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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경제금융

[전병서 칼럼] 中 `리커노믹스` 금리자유화 주목

중국은 성장률이 8%를 밑돌고 자금시장이 경색돼 단기금리가 13%대로 치솟았는데도 경기부양이나 적극적인 유동성 확대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 그래서 경제위기에 중국 정부의 대응이 늦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까지 불거졌다.


이는 경제학 박사 출신인 리커창 총리의 경제 운영스타일, 소위 `리커노믹스(Likenomics)` 때문이다. 리 총리는 원자바오 총리와는 확실히 다르다. 돈을 풀어 경기를 부양하는 방식은 사라졌고 마치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이 공급 부문의 애로를 풀어 경기를 살렸던 `공급경제학`처럼 정부의 인허가 축소, 감세와 시장자유화가 리 총리 경제정책의 핵심이다. 


금융산업에서 리 총리는 정부의 보이는 손 대신 시장의 보이지 않는 손이 작동하는지를 테스트하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최근의 단기금리 폭등에 대응한 방식이다. 중국 금융기관들 사이의 유동성 미스매치로 인한 단기금리 폭등을 서방 세계는 중국의 금융위기 발생이라고 난리를 쳤다. 하지만 중국 당국은 돈을 풀기는커녕 긴축을 그대로 유지한다고 발표해 서방 세계를 차이나 쇼크로 몰아넣었다.

이는 금융정책을 수량 중심에서 가격 중심 정책으로 바꾼 때문이다. 과거 2년간 중국 당국이 실시한 금융정책을 보면 이런 특징이 확연히 드러난다. 중국은 급하면 본원통화를 늘리던 금융정책에서 금리 인상과 지준율 조정, 공개시장 조작을 통해 유동성을 조절했고 단기 유동성 부족 사태가 난 최근에는 재할인율 정책을 써서 시중 유동성을 조절하고 있다. 국내총생산(GDP)의 2배에 달하는 통화가 풀렸지만 돈 가뭄이 발생한 데는 금융기관이 자금운영을 잘못했기 때문이라고 본 것이다.

리총리 집권 이래 중국 금융은 지금 지난 10년간의 문제점을 털고 새로운 시스템으로 개조해가는 과도기에 있다. 금년은 체제 정비가 부양보다 우선이다. 리 총리는 금리자유화, 환율시장화, 자본항목 개방을 금융개혁 과제로 내걸고 준비를 차근차근히 하고 있다. 최근 중국은 상하이 푸둥에 자유지역을 지정해 해당 지역 내에서 위안화 거래를 시범적으로 자유화해 자본 개방을 테스트하고 있다.

또한 기업공개(IPO) 시장에서 재무제표 부풀리기와 불공정한 행위 등 제도적 문제를 확실히 다잡고 나서자 상장신청기업 중 60여 개가 바로 자진해서 상장철회했다. 지난 10여 년간 관행처럼 내려오던 문제점을 손보고 난 뒤 증시를 부양하겠다는 의지다. 


금년 중국 증시에서 최대 이슈는 유동성 측면에서는 금리 자유화이고 재료 측면에서는 향후 10년간 40조위안(7200조원)이 투자될 신형 도시화다. 중국은 지금 경제 구조조정과 금융정책 전환의 과도기다. 시장의 방향성이 잡히기 전까지는 환경보호, 첨단산업, 정보기술 등과 같은 정책 수혜주들만 계속 주목받을 것 같다.




칼럼니스트 전병서

외환은행, 대우증권 리서치, IB본부장/상무, 한화증권 리서치본부장/전무 등 애널리스트와 IB(투자은행) 뱅커로 25년간 활약했으며, 현재 경희대 경영대학원 중국경영학과 객원교수, Wisefn 중국경제금융연구소 소장으로 있다. 중국 칭화대 경제관리학원(석사), 푸단대 관리학원(박사)에서 공부했고, 주요 연구분야는 중국 자본시장 개방, 위안화 국제화, 중국 성장산업 연구다. ≪금융대국 중국의 탄생≫, ≪중국 금융산업지도≫, ≪중국은 미국을 어떻게 이기는가≫ ,≪5년 후 중국≫ 등의 저서와 역서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