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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MBA

[김지영 칼럼][중국 MBA/첫학기] 03. 커뮤니케이션

3.커뮤니케이션 管理沟通

 

 

1-16

월요일9:50-12:15

육교관(六教) 6A102

Guide to Managerial Communication(管理沟通指南第七版),清华大学出版社

왕꾸에이친(王桂琴) 교수

 

 

커뮤니케이션은 대부분의 수업이 8주 과정으로 진행되는것에 비해 16주 과정으로 진행되었지만 교수님의 수업방식 때문에 오히려 8주로 진행하는 수업보다 여러가지 면에서 임팩트와 퀄리티가떨어지는 느낌을 받았다. 마찬가지로 수업내용에 대한 기억보다는 이 교수님의 강의 방식과 마지막에 우리에게 남긴 인상이 나에게 중요한 교훈으로 남은 과목이었다.

 

왕꾸에이친교수는 차분하고 인자한 어머니 같은 외모에 목소리도 약간 저음으로 조곤조곤 강의를 진행하는 스타일이었다. 수업은당일 진행할 내용과 관련된 교재 내용을 미리 예습해 오게 하고 교수님이 관련 내용을 강의실에서 강의를 한 다음 과제를 주면 각자 팀을 나누어 과제수행을 하는 식으로 진행되었다. 수업 내용은 커뮤니케이션에 관한 일반적인 내용이라 특별히 어려운 것은없었지만 그렇다고 특별히 재미가 있다거나 신선하지도 않았다.

 

과제는 크게 두가지가 있었는데 하나는 면접 실습이었고 하나는 기업홍보활동 실습이었다. 면접 실습은 기업에서 채용면접을 진행한다는 상황 설정하에 한번은 면접관으로 한번은 지원자로 역할을 바꾸어 모의면접을 실시하고 각자의 소감 및 상대 역할에 대한 피드백을 공유하는식으로 진행되었다. 나는 이전에는 중국사람들은 어떻게 채용면접을 진행하는지 볼 일이 없었으니 약간은 긴장되기도 하고 면접관 역할을 할 때는 마치 실전처럼 진지하게 면접에 임하는 반친구들을 보면서 웃음이 나기도 했다. 어쨌건 이때 모의면접이 나중에 중국에서 근무하면서 직접 팀원을 뽑는 면접을 할 때 많은 도움이 되었다.

 

기업홍보활동 실습은 팀을 나누어 팀별로 기업을 정하고 거기서 각자 역할을 나누어 기업홍보회를 진행하는 식으로 진행되었다. 우리팀은 루이비통으로 회사를 정하고 각자 운영최고책임자, 브랜드최고책임자, 홍보최고책임자로 역할분담을 하여 자료를 준비했다. 중국사람들은 루이비통을 우리나라처럼 루이비통이라 부르지 않고 루이비통의 이니셜을 따서 “LV”라고 부른다. 처음에 회사를 “LV”로 하자기에 “LV”가 무슨 뜻인지 모르는 내가 “LV”가 뭐냐고 했더니 LV도 모르냐고 나를 이상하게 쳐다보던 친구들이 생각난다. 한참 설명을듣고 나서야 내가 ~ 루이비통~” 했더니 자기네들은 다 LV로 부른단다. 같은 명칭이라도 이렇게 중국어로 표기할 때는 한국과 다른 점이 많아서 처음에는 헤매는 경우가 많다. 그래도 중국에 계속 있다보면 오히려 중국식 명칭이 익숙하고 편해질 때가 있으니 시간이 약이 아닌가 싶다.

 

실습평가는 프리젠테이션을 촬영할 수 있는 특수시설이 구비된 강의실에서 세 팀씩 진행되었다. 모의 프리젠테이션이었지만관중들도 있고 촬영도 한다고 하니 여간 긴장되는게 아니었다. 다들 비지니스 정장을 입고 수업에 참여했고, 나는 덜덜 떨면서 겨우 내부분을 마쳤다. 교수님은 마치고 나서 개인별로 평가를 해 주었고 실제 프리젠테이션 내용에 대한 평가와 함께 복장 등 이미지 메이킹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함께 말해 주었다. 다른팀의 팀원들도 상대팀 팀원들의 발표에 대해 평가를 해 주고 서기를 정해 평가 내용을 기록했다. 같은 한국인 유학생인 경일 오빠는 생각보다 안정적으로 중국어 프리젠테이션을 했다. 부럽기도 하고 나도 좀 더 분발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중국어로프리젠테이션을 하는 것이 별거 아니라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는데 그래도 막상 해보니 실전같은 연습이 많이 필요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당시 교수님은 약간은 편법적인(?) 방식으로 수업을 운영했는데, 한주는학생들이 알아서 팀별로 각자 과제를 수행하고 한주는 그 과제를 발표하고 피드백을 하는 방식으로 우리는 격주에 한 번만 교수님 얼굴을 볼 수 있었던 것이었다. 처음에는 다들 그런 수업방식에 별 이견이 없었지만, 계속 반복해서 이런식으로 수업을 진행하니 교수님이 아예 작정을 하고 이주에 한번만 수업을 하는 것 같아서 점점 우리 강의에 대한 성의가 없다고 느껴졌다. 그래도 정작 교수님 스스로는 그런 학생들의 불만을 전혀 느끼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았다. 학생들도 교수님께 이런 불만을 표현하진 않았다.

 

 

 

 

별무리 없이 강의가 마무리 된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학기가 끝날 무렵에 일이 터졌다. 학기말에 각 강의에 대한 학생들의 온라인 평가가 실시 되었는데 거기서 이 수업이 MBA 수업을 통틀어 최하위 평가를 받은것이었다. 나중에 들었지만 학생들의 교수평가가 각 교수들에게 미치는 영향력은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정도이고MBA 사무실에서도 학생들의 강의에 대한 피드백을 중요한 교수평가 자료로 다루어 다음 학기 강의 편성에 반영했다. 평가 마지막에 서술식으로 적는 부분에 많은 학생들이 굉장히 적나라하게 본 강의에 컴플레인을 제기했다고 한다. 커뮤니케이션 마지막 수업, 왕꾸에친 교수는 평소 침착한 모습과는 달리 엄청나게 분노한 모습으로 눈물을 흘리며 자기항변을 했다. 자세한 내용을 다알아듣진 못했지만 대략의 내용은 자신도 피치못할 사정이 있어 북경과 지방도시를 오가는 생활을 해야했기때문에 그렇게 했고, 강의에는 최선을 다해서 충실했다.’는것이었다.

 

나는 속으로 커뮤니케이션 수업을 담당하는 교수가 이 수업을 듣는 학생들과 이렇게 커뮤니케이션이 안되어서야..’ 라고 생각했다. 본인은 그런식으로 격주로 학생들을 만나고 조교에게많은 부분을 일임해 강의를 진행하는 게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생각했겠지만 학생들은 마음속으로 교수가 우리 강의에 성의도 없고 열정도 없다고 생각해왔던 것이다. 나는 같은 반 친구들도 무섭다고 생각했다. 강의에 불만이 있는 줄은 알았지만 누구하나 불만을 토로하거나 교수님에게 개선해 주었으면 좋겠다는 의견 제시를 한 적이 없었기 때문에 불만 정도가 그렇게 높은 줄은 몰랐는데, 온라인 평가에서 그렇게 심하게 낮은 평가를 하다니..

 

어쨌든 학생들의 평가는 냉정했다. 마지막 수업의 왕교수의 눈물과 변명아닌 변명에 우리는 아무도 동정어린 시선을 보내지 않았다. 오히려 반감이 심해지는 느낌이었다. 여러수업을 동시에 듣는 학생의 입장에서 어떤 교수가 열의를 가지고 최선을 다해 강의를 하는지, 혹은 그렇지않은지는 말하지 않아도 바로 느낄 수 있는 부분이었고, 쉽게 비교가 되는 부분이었다. 다들 사회생활을 하다 공부를 하는 성인들이고 비싼 학비를 내며 듣는 수업이었으니 요구수준도 높을 수 밖에 없었다. 왕교수의 당시 사건은 안타깝긴 했지만 개인적으로는 많은 시사점을 남겼다. 진짜프로란 어떻게 자기의 일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많이 생각하게 되었고, 진정성이 있는지 없는지는 말로 표현하지 않아도 다 전달이 된다는 불변의 법칙을 다시 확인하는 계기가 되었다

 

 

 

 

 

칼럼니스트 김지영

김지영 칼럼니스트는 고려대학교 중어중문학과를 졸업하고 삼성에버랜드에 들어가 푸드컬처 사업부 소속으로 일하다가 중국 칭화대학교 MBA 과정에 유학 갔다. MBA 과정을 마치고 락앤락의 상하이 현지법인에서 B2B팀장으로 3년간 근무한 뒤 독립해 상하이에서 씨케이브릿지 컨설팅을 설립했다. 저서 : <사막여우 중국MBA 가다>2013.12, 필맥출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