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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MBA

[김지영 칼럼][중국 MBA/첫학기] 06.통계학 (DMD, 数据、模型与决策

06. 통계학 (DMD, 、模型与决) 

 

9-16

월요일 13:30-15:05, 수요일 8:30-11:55

육교관(六 6A411

Data, Models and Decisions: the Fundamentalsof Management Science, 中信出版社,2000

예칭(叶青) 교수

 

통계학(DMD)은 나에게는 조금은 특별한 과목이라고 할 수 있다. 바로 1년전에 결혼한 남편과 나를 부부의 인연으로 맺어준 수업이기 때문이다. DMD수업은 일주일에 두 번 총 5시간으로 꽤 높은 강도로 진행된 수업이다. 기업경영 과정에서 여러가지 숫자로 나타난 데이터들을 어떻게 분석하고 또 의사결정에 반영하는 지에 대한 수업으로, 수업을 듣는 내내 굉장히 실용적인 과목이라고 생각했다.  교수님은 30대 중반의 미국유학파로 다른 교수님들에 비하면 옷차림부터 외모까지 그야말로 산뜻하고 세련된 훈남스타일이었다. MBA 과정중에 정말 유일하게 눈도 즐거운 수업이었다. 나이로만 어림 잡았을 때 강의를 시작하신지 얼마 안 되었을텐데도 예리하고 또 프로다운 카리스마 있는 모습으로 강의를 하셨다. 그래서 학생들의 수업 집중도도 높은편이었다.  

 

 

 

*예칭 교수님 

  

청화대는 교수님들 대부분이 청화대 출신인데, 본인이 청화대 출신이라는 데 자부심이 대단해 보였다. 예칭 교수님도 학사와 석사를 청화대에서 졸업하고 미시건대에서 박사과정을 마치고 돌아온 수재였다. 청화대에 관련해서는 농담으로 학부생은 금메달, 박사생은 은메달, 석사생은 동메달이라는 말이 있는데 그만큼 학부생으로 청화대에 입학하기가 가장 어렵고 학교에서도 학부생에 대한 대우가 가장 좋다는 농담아닌 농담이다. 학부생, 석사생, 박사생은 기숙사, 교수나 강의실 배정, 장학금 제도 등등 여러가지 면에서 차이가 있다고 하는데 석사생에 대한 처우가 가장 떨어져서 볼멘 소리를 하는친구들이 많았다. 또 하나 2청이니, 3청이니 하는 말이 있는데 이는 학사-석사 등 청화대에서 2개 학위를 졸업한 것, 학사-석사-박사까지 3개 학위를 졸업한 것을 일컫는다. 어떤 친구가 농담으로 자기는 7청을 봤다고 하는데, 그것은 부속유치원, 소학교, 중학교, 고등학교부터 학사, 석사, 박사까지졸업한 것을 일컫는다. 조금 과장되긴 했지만 중국사람들의 청화대 출신을 어떻게 여기는지 알 수 있는 얘기다. 맹모삼천지교라는 말도 있지만 청화대와 북경대가 위치한 해정구海淀区)의 고등학교들은 청화대 북경대 입학률이 높아서 열성 부모들이 기를쓰고 이 지역으로 이사를 와 자녀들을 이 지역 학교로 입학시키려고 한다고 한다. 그래서 학교 근처의 집값이 다른 지역에 비해 유독 높다고 한다. 그런 말을 듣고나니 학생식당에서 자주 보게되는 청화대 부속 고등학교 학생들이 조금은 달리 보였다.

 

아무튼간에 첫수업을 들어가기 전부터 나는 이 통계학(DMD) 수업을 무사히 통과하려면 반드시 조를 짤 때 좋은 조에 들어가야 한다는 역사적(?) 사명을 띠고 사전 물색 작업에 들어갔다. 아마도 재학중에도 학생들끼리 네트워킹을 잘 하라는 의도인 듯 한데 MBA는특이하게도 졸업앨범이 아닌 입학앨범을 재작해 학생들에게 배포한다. 이 입학앨범을 보면 사진, 이름, 출신학교, 출신회사, 핸드폰, 이메일 연락처 등이 상세히 나와 있어 같은 반 친구들, 우리반이 아닌 I반이나 P반동기들의 신상명세를 자세히 알 수 있다. 앨범에 본인이 관심있는 회사 출신이 있으면 연락해 이야기를나누거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것이다. 나는 우리반의 리우멍刘猛)이 수학전공이라는 사실을 알아내고 조편성을 할 때 쏜살같이 같은 조에 넣어달라고 할 만반의 준비를 하고 첫 수업에 들어갔다.

 

아니나 다를까 훈남 교수님을 감상할 시간도 없이 교수님은 4 1조로 조를 짜라고 하셨다. 나는 미리 메모해간 리우멍의 핸드폰 번호로 곧장 문자를 보냈다. “리우멍, 나 너랑 같은 조에 넣어줄 수 있어? – 김지영그러자 바로 답문자가 왔다. “좋아. 문제없지~” , 그때의 감동이란나는 기분이 너무 좋아 날아갈 것만 같았다.

 

월 수 일주일 두 번 수업에 과제의 양도 적지 않았다. 양도 많았지만 분석하고 풀어야 하는 과제도 보통 어려운 내용이 아니었다. 내용도 무슨 분포 무슨 회귀 도통 알아듣지 못하는 내용들 뿐이었다. 나는 과제를 누가 하고 그 답이 맞는지 안 맞는지를 떠나서 수업을 이해하고 따라가고 싶었다. 그래서 수학의 정석을 다시 꺼내 보고 과제를 나 혼자 먼저 풀어보고 모르는 내용을 리우멍에게 따로 배우는 식으로 공부를 해 나갔다. 나와 리우멍을 제외한 나머지 두명은 당시 일을 하면서 공부를 병행하는 터라 자주 수업에 빠지고 조별 과제를 위한 스터디에는 거의 나오지 않았는데 덕분에 우리는 거의 매일 빈강의실, 카페등에서 단둘이 스터디를 했다. 사실은 1:1 과외나 마찬가지였지만 말이다.

 

나중에 남편에게 들은 말이었지만 남편은 입학한 후로 쭈욱 나를 관심있게 지켜보았다고 한다. 그리고 통계학(DMD)수업 조편성 때 내 문자를 받고 너무 기뻤다고 한다. 그리고 나에게 잘보이기 위해 수업관련 예복습은 물론이거니와 과제 때문에 밤을 지샌적도 많았다고 한다. 그랬으면서막상 나를 만나서 가르쳐 줄 때는 마치 본인이 처음부터 잘 알고 있었던 것처럼 너무 쉬운 문제를 풀듯이 은근히 잘난척 하면서 가르쳐 주던게 생각난다. 그렇게 자주 만나면서 우리는 많은 대화를 나누었고 공부하고 같이 밥 먹고 기숙사까지 데려다 주고 하면서 차츰정이 쌓였다. 중국인과 결혼을 반대하는 부모님 때문에 결혼까지는 우여곡절이 아주 많았지만 아무튼 이수업이 지금 내 옆에 있는 남편을 만나게 해 준거나 마찬가지니 나에게는 정말 감사한 수업이 아닐 수 없다.

 

그리고 또 하나 한국인 유학생 중에 모 증권사에서 여러가지 데이터를 기반으로 금융상품을 만드는 일을 하시다 스폰서로 유학오신 DMD의 달인 손강수 오라버니가 계셨는데, 우리는 한국인 스터디 그룹을 만들어 손강수 박사님을 특별 초빙하여 같이 강의를 듣고 토론하는 시간을 가졌다. 다들 이런 자리가 절실했기 때문인지 매번 많은 한국인 동기들이 스터디에 참석하였고 수업보다 더 진지하게 듣고 토론하며 공부했다. 현장에서 실무로 다져진 손박사님의 쉬운 강의는 나같은 비전공 자에게 정말 금쪽같은 명강의였다. 더군다나 우리나라 말로 해주시는 강의는 어찌나 귀에 쏙쏙 들어오던지, 눈물이 앞을 가리는 꿀맛같은 시간이었다.

 

과제는 조별 과제로 그럭저럭 해 나갔지만 후반부로 갈 수록 내용은 점점 어려워져 가기만 했다. 게다가 기말고사를 제대로 보기로 작정한 교수님은 수업시간 마다 제대로 듣지 않으면 과락할거라며, 지난 학기에 두 명이 과락했다는 등의 말로 우리를 협박하시곤 했다. 내가 기말고사를 잘 칠 수 있을까 또 다시 걱정이 앞을 가렸다. 어쨌건 드디어 시험의 그 날이 왔다.

 

시험 시작 전 반 친구들 얼굴에 모두 긴장감이 가득하다. 웅성웅성 거리는 모습들이 이 수업과 시험에 다들 신경을 많이쓰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자세히 생각이 나진 않지만 단답형 문제들과 주어진 데이터를 분석해서 답안을 작성하는 복잡한 문제들이 같이 나왔던 것 같다. 나도 걱정보다는 잘 본 느낌으로 열심히 시험을 치루었다. 나중에 개인시험 성적이 공지가 되었는데 우리반 유일한 수학 전공자로 내가 철썩같이 믿어 온 리우멍은 85점인가? 아무튼 80점대 점수였고 반면 리우멍의 베스트프렌드인 양즐(杨智) 100점으로 만점을 맞는 기염을 토했다. 내가 어찌 점수가 그렇게 낮을 수 있냐며 핀잔을 주었지만 느긋한 리우멍은 아랑곳 하지않고 자기가 몇 문제 문제를 잘못 이해했다며, 패스하면 되지 점수가 뭐 그리 중요하냐고 웃어 넘긴다. 나도 전체평가 80(60점 미만이면 과락)으로 스스로 만족할 만한 성적으로 통계학(DMD) 수업을 마무리했다.

 

우리반에는 나와 리우멍 말고도 한 커플이 더 있었는데 이 커플도 나중에 결혼을 하여 부부가 되었고 1반에도 결혼까지 하는 커플이 한 커플 생기는 등 우리학번 MBA 과정은 사랑에도 많은 결실을 맺은 학번이었다. 아마도 힘든 학업을 하는 동안 서로 도와주고 챙겨주면서 정이 들고 또 많은 시간을 같이 보내면서 자연스럽게 사랑이 싹튼 게 아닌가 생각한다. 바쁜 직장생활을 하는 솔로들은 사실 사내연애가 아니면 누군가를 만날 기회도 시간도 거의 없고, 혹여 만나는 사람이 있더라도 주말에 한 두어번 볼 여건밖에 되지 않아 오랜시간 사귀었지만 시간으로 따지면 그 시간이 얼마 되지 않는다. 그러나 MBA 과정에서는 각자 현업을 떠나 순수하게 학생의 신분으로 돌아와서 같이 캠퍼스에서 생활하니 한달을 만나도 바깥세상에서 일년을 사귄 이상으로 서로 깊이있게 알게 되는 것 같다   

 

 

 

* 우리반의 또다른 커플  

 

 

 

 

칼럼니스트 김지영

김지영 칼럼니스트는 고려대학교 중어중문학과를 졸업하고 삼성에버랜드에 들어가 푸드컬처 사업부 소속으로 일하다가 중국 칭화대학교 MBA 과정에 유학 갔다. MBA 과정을 마치고 락앤락의 상하이 현지법인에서 B2B팀장으로 3년간 근무한 뒤 독립해 상하이에서 씨케이브릿지 컨설팅을 설립했다. 저서 : <사막여우 중국MBA 가다>2013.12, 필맥출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