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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MBA

[김지영 칼럼] 06.수학 예비수업과 입학식

 

 

 

 

 

06.수학 예비수업과 입학식

수학 예비 수업은 본 수업에나올 통계분석, 회계, 재무관리 수업을 위해 워밍업으로 진행되는말그대로 예비수업으로 강제성없이 자율적으로 진행되는 수업이었다. 듣고 싶은 사람은 청화대 MBA 학생이라면 누구나 사전 신청기간에 신청하면 들을 수 있고, 시험도없고 시험이 없으니 당연히 성적에 반영되지도 않는다. 강의는 93일에 시작하여 13일에 끝나는 스케줄로 정식 MBA 수업이 시작되기 전까지 오전시간에 3시간씩 총 8번의 수업으로 이루어 졌다. 주 강의 내용은 미적분, 선형대수, 확률 세 부분 이었다.

 

 

첫날,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자전거를 타고 경영대 건물인 웨이룬관으로 갔다. 경영대건물은 구관인 웨이룬관과 신관인 순더관 두 건물이 있다. 캠퍼스 내에서 아침 강의시간에 수업을 들으러가는 자전거 행렬은 장관이다. 기숙사 구역에서 강의동 쪽으로 가는 길에는 양쪽으로 키 큰 오래된 가로수들이쭉쭉 뻗어있어 사계절 청량한 공원에 와 있는 기분을 느끼게 한다. 웨이룬관 앞에 자전거를 세우고 5층 대강의실로 들어섰다. 예비수업이라해도 북경에 도착해서 들어가는첫 수업인만큼 사뭇 긴장감이 돌았다.

 

 

중국인들이 국내 MBA에 입학하는 과정은 유학생과 프로세스가 다르다. 현재의 프로세스는 면접을 먼저 보고 연합고사를 친다. 입학 전년 5월경에 입학하고싶은 학교를 선택하여 지원을 하고 (이때 당연히 학력, 업무경력, 영어성적 등 지원요건을 갖춘 사람만 지원할 수 있다.) 서류전형을 통과하면 면접시험을 본다. 중국도 역시 국내 MBA 입학관련시장이 활발히 형성되어 있는데 면접이 전체 당락을 좌우하기 때문에 면접대비 학원 등이 성행하고 있고 그 비용도 적지 않다고 한다. 모든 면접 일정은 10월까지 마무리 된다. 면접을 통과하면 전국 MBA 연합고사 신청을 하고 입학 당해 1월에 해당 학교에서 전국 공통의 MBA 연합고사와 학교별 추가 시험이있을 경우 추가 시험을 같이 치른다. 3월에 시험결과가 나오고 예비입학통지를 하고 4월에서 7월 사이에 자격심사 등을 거친 후 7월에 정식 입학통지를 한다. 그리고 8월말에서 9월에 정식으로 입학하게 된다.

 

 

 

08년 당시에는 연합고사를 먼저치고 면접을 보는 프로세스였다고 한다. 아무 준비없이 지원해도 최소 1년반의 시간이 소요되는 쉽지 않은 과정이다. 청화대는당시 MBA 연합고사 성적으로는 국내 최고 수준이었고 따라서 어렵게 합격하여 입학한 반 친구들의 자부심은 대단했다. 한국에서처럼 MBA를 준비하면서 인터넷 카페나 동호회에서 미리 친분을 쌓고 들어 온 친구들도 많았고 또 면접학원에서 같이 수업을 듣고 입학한 친구들, 시험장에서 만난 친구들 등등, 이미 어느정도 안면이 있는 사이들이 많았다.

 

 

 

F 2개반의 통합수업이라 생각보다 많은 학생들이 강의실을 채우고 있었다. 중국인 친구들은 서로 인사하고 새로운 얼굴의 친구들을 살펴보느라 바빴다. 나는 중간쯤에 자리에 나의 필수무기인 중국어 전자사전을 펴고 자리에 앉았다. 못알아 듣는 말은 빨리 검색해서 찾아야 했다. 나중에 알게 되었지만 실제 수업이 시작하고 나면 수업시간엔 전자사전이 필요가 없었다. 못알아 듣는 단어가 너무 많아 찾을 겨를이 없기 때문이다. 내 옆자리에 피부가 하얗고 이쁘장한 친구가 앉았다. 제일 먼저 친구가 된 쑨치엔이다. 통성명을 하고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었다. 사천성 성도에서 왔다고한다. 사천미녀라고 하더니 어쩜 이리 예쁠수가.. 우리나라에 비해 화장도 거의 안하고 꾸밀 줄도 모르는 중국인들이라고 생각했는데 자연미인은 안꾸며도 그냥 광채가 난다. 나이가 나랑 같다, 내성적으로 보였는데 조곤조곤 수다를 떨기 시작하니 끝이 없다. 학교를 다니는 내내 쑨치엔에게 많은 도움을 받았다. 마음속으로 내가 정말 좋아하는 친구다.

 

 

수업이 시작되었다. 왕페이옌이라는 여자 노교수님이셨는데 카리스마가 장난이 아니다. 10년만에 미적분을 중국어로 들으니 수업이 이해가 될 리가 없다. 일단 수업 참석에 의의를 두고 열심히 듣기로 했지만 못 알아 듣는 말이 너무 많다. 기숙사에 가서 수학의 정석을 다시 살펴보기로 했다. 같이 듣는 친구들은눈이 반짝반짝 하다. 질문도 적극적으로 하고 교수님도 열정적으로 대답해 주셨다. 사실 수업 내용은 잘 기억이 나지 않지만 첫날 수업 분위기는 생생하게 기억이 난다.

 

 

 

 

 

북경대와 청화대를 정확하게 과별로 나누어 무슨과는 북경대가 뛰어나고 무슨과는 청화대가 더 낫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대략 이공계는 청화대가 강하고 문과계통은 북경대가 강하다는것이 보편적인 견해이다. 내가 잘 모르니 더 그렇게 보였는지는 모르겠지만 수학 수업을 듣는 내내 천재들틈에 낀 바보가 된 느낌이었다. 옆자리를 보았다 쑨치엔은 느긋한 표정으로 수업을 듣고 있었다. 그런데 이 친구, 몽블랑 펜으로 필기를 하고 있다. 2년 넘게 그리고 지금까지 친구로 지내면서 쑨치엔은 나에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고 느끼게 한 친구다. 난 항상 경제적으로 여유가 없이 지금까지 달려왔기 때문에 심리적으로 자격지심이 많았고 여유있는 친구들에 대한 편견을 가지고 있었다. 저런 애들은 고생을 안해봐서 사회생활을 하기 힘들거라거나, 과시하기만 좋아하고 속빈 강정이라거나, 없는 사람을 깔보거나 성격이 안 좋을거라는 등등의 편견말이다. 쑨치엔은 그런 내 생각을 많이 바뀌게 했다. 또 몇몇 중국 MBA 친구들도 나에게 그런 영향을 주었다.

 

 

쑨치엔의 아버지는 이름만 대면 아는 중국통신회사 성도지사의 고위직에 계신 분이다. 북경에 주거지가 있는 친구들도 밤샘 숙제나 토론, 낮잠때문에 기숙사를 신청해 놓고 주중에는 기숙사에서 지냈지만 쑨치엔은 외부에 아파트를 얻어 성도에서가져온 자차로 통학을 했다. 밥도 학교식당 보다는 외부에서 혼자 먹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 쑨치엔을 조금 유별나다고 아니꼽게 보는 친구들도 있었지만, 사귀어 볼 수록 쑨치엔은 정서적으로 안정되고 마음에 여유가 있는 친구라는걸 알 수 있었다. 오히려 사람을 대하는데 격이 없고 편견없이 남을 대했다. 기본적인 소비 수준이 남들보다 높긴했지만 그렇다고 남에게 보이기 위해 사치하는 스타일은 아니었다. 여유를 즐기고 또 행복할 줄 아는 능력을 가진 친구였다. MBA 유학생활 내내 시험, 성적,발표 때문에 치열하게 경쟁하고 남과 비교하기 좋아하는 친구들 사이에서 이런 쑨치엔은 나에겐 산소같은 존재였다. 자랄 때 부터 몸에 벤 여유로움이 원만한 성격을 형성하게 했고 또 앞으로도 큰 무리없이 행복하게 지낼 것을생각하니 부럽기도 했고 또 이 친구가 내 친구라서 좋았다.

 

 

오후에는 본관 앞에서 대학원 입학식이 있었다. 볼링장 앞에서 집합해 각자 의자를 들고 줄지어 본관까지 입장했다. 온통 붉은 색깔의 플랭카드와 깃발들, 오성홍기를 보니 여기가 중국이맞긴 하나 보다하는 생각이 들었다. 학교장의 환영사, 입학생 대표의 선서 등을 듣고 있으니 감회가 새로웠다. 이제 진짜 시작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칼럼니스트 김지영

김지영 칼럼니스트는 고려대학교 중어중문학과를 졸업하고 삼성에버랜드에 들어가 푸드컬처 사업부 소속으로 일하다가 중국 칭화대학교 MBA 과정에 유학 갔다. MBA 과정을 마치고 락앤락의 상하이 현지법인에서 B2B팀장으로 3년간 근무한 뒤 독립해 상하이에서 씨케이브릿지 컨설팅을 설립했다. 저서 : <사막여우 중국MBA 가다>2013.12, 필맥출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