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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MBA

[김지영 칼럼][중국 MBA/첫학기] 02. 리더와 조직 领导与团队

 

02. 리더와 조직 领导与团队  

 

1-8 

/수요일 19:20-20:55

웨이룬관(伟伦楼) 501

양빈(杨斌) 교수

 

만약 나에게 MBA 과정 중 들었던 가장 가치있었고 도움이 되었던 과목을 꼽으라면 주저없이 이 과목을 꼽을것이다. 첫학기가 시작하자 마자 시작된 수업이라 더 인상이 강렬했던 것도 있었겠지만 엄청난 분량의 과제, 교수님의 카리스마 넘치는 강의, 이전에는 생각해 보지 않았던 나에게는많은 시사점을 남겼던 수업내용 등등 모든 것이 신선하고도 충격적이었고 그래서 많은 가르침을 얻었던 수업이었다.

 

양빈 교수는 당시, 그리고 지금도 경제관리학원의 당위원회 서기를 맡고있는 고위간부에 속하는교수이다. 외국인의 입장에서 중국의 공산당 체계는 낯설고 사실 자세히 들여다 볼 수 있는 기회도 그리 많지 않기 때문에내부적인 관계나 그 디테일에 대해서는 이해하기가 힘들다. 중국에서 5년넘게 생활하면서 가끔은 사람들의 지나친 배금주의적 성향때문에 여기가 자본주의 국가인지 사회주의 국가인지 헷갈릴 때가 많았지만 그래도 당과 관련된내용이 나올 때면 여기가 중화인민공화국이 맞구나 하는 생각이 들곤 했다.  

 

* 가장 중앙에 있는 안경낀 분이 양빈교수

 

주룽지 원장이 국가 총리를하면서 청화대 경제관리학원의 원장을 겸임했던 것 처럼, 중국에서는학교조직도 당 조직의 일부이고, 학교행사가 국가나 당 행사처럼 치뤄진다. 같은 맥락에서 교수들도당원이기 때문에 교수들 중에는 가끔 학자라기 보다는 당원으로써의 면모가 더 강해 수업중에도 정치적 색채를 짙게 비치는 사람들도 있다. 외부인인 나의 눈에는 이런 교수들 수업에 반감을 가질 때도 있었지만 이상하게 양빈 교수에게 만큼은 그런 반감이전혀 없었다. 오히려 학생들 가르치느라고 그렇게 바쁜 가운데에도 나라를 위해 즐겁게 헌신하는 듯한 그의태도에 깊은 감동을 받곤 했다.  

 

양빈 교수는 늘 에너지가 넘쳤고 학생들을 적극적으로 수업에 참여시키려 최선을 다해 노력했다. 그리고 쉽게 답을 주기보다는 우리가직접 사고하고 토론하도록 만들었다. 수업 중에는 자주 학생들을 호명해 자신의 생각을 말하도록 했는데그래서 이 수업은 나에게 늘 공포의 대상이었다. 아직 교수님이 무슨말을 하시는지 잘 알아듣지도 못하고내 생각을 잘 말하지도 못하는데 혹시나 호명당하지 않을까 심장을 졸이며 수업을 들었다.

 

그러던 어느날 걱정하던 그순간이 오고야 말았다. 교수님은 학생들에게 배경(背景,Background)이라는 단어가 무슨 뜻을가지고 있는지 말하도록 했다. 자라온 환경이라고 말하는 친구들도 있었고, 타고난 인품이나 성격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었다. 교수님은 갑자기김지영 동학은 어떻게 생각하냐고 물었다. 그 때 나에게 어떻게 그런 재치가 나왔는지, 나는 배경에는 빽(后台)이라는 의미가 있다.” 고 대답했다. 순간 강의실은 웃음 바다가 되었고 몇몇 친구들은나를 보며 대단하다는 듯 엄지를 들어보였다. 교수님은 나에게 중국에 온지 얼마나 되었냐고 하면서, 벌써 중국을 이렇게 이해하다니 진정한 중국통이 되겠다며 칭찬해 주었다. 물론외국인의 이런 그들의 치부를 꼬집는 대답은 썩 유쾌하진 않겠지만, MBA과정에서 만난 교수님들 그리고친구들은 이런 중국의 부정부패나 개선되어야 할 점에 대해 항상 열린 마음으로 인정했고 또 앞으로 고쳐야 할 부분이라고 적극적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 수업 시간에 항상 들고 다니며 세워 놓아야 하는 이름표

 

 

엄청난 양의 과제로 악명이높았던 이 수업의 과제중의 하나는 바로 메모였다. 매 수업이 끝나면 수업에 관한 소감을 다음날까지 200자 가량의 간단한 메모로 작성해 교수님께 메일을 보내야 했는데, 나는이 메모하나 작성하는데도 거의 한시간을 들여쓰고 또 친한 친구에게 빨간펜 과외를 받아 문법적으로 틀린 부분이 없는지 확인한 다음에 메일을 보내곤했다. 처음엔 좀 힘들었지만 시간이 지날 수록 속도가 붙고 문장도 점점 매끈해지는게 느껴졌다. 많은 공부가 되었다.  

 

또 다른 과제는 매주 교수님께서 지정해 주신 책을 읽고 독후감을 쓰는 것이었다. 한글로 된 책을 읽는다 해도 당시의 일정으로는 다 읽어내지못했을 터인데, 하물며 중국어도 된 책은 오죽했을까? 처음에는오기로 잠을 자지 않고 서라도 다 읽고 독후감을 쓰려고 했지만 내 거북이와 같은 가독 속도와 밤이 깊을 수록 멍해지는 뇌 때문에 결국 편법을 쓰지않을 수 없었다. 나는 일단 과제로 지정된 책의 한글판이 있는지 부터 검색했다. 스타벅스 CEO 하워드 슐츠가 쓴 책 처럼 한글판이 있다면 한국인터넷 사이트에서 요약본을 검색해 내 것으로 소화하고 독후감을 썼다. 운이 없게도 한글판이 없는 경우서론과 결론, 목차를 읽은 다음 중국 인터넷 사이트에서 요약본을 검색해서 읽었다. 그래도 내용이 잘 이해가 안 갈때는 친구들의 독후감을 보고 독후감을 썼다. 가끔, 아니 자주 친구들은 내가 부탁도 하기 전에 본인들이 먼저 한 과제를 나에게 보여주었다. 그것도 한명이나 두명이 고정으로 보내주는 것이 아니라 생각지도 못한 다양한 친구들에게서 동시다발적으로 말이다. 지금 생각해 보아도 내가 무사히 MBA를 마친 대부분의 공은 바로같은 반 친구들이다. 당시에는 과제가 너무 많아서 중국인 친구들도 새벽 2-3시에 잠드는 것은 예사였다.그랬으니 중국어라는 외국어로 모든과정을 소화해야 했던 난 정말 잠자고 밥먹을 시간도 부족했고 그러다 보니 체력적으로도 힘든 시기를 보냈다. 비록 힘들었지만 늘 옆에서 응원해주고 도와준 친구들 덕을 많이 보았다.

 

뭐니뭐니해도 이 수업에서 얻은 가장 큰 수확은 바로 리더십에 대한 교훈이라고 생각한다. 리더는 어떤 자질을 갖추어야 하며, 어떻게 사람들을 대해야 하는지, 리더의 책임과 사명은 무엇인지에 대해 깊게 생각하게 하였다. 우리모두는 최소한 자신을 이끄는 리더이고 동시에 다른 조직에서는팔로워역할을 한다. 그속에서 어떤 리더십과 팔로워십을 길러야 하는지, 여러 과제와 토론을 통해 고민했다.

 

나는 이 수업을 통해 리더십에대해 가장 궁금했던 점과 나의 가장 큰 고민을 해결했다. 가장 궁금했던 점은 바로 리더십은 타고 나는가? 아니면 교육을 통해 길러질 수 있는 가 하는 거였다. 교수님의 대답은선천적으로 타고난 리더도 있지만 리더십도 꾸준한 노력과 교육을 통해 길러 질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리고나의 고민은 바로 나의 타고난 외모, 성격이 주는 인상이 리더로서는 단점이 되지 않는 가 하는 것이었다. 사람들을 늘 내 나이를 실제 나이보다 훨씬 어리게 보았고 그런 나를 부러워 하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사회생활을하면서 나에게는 항상 컴플렉스였다. 상대방이 나를 낮추어 보고 무시한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한 두번이아니었다. 또 자주 귀엽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처음에는 그냥 별로 예쁘지 않으니까 할 말이 없어 하는 칭찬이겠거니 받아들였지만 그런 반응을보이는 사람이 한 두명이 아니고 대다수라는 것을 알게 되었을때 난 정말 심각하게 상황을 받아들이고 있었다. 나는남들에게 귀엽게보이지 않기 위해, 자주 인상을 쓰고 후배사원들에게 엄하게 대하고 옷을 입어도 포말한 정장만 입으려고 노력했다. 사람들은 나에게 호감을 가지고 대했는데 나는 그게 나를 낮추어 보고 존중하지 않는다는 의미로 받아들여 반감을 갖고 상대방을 대했다.

 

이 수업을 들으면서 그동안 내 생각과 태도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나는 있는 그대로의 내 모습을 인정하기로 했다. 내가 남들과 같은 리더가 될 수는 없었다. 여성리더가 남성리더와 같은 방식으로 조직을 이끌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였다. 나는 내 방식대로 내 장점을 최대한 살린 리더가 되어야 했고 그것만이 내가 성장할 수 있는 방법이라는 결론을 내리게 되었다. 인정할 부분을 인정하고나니 마음이 편해졌다. 그리고 사람들을 대할 때도 가식적이지 않은 내 자연스러운 모습으로 대할 수 있었다.

 

  

가장 많은 공부가 되었던것은 역시나 교수님의 프로다운 모습이었다. ‘저렇게 많은 이메일을 설마 일일이 다 확인하진 않으시겠지?’ 하면 마치 내 생각을 읽기라도 하신듯 간단하게 한 줄이나마 회신을 보내주셨다. 강의 시간내내 에너지로 가득찼던 목소리와 눈빛, 매 수업마다 새로운 방식으로 새로운 내용으로 강의하려고 시도하시는 모습들이 아름답게 느껴졌다. 좋아하는 일을 하고 계신다는것이 느껴졌고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그것도 많은 사람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일을 하고 계신 모습이 부러우면서 나도 앞으로 무슨일을 하건 바로 저런 모습이 되어야 겠다고 생각했다.

 

 

 

 

 

 

 

칼럼니스트 김지영

김지영 칼럼니스트는 고려대학교 중어중문학과를 졸업하고 삼성에버랜드에 들어가 푸드컬처 사업부 소속으로 일하다가 중국 칭화대학교 MBA 과정에 유학 갔다. MBA 과정을 마치고 락앤락의 상하이 현지법인에서 B2B팀장으로 3년간 근무한 뒤 독립해 상하이에서 씨케이브릿지 컨설팅을 설립했다. 저서 : <사막여우 중국MBA 가다>2013.12, 필맥출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