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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MBA

[김지영 칼럼] 07. 오리엔테이션

 

 

 

 

07. 오리엔테이션 

 

입학전의 마지막 관문 오리엔테이션이남았다. 오리엔테이션은 수학 예비수업과 입학식이 시작하고 3일이지난 뒤인 96일에 시작되어 6일간 계속되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입학전 최고로 재미있고 신났던 며칠이 아니었나 싶다. 청화대MBA 사무국과 학생회에서는 이 오리엔테이션을 위해 오랜기간 공을 들이고 준비를한다. 신입생들도 본인들의 열정과 끼를 최대한 발휘하여 최선을 다해 오리엔테이션 활동에 임한다.

 

중국인 친구들에게도 새로운사람들과 함께하는 새로운 경험이겠지만 특히나 나에게는 중국인 친구들과 이런 활동을 하는 것, 중국어언어환경 등등 모든것이 낯설고 새로웠다. 오리엔테이션은 F반과 P반 연합의 중국어로 진행하는 중문반, 2 I반의 국제반으로 크게 2개 조로 나뉘어 진행되었다. 중문반은 다시 12명씩 12개팀으로 나뉘어 진행되었고 팀별로 각 항목마다 점수를 매겨 폐막식날 우수조를 수상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전체적으로신입사원 입문교육과 유사한 점이 많았지만 나름 특이한 점도 많았다.

 

첫날은 오리엔테이션 개막식과 함께 아이스브레이킹, 이름익히기, 팀빌딩을 하고, “청소부라고 명명한 캠퍼스 투어를 실시했다. 개막식에서는 모두 모여 선서를 실시하는데 그 모습이나 내용이  조금 낯설었다. 오리엔테이션 기간동안 오리엔테이션 행동규범을 잘 준수하겠으며, 학교와 경영대의 명예를 위해 수준있는 행동을 하겠다는 내용이었다. 오전에 팀빌딩을 끝내고 청소부활동을 시작했다. 청소부는 지도선배가 캠퍼스내의 어떤 지역인지 알아맞혀야 하는 문제를 내면, 팀원 전체가 그 곳으로 이동해서 미션을 수행하고 점수를 획득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청화대 캠퍼스는 워낙 넓고 명소가 많다. 이 청소부 활동을 통해 명소들을 구석구석 돌아보고, 그 장소들에 어떤 역사적 사실이 있었는지, 이름의 유래가 무엇인지 익히고, 기념 사진도 남기는 활동을 하게되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구교문, 대강당, 청화학당, 해시계, 만인식당, 도서관 같은 곳이 있다. 모든 곳의 투어를 마치고 일찍 복귀하는팀에게 높은 점수가 주어진다. 팀원들은 급한 마음에 자전거를 타고 쏜살같이 달리지만, 가다가 자전거 바퀴에 구멍이 나기도 하고, 더운 날씨에 팀원중 한명이탈진하기도 하는 등 생각보다 순조롭진 않다.

 

둘째날은 야외활동이다. 버스를 대절해 이동, 야외에서 통나무 오르기, 장벽 뛰어넘기 등 각종 게임을 실시하는데, 이 역시 한국에 있을때 입문교육 과정 등에서 몇 번 경험해 봤던 익숙한 것들이었지만 막상 직접 다시 하려니 쉽지만은 않다. 산중에서의하루 였는데 아침부터 보슬보슬 비가왔다. 몸은 힘들어도 함께 하는 동기들이랑 점점 친해지고 익숙해 지는느낌이 참 좋았다.    

 

셋째날은 잠깐 쉬어가는 날이다. 오후에 학교 역사에 대한 강의가 있고 마지막 날 진행될 DV(동영상)경연대회 관련 설명식을 하고 마쳤다. 넷째날은, 케이스스터디 관련 강의와 다음날 진행될 케이스스터디 경연대회 대비 팀별 토론 및 PPT 만들기가 진행되었다. 케이스스터디 경연대회는 하나의 공통된 비즈니스 케이스를 과제로 주고 가장 우수한 전략 및 해결방안을 도출해 내는 팀에게 높은 점수를 주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 열띤 토론 중 

 

 

우리팀에는 똑똑이들이 많았다. 학부도 청화대 경영대를 졸업한 짜오뤠이, 이미 개인 사업체를 운영하고있는 깐웨이, 숫자 천재 떵민 등등. 다들 한가닥 한다는사람들만 모였으니 토론을 하고 의사결정을 하는게 쉽지 않았다. 간단한 문제를 가지고 한참을 토론하고그래도 결론이 나지 않았다. MBA 2년 내내 이 문제가 따라다녔다,특히 초반에는 그런 성향이 더욱 강했다. 워낙 자기 주장이 강하고 개성이 뚜렷한 사람들만 모아놓은 모임에서 누구하나 자기 의견을 굽히려 하지 않으니 토론이 싸움처럼 되는 경우도 많았다. 과정은 치열했지만 결과가 좋지 않은 경우가 많았다. 그래도 자연스럽게 팀내에 리더, 팔로워, 방관자들이 나누어 졌고,오리엔테이션 과제도 결국은 밤 늦은 시간에 합의를 보고 큰 무리없이 진행되었다.

 

다섯째날은 케이스스터디 경연대회를했다. 잘 기억이 나지 않지만 우리팀은 우수한 성적을 얻지 못했다. 열정은 대단했고 개개인 구성원의능력도 뛰어났지만 결과는 그냥 그랬다. 마음속으로 다들 느끼는 바가 많았던 케이스스터디 경연대회라고생각한다.

 

 

여섯째날은 DV 경연대회와 폐막식이 있었다. 역시나 우리팀은 중간정도의 성적으로경연대회를 마감했다. 폐막식은 학교에서 가까운 외부장소를 빌려서 진행했는데, 그 동안 고생한 오리엔테이션 운영진의 노고를 치하하고 앞으로 본격적으로 시작할 MBA 생활을 자축하기 위해 진행된 행사였다. 같이 고생한 팀원들, 지도선배들과 사진도 찍고 대화도 하는 등 추억을 남겼다. 이후 진행된 행사 때 마다 느꼈지만 행사를진행하는 사회자들이 정말 수준급이다. 모두 우리 동기들 중에서 자원하거나 선발된 것인데도 프로 아나운서에못지 않다. 중국 MBA 생활 내내 나를 따라다닌 의문은 바로, ‘중국사람들은어쩜 저리 말을 잘할까?’ 하는 것이었다. 난 뭔가 어릴때부터 언어환경이나 교육환경에 차이가 있을꺼라고 믿고 있다. 중국 친구들은 하나같이 자기 의견을 발표하거나 프리젠테이션을 하는데 똑 부러지고 조리가 있었다. 평소에 약간 소극적이고 자기 주장이 약할 것 같은 친구들도 막상 발언의 기회가 오면 청산유수같이 문자를 써가며 자신있게 발표를 했다. 안그래도 모국어가아닌 중국어 환경에 다들 워낙 말을 잘하니 나는 스스로 주눅이 들 수 밖에 없는 환경이었다. 난 속으로에구, 난 한국말로 해도 저렇게 잘 말하지는 못할꺼야.’ 라고 생각했다. 한국사람들은 어렸을 때 부터 수동적으로 듣는 교육에익숙하고, 남들 속에서 튀지않고 모나지 않게 생활하는게 좋다는 가치관이 몸에 베여 이런 차이를 만들어낸게 아닌가 생각했다.  

 

 

 

 

* 폐막식 행사

 

또하나 오리엔테이션 기간동안 나에게는 작은 문화적 충격을 겪는 경험이 있었다. 지나고 보니 별일이 아닌데 당시에는꽤나 섭섭해서 눈물이 찔끔 났었다. 그날은 경연대회가 있어서 다들 정장을 입고 있었다. 일정이 끝나고 저녁 먹을 시간이 되어서 전체 팀원이 함께 가장 가까운 7식당으로이동했다. 다들 지쳐서 진이 다 빠진 상태였는데 마침 식당이 중국학생들 기숙사 바로 옆이라 나만 빼고 다들 기숙사로 가서 옷을 갈아입고 오겠다고 하는 것이었다. 나는 거기서 외국인 기숙사까지 거리가 있었기 때문에 그냥 기다리겠다고 했다. 그런데, 이게 왠일인지 거의삼십분을 기다려도 이 친구들이 나올 생각을 하지 않았다. 거의 한시간을 다 기다려서야 팀원중에 한 명이 식당앞에서 기다리고 있는 나를 발견하곤 대수롭지 않게 지영, 너아직도 밥 안먹고 우리 기다린거야? 먼저 먹지..” 하는것이었다. 나중에 알게 된 거였지만, 중국친구들은 우리처럼밥먹으러 우르르 같이 가고, 기다려주고, 같이 앉아서 먹고하는 문화가 거의 없다. 혼자 밥을 먹는 것도 자연스럽다. 특별히약속을 했거나 회식이나 행사가 있다면 예외지만 학교식당에서 먹는 일상적인 끼니 때우기는 그냥 본인이 편한 시간에 편한 학생식당에서 먹으면 그만이다. 그리고 식사 시간에는 식당 내부에 학생이 워낙 많아 2-3명 일행이같이 자리를 잡고 먹고 싶어도 한 테이블에 앉아서 먹을 수 있다는 보장도 없다. 처음에는 적응이 안되고 어색했지만 그날 이후로 나도 편하게 수업이 끝나면 혼자 밥을 먹기도 하고 친구들과 같이 식당을 가더라도 자리가 없으면 나 혼자 모르는 사람들 틈에서밥먹고 다시 수업을 들으러 가는 씩씩한 생활을 했다.

 

중국식 문화에는 양면성이 있다. 한상 거하게 차려 먹는 특별한 날에는 요리 가지 수부터 다르다. 초저녁부터 시작해 밤늦은 시간까지 끊임없이 먹고 마시고 손님을 초대하는 호스트는 절대 음식에 돈을 아끼지 않고, 음식이 부족하게 하지 않는다. 그러나 간단히 먹을 때는 어쩌면 우리보다더 간단히 끼니를 때우는 게 중국사람들이다. 아침은 두유와 만두하나로,학교식당에서 먹을 땐 그냥 쌀밥에 반찬 두세가지 얹은 덮밥으로 때우는 경우가 많다. 한국도 물론 비슷하지만 그 격차가 한국보다 훨씬 크게 느껴지는 것이 중국 식문화가 아닌가 싶다.

 

그렇게 청화대 MBA 오리엔테이션이 무사히 끝났다.

 

 

 

 

칼럼니스트 김지영

김지영 칼럼니스트는 고려대학교 중어중문학과를 졸업하고 삼성에버랜드에 들어가 푸드컬처 사업부 소속으로 일하다가 중국 칭화대학교 MBA 과정에 유학 갔다. MBA 과정을 마치고 락앤락의 상하이 현지법인에서 B2B팀장으로 3년간 근무한 뒤 독립해 상하이에서 씨케이브릿지 컨설팅을 설립했다. 저서 : <사막여우 중국MBA 가다>2013.12, 필맥출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