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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MBA

[김지영 칼럼][중국 MBA/첫학기] 04. 매니지먼트 입문 管理导论

 

 

 

4. 매니지먼트 입문 管理导论 

 

1-8

화요일 13:30-12:15

육교관(六6A413

代管理清华出版社,2007

장리쥔( 교수

 

매니지먼트 수업은 8주 강의가 끝나고 있었던 시험 에피소드로 내 기억에 깊이남은 수업이다. 첫 수업에 만난 장리쥔 교수님은 내가 중국에 오기전에 유학생활에 대한 걱정으로 꾸던 악몽에 나오는 상상중의 중국인 교수님 모습을 그대로 하고 있었다. 비교적 아담한 키에 가끔 속에 입은내복이 보이는 촌스러운 옷차림, 주무시다가 그대로 일어나서 나오신 듯한 눌린 뒷머리, 그리고 가장 결정적인 것은 쏼라쏼라라고 밖에 표현할 수 없는 알아들을 수 없는 중국말!!

 

첫 수업을 들은 나는 경악할 수 밖에 없었다. 강의하시는 내용을 몇 개 감탄사외에는 알아 들을 수가 없었고, 그 와중에 나는 알아 듣기 위해 온 신경을 교수님 말씀에 집중하느라 거의 탈진 상태가 될 것 같았다. 당시의 일기에 따르면 나는 숨을 쉴 수 조차 없는 초긴장 상태로 수업을들었다. 절망적인 것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여전히 교수님이 하시는 말씀을 1%도 못알아 듣고 있다는 것이었다. 나는 이 모든 것이 중국어 실력이 미천한 나의 잘못인것만 같아 마음으로 자책하고 또 자책하고 있었다.

 

하루는 수업을 듣다가 느긋한 표정으로 수업을 듣고 있는 옆자리 친구에게 물었다. “넌다 알아듣고 있니? 난 정말 하나도 못 알아 듣겠어..” 그러자 그 친구 왈 지영, 사실 나도 못알아 듣고 있어. 그러니 너무 그렇게 걱정하지마. 아마 우리반 대부분이 못알아 듣고 있을껄?” 난 그 친구의 대답을 듣고 깜짝 놀랐다. 나뿐만이 아니라 다른 중국인 친구들도 못알아 듣고 있다니, 그리고 그걸 저렇게 태연하고 천진난만한 표정으로 대답하다니. 나중에 알고보니 장교수님은 하북인지 하남 사투리를 쓰셨는데, 그지역 사투리 치고도 억양이 특이하고 꽤 심하신 편이라 다른 친구들도 정말 잘 못알아 듣고 있었다.

 

그러다 보니 수업의 집중도가 떨어질 수 밖에. 반친구들은 각자 자기만의 세계에 빠져들고 있었다. 노트북을 켜놓고 주식시장을 살펴보는 친구가 있는가 하면, 꾸벅꾸벅 조는 친구, 핸드폰 문자를 보내는 친구, 심지어 수업시간인데도 불구하고 손톱을 깎는 친구들도 있었다. 나는 도저히 안되겠다 싶어 강의시간에 교재를 정독하기로 했다. 그냥 멍하니 못알아듣는 수업을 들으며 시간을 낭비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교수님 앞에서 딴짓을 할 수도 없으니 나 혼자 자습이라도 해야겠다 싶었다. 교수님께는 죄송했지만 교재라도 읽으니 마음이 편안했다. 그리고 시간도 잘 갔다.

 

다른 수업도 마찬가지였지만 수업이 끝나면 꼭 반친구들에게 과제가 있는지 있으면 정확히 뭔지 물어서 적어가야 했다. 가끔 과제가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고 혼자 기숙사로 갔다가 뒤늦게 알고 낭패를 보는 경우가 있었다. 중국인 친구들은 기숙사를 같이 사용하기 때문에 스스로 다 챙기지 않아도 룸메이트가 알려주거나 혹은 과제를 하는모습을 보고 자기가 몰랐던 과제가 있었는지 알게 되지만 밖에 나가 살거나 나처럼 유학생 기숙사에 살면 다음 수업까지 까맣게 모르는 경우가 발생하곤했다. 매니지먼트 수업은 특히 수업내용을 못 알아 들으니 수업이 끝나면 꼭 반장이나 부반장을 찾아가 확인을 하곤 했다. 나중에는 교수님이 내준 과제가 있다는 것을 잘 모르는 친구들이 워낙 많아서 반장이 전체 메일을 보내 과목별 과제와 요구사항을 알려주곤 했다.

 

MBA를 공부하면서 항상 느낀 점은 반친구들이 서로 도와주고 자기가 가진것, 아는 것을 내어주는 데 인색함이 없다는 것이었다. 물론 소수의 자기중심적이고 나만 잘 하면 된다는 이기주의적인 친구들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한국과 비교하면 사람들이 전체적으로 더 순수하고 공동체 지향적이고 이타적인 것은 MBA 기간 내내 내가 몸소 느낀점이다. 이 기간과 또 여기서 만난 친구들이 있었기 때문에 나는 졸업 후 중국에서 근무하면서 만난 소위 한국사람들이 말하는 믿을 수 없는 중국사람, 돈만 밝히는 중국사람, 문화수준이 낮은 중국사람의 편견에서 어느정도 자유로울 수 있었다. 아마 나도 바로 일을 하면서 중국사람들을 알아가기 시작했다면 이런 부정적인 시각으로 중국사람을 보았을 수도 있었을 것 같다.

 

 

 * 매니지먼트 조별과제 토론 중

 

2008 11 12, 8주간의 수업이 끝나고 치른 매니지먼트 과목 시험날에도 친구들에게 감동할 수 밖에 없는 에피소드가 있었다. 나에게는 중국에 유학 온 첫학기의 첫시험이었다. 다른 과목들은 조별 과제도 많고 다양한 평가항목으로 평가를 했는데 이 과목은 학기말 시험으로 평가를 한다니 긴장되지 않을 수 없었다. 혹시나 과락을 하지는 않을까? 그래서 졸업을 못하면 어쩌지? 하는 걱정이 아른거렸다. 더군다나 수업시간 내내 교수님 말씀을 제대로 못알아 들어 끙끙거렸으니 더 긴장되었다.

 

시험은 6강의실의 제일 큰 대강의실에서 F1,F2 두개반 합동으로 이루어 졌다. 주어진 시간은2시간. 처음에 긴장했던 나는 시험지를 받아보고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생각보다 시험내용이 쉬웠고 객관식이 대부분이라 찬찬히 문제만 잘 읽고 푼다면 과락까지는 하지 않을 것 같았다. 정신을 가다듬고 하나하나 문제를 풀고 있을 때, 이게 뭐람, 시험 시작 20분도 되지 않았는데 반친구들이 하나 둘 나가기 시작하는게 아닌가? 급기야 30분 정도 되었을때는 교실에 남아있는 사람이 10명도 채 되지 않은 상황이 되었다. 나는 크게 당황하기 시작했다. 문제를 다 풀려면 한참 남았고 내게 주어진 시간도 1시간 반은 더있었지만 텅빈 강의실과 앞에서 시험감독을 하는 교수님을 보니 초초함이 밀려왔다. 그리고 초초함에 집중력은 점점 떨어졌다. 교수님이 앞에서 소리치셨다. “아직 시간은 충분하니까 천천히 하세요!” 하지만 내게는 이말이 마치 나를 재촉하는 소리처럼 들렸다.    

 

나는 속으로 생각했다. ‘어쩔 수 없다. 그렇지만 과락할 수는 없으니 얼굴에 철판을 깔고 집중해서 내 페이스대로 문제를 풀자.’ 나는 심호흡을 하고 다시 문제를 하나하나 풀어나갔다. 그 순간 만큼은 긴장감도 잊고 목뒤로 땀이 흐를만큼 최선을 다해서 시험을 치뤘다. 문제를 다풀고 시험지를 제출하려고 주위를 둘러보니 나 말고도 아직 네 명이 더 있었다. 나는 속으로 나말고도 시험이 어려웠던 친구들이 있었나 보네, 하면서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그날 저녁 반 전체 회식이 있었다.  시험이 끝나고 남은 친구들과 함께 나란히 자전거를 타고 기숙사 쪽으로 향했다. 내가 한 친구에게 물었다. “오늘 시험칠 때 애들봤어? 30분도 안되서 우르르 다 나가는거? 근데 너는 왜 이렇게 늦게 제출한거야?” 그 친구가 말했다. “? 난 너 시험끝날때까지 기다렸는데? 아무도 없으면 너 긴장되서 시험 못 칠까봐~” 그때 옆에 있던 다른 친구가 말했다. ”너도 그랬어? 나도 지영이 혼자 있으면 힘들까봐 시험 다치고 다른 책 보면서 기다렸지..” 알고보니 나머지 친구들도 사실은 벌써 시험문제를 다 풀고 내가 시험을 다 치기를 기다려 준 것이었다. 서로 약속이나 한 듯이 말이다. 갑자기 눈물이 핑 돌았다. 난 이 친구들에게 해 준 것도 없는데 바라는 것도 대가도 없이 너무나 호의적으로 나를 대해주는 친구들이 정말고마웠다. 

 

매니지먼트 수업은 그렇게 감동의 기말고사로 마무리 되었고, 나는 다행히 과락하지 않고 첫학기를 넘겼다.

 

 

 

 

칼럼니스트 김지영

김지영 칼럼니스트는 고려대학교 중어중문학과를 졸업하고 삼성에버랜드에 들어가 푸드컬처 사업부 소속으로 일하다가 중국 칭화대학교 MBA 과정에 유학 갔다. MBA 과정을 마치고 락앤락의 상하이 현지법인에서 B2B팀장으로 3년간 근무한 뒤 독립해 상하이에서 씨케이브릿지 컨설팅을 설립했다. 저서 : <사막여우 중국MBA 가다>2013.12, 필맥출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