는 않았다. 미시경제 역시 준비해간 한국교재로 자습을 병행해 갔다. 나는 당시 맨큐의 경제학책을 준비해 갔는데 이론을 읽고 연습문제를 풀고 해설을 인터넷에서 찾아보는 식으로 공부를 했다. 

 

교수님은 부교재로 이코노믹 씽킹(the economic naturalist: in search of explanations for everydayenigmas)’이라는 책을 정해서 우리가 스스로 스터디 하게 했는데, 생활속에서 항상경험하는 모든 현상이 사실은 경제학과 밀접하게 관련이 있다는 내용으로 무심코 지나쳤던 현상을 다시 한 번 경제학적인 마인드로 진지하게 사고해 보는 계기를 마련해 주었다. 그리고 매 강의를 듣고 생활속에서 부딪히는 유사한 케이스에 대해 토론할 과제를 두 개씩 게시판에 올리도록 했는데, 좋은 주제를 올리면 교수님이 검토하시고 다음 수업시간에 그 주제에대해 토론하고 강의하는 식으로 진행이 되었다. 내 문제는 채택이 되지 않았지만 왜 중국의 하겐다즈는 한국보다 비싼가?’라는 문제를 내었던 것이 기억에 남는다.

 

버거울 정도로 많은 과제를 주시고 웃는 모습을 거의 보여주지 않으시는 무서운 닝교수님이셨지만 강의하는 열정만은 최고였고, 우리 모두가 중국을 그리고 세계를 더욱 진보하는 방향으로 이끌어 갈 수 있는 좋은 기업인, 경제인이 되기를 바라고 계시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미시경제강의를 듣는 내내 스스로 경제적으로 생각하는 습관이 몸에 베는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단순히 과제를 위해 공부하는 것이 아니라 정말 깊게 문제에 대해 생각해 보는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

 

한편, 조별 과제가 많아서 묻어갈 수 있었던 다른 과목에 비해 미시경제는 완전 홀로서기를 경험하는 수업이었다. 숙제를 베끼건 말도 안되게 알아서 해 가건 어쨌든 100% 내 개인의 이름으로 제출하고 기말고사도 치루었다. 열심히 독학도 하고 연구도 하였지만 재능의 한계로 인하여 미시경제 전체 성적은 MBA 전과목을 통틀어 가장나쁜 점수인 62점을 받았다. 간신히 과락을 면한 부끄러운 점수였다. 아마도 전체에서 내가 뒤에서 1,2등이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칼럼니스트 김지영

김지영 칼럼니스트는 고려대학교 중어중문학과를 졸업하고 삼성에버랜드에 들어가 푸드컬처 사업부 소속으로 일하다가 중국 칭화대학교 MBA 과정에 유학 갔다. MBA 과정을 마치고 락앤락의 상하이 현지법인에서 B2B팀장으로 3년간 근무한 뒤 독립해 상하이에서 씨케이브릿지 컨설팅을 설립했다. 저서 : <사막여우 중국MBA 가다>2013.12, 필맥출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