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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MBA

[김지영 칼럼][중국 MBA/첫학기] 05. 회계학 会计学

 

 

5. 회계학 会计学

 

5-16

금요일 15:20-18:40

육교관(六 6A213

会计学清华出版社,2006

천우차오(武朝) 교수

 

 

 

* 허원과 함께

 

 

솔직히 회계학 수업은 내 기억에 많이 남아있지 않은 인상이 희미한 수업중의 하나이다. 아마도 나의 뇌는 너무나 분명하게 문과머리와 이과머리로 나누어져 이과쪽 과목은 내가 들어설 영역이 아니라고 판단하고 마음속으로 깊게 거부를 하고 있는 게 아닌가 싶다.이런 나이기에 회계학 수업을 시작할 때에는 수업을 잘 통과할 수 있을까에 대한 두려움도 크고 걱정도 많았다.

 

회계학 수업은 5주차에 시작되었기에 어느정도 친한 친구들이 생겼다. 허원(何雯)도 그중에 한명이었다. 내가 중국에서 MBA를 무사히 졸업하는데 그 공로로 따졌을때 두번째라면 서운해할 정도의 친구이다. 말이 친구이지 우리반 친구들의 연령대는 실로 다양했다. 당시 스무네살로 대학을 졸업하고 막 1~2년 직장 생활을 하다 들어온 친구들도 있었고 마흔을 넘은 나이에 느즈막히 들어온 친구들도 있었다. 중국이 한국과 다른 점을 들자면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그 중에 하나가 바로 나이를 뛰어넘은 친구관계가 가능하다는 점이다. 한국은 높임말과 호칭 등 언어의 영향을 받아서인지 한살만 나이 차이가 나도 언니, 오빠, , 누나, 동생, 선배, 후배 서열을 따지고 그것도 빠른 몇년생이니 학교를 언제 들어갔니, 재수를 했니 안했니, 복잡하기 이를데가 없지만 중국은 다들 이름 내지 애칭으로 부르고 나이에 따라 앞에 노(老)자나 소(小)자를 붙여 부르긴 해도 서로 격의 없이 지낸다. 처음에는 이런 언니, 오빠들을 동갑내기 친구처럼 대한다는게 어색했지만 시간이 갈 수록 오히려 나이를 초월한 친구관계 그리고 편한관계가가능한 이런 문화가 더 좋게 느껴졌다. 히딩크가 한국 축구팀을 맡고 제일 먼저 한 일이 호칭을 바꾸는것이었다고 하는데, 나역시 한국은 이런 서열따지기 문화에서 오는 에너지의 낭비가 적지 않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아무튼 허원은 나보다 4살이 많은 언니(?)로 성도(成都)에서 국영 제약회사에서 근무하다가 가족들과 떨어져 혼자 공부를 하러 북경으로 온 케이스였다. 성도중의약대를 나온 수재로 모든 면에서 똑소리나게 또 열심히 해서 배울 점이 많았다. 입학 후 처음 학생슈퍼에서 우연히 만나 같이 운동장을 돌면서 산책을 하고 그 후로도 자주 운동장 걷기 데이트를 하면서 친해졌고 부족한 중국어로 눈물겨운 사투를 하고 있는 나를 친언니 이상으로 많이 챙겨주었다. 아줌마 특유의 생존능력을 몸소 보여준 허원은 겉으로는 슈퍼우먼이었지만 속으로는 눈물이 많은 역시나 천상여자였다.  

 

회계학 수업이 시작되기 전 허원이 먼저 걱정이 늘어진 나에게 회계학 수업에 조를 짜면 우리둘이 같은 조를 하고 추가로 회계학을 잘 하는 한명을 섭외하자며, 그 한명은 자기가 섭외하겠으니 나보고 회계학 수업은 걱정 붙들어 매라고 했다.나머지 한명은 장샹훼이()라는 친구였는데 허원의 면밀한 뒷조사에 의하면 일단 회계에 정통하고 사람이 좋아서 안시켜도 알아서 과제를 도맡아 해 올것이라는 것이었다. MBA 수업을 듣다보면 조별로 과제를 하고 평가를 하는 수업이 많은데 이 때 자연히단체과제에 아무런 공헌도 하지 않고 날로 먹으려는 무임승차자 (Freerider,搭便들이 생기게 마련이다. 무임승차자들도 여러종류가 있는데 미안함을 밥을 산다던지, 반내 다른 활동이 있을 때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등 다른 방법으로 표현하는 친구가 있고, 계속 수업도 들어오지 않으면서 과제에 이름만은 꼭 올려달라고 연락하는 철면피같은 친구들도 있다. 시간이 지나면서 이런 프리라이더들은 열심히 수업을 듣는 친구들 사이에선 자연히 기피대상이 되었고 그래서 조편성의 시간이 되면 그런 친구들은 조를 찾지 못해 겉돌기 일쑤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친구들에게 늘 안쓰러움의 대상이던 나는 항상 무임승차 환영 대상이었다. 한국이나 다른 나라에서 MBA를 했으면 이런 큰 도움을 받지 못했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내가 MBA를 무사히 졸업한 것이 순수히 내 실력보다는 주위의 도움이 너무 컸던 게 아닌가 반성해 보기도한다. 그래도 처음 과제를 할 때는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없다고 생각했지만 나중에는 PPT 등 내가 기여할 수 있는 부분도 있다는 것을 발견하여 점점 열심히 조별 과제에 참여했다.

 

어쨌든 회계학 수업은 매 수업마다 교수님이 강의를 진행하시고 강의내용과 관련된 과제를 숙제로 제출하고, 마지막에 학기말 대과제의 성격으로기업분석 리포트를 내는 것으로 진행되었다. 과제는 돌아가면서 하였고 나도 몇 번 쉬운 부분에서 여기저기물어가며 과제를 했다. 그렇지만 마지막 대과제는 우리가 선정한 COFCO PROPERTY(中粮)라는 회사의 재무재표를 분석하는내용이었는데 허원과 장샹훼이에게는 미안하게도 거의 무임승차할 수밖에 없었다.

 

우리에게 수업을 해 주신 천우차오 교수님이 회계과에서는 알아주는 실력있는 교수님이라고 하는데 내가 강의를 잘 알아듣지 못하는 것이 너무 안타까웠다.그래도 비록 과제에 도움이 될 실력은 못 되었지만 이왕 MBA 공부를 하는데 회계공부는 필수라는 생각을 했다. 나중에 관리자가 되면 내가 잘하는 분야도 알아야 겠지만 회계나 재무 같은 분야에서 기초적인 지식은 필수이다. 지금이 아니면 또 언제 제대로 공부를 하겠냐는 마음으로 성적이나 과제를 떠나서 회계학을 공부해야 겠다고 결심했다. 그래서 중국에 오기전에 다른 분의 조언으로 미리 준비해간 회계학한국교재를 회계학 수업과 병행해서 자습해 나갔다. 회계학 외에도, 미시경제, 거시경재, 재무분석 등 몇몇 필수과목의 대표적인 한국교재를 준비해갔었는데 나중에 큰 도움이 되었다. 지금은 인터넷 서점에서 간단히 해외배송 신청을 할 수도 있지만 어쨌든 외국에 나가면 한국교재를 구하기가 그리 쉽지는 않은게 현실이다. 당시 한국 유학생들중에 내가 사간 책을보고 제본을 부탁한 경우도 있었는데 그중에 어떤 책은 제본만 8권 정도 했었다. 중국어 교재만 보다가 보는 한국교재는 그 이해도가 중국어 교재의 1000%는되는 기분이었다. 그 눈에 쏙쏙 들어오는 설명과 그림들공부가절로 되는 기분이었다. 그렇게 회계학 수업기간에 평소의 나라면 관심도 없었을 회계학원론을 정독하여 공부했다. 물론 수박 겉핧기 수준이겠지만 그래도 나 스스로는 뿌듯함을 느꼈다.  

 

 

 

 

 

 

 

 

칼럼니스트 김지영

김지영 칼럼니스트는 고려대학교 중어중문학과를 졸업하고 삼성에버랜드에 들어가 푸드컬처 사업부 소속으로 일하다가 중국 칭화대학교 MBA 과정에 유학 갔다. MBA 과정을 마치고 락앤락의 상하이 현지법인에서 B2B팀장으로 3년간 근무한 뒤 독립해 상하이에서 씨케이브릿지 컨설팅을 설립했다. 저서 : <사막여우 중국MBA 가다>2013.12, 필맥출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