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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비즈니스

[신동원 칼럼] 중국 비즈니스는 언더테이블에서

공공연한 뽀찌 문화

2005년의 일이다. 중간 관리자급의 까르푸 직원을 만났다. 나와는 업종이 달랐지만, 지인을 돕기 위해서였다. 액세서리를 가지고 까르푸에 입점하는 건이었는데, 의외로 얘기가 쉽게 잘 되었다. 한 단계 걸친 사람의 소개를 받아서일까?
그런데, 거의 얘기가 마무리 되어갈 무렵 까르푸 MD가 노골적으로 커미션 이야기를 꺼냈다. 전체 매출이 발생하면 3%를 자기 개인에게 챙겨달라는 얘기였다. 3%면 제조업에서는 전체 마진에 해당하는 엄청난 금액인데, 일이 일사천리로 진행된 이유를 알 수 있었다. 그 이후로 납품처인 칭다오의 공장과 문제가 생겨 결국 입점은 되지 않았었다.

한참 전의 일이지만, 지금도 유사한 커미션 관행이 남아 있을 가능성이 높다. 한국 조차도 이러한 유통 분야에서 담당직원의 횡포가 있다고 들었다. 중국은 이러한 뒷거래가 상당히 ‘노골적으로’ 요구된다는 차이가 있는 거 같다. MD 를 3년 했는데 집이나 차를 못사는 게 오히려 이상하다는 얘기도 들은 적이 있다.

중국에서 공무원들의 월급은 정말 적다. 7~8년 된 관리직도 1만 위안이 채 안 되기도 한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공무원들치고 잘 살지 못하는 사람이 드물다. 만약 초췌하게 사는 사람이 있다면 청렴상이라도 주어야 할 판이다. 사회가 워낙 꽌시에 의존하는 관행이 있다 보니, 공무원들이 가진 기득권이 상품이 되어 버린다. 사업권, 특혜, 이권 등 다양한 형태의 파생상품이 있다. 업자와 먼저 친구가 되고, 비즈니스가 이루어지고, 사례금이 주어지는 순서다. 월급은 용돈이고 본 수입은 따로 있다는 말이 상황을 정확히 설명하는 거 같다.

다만, 새로운 정부가 이러한 부정 부패를 척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니, 시간이 지나면 이러한 관행이 많이 달라질 거 같다.
 
챙겨주기 문화, 모럴헤저드와 의리 사이

인터넷이나 IT업종은 이러한 뒷거래가 상대적으로 적다. 그런데 뜻밖의 제안을 받은 적이 두 번 있었다. 한 번은 베이징의 모 업체가 우리와의 JV를 논의하던 중, 미팅이 끝난 후 밤에 따로 전화가 왔다. 성사가 되면 일정 지분을 챙겨주겠다고 했다. 어떻게 챙겨줄 수 있느냐 물으니, 자신의 이름으로 되어 있는 지분 중 일부를 나나 내 와이프 이름으로 넘기겠다고 했다. 다음날 나는 본사와의 컨퍼런스콜 자리에서, 본사 CEO에게 이 사실을 보고했다. 그렇게 그 업체와의 딜은 종료가 되었다.

또 한번은 상장을 앞두고 있는 유력한 중국 업체 CEO가 급히 전화를 했다. 이제 곧 클로징이니 약간의 우호 지분을 사가라고 한다. 보통 상장 전 친척이나 친구들, 비즈니스 파트너에 제공하는 선의(善意)라고 했다. 금액은 적었지만, 혹하지 않을 수 없는 기회였다. 사실 회사에 해를 끼칠 부분도 아니고, 주식이라는 건 언제든 떨어질 수 있으니, 당당한 투자일수도 있었다. 하지만 내가 이 중국 법인의 CEO였기에 받은 제안이 아닌가? 다행히 그 회사의 상장이 취소가 되어 시험에 빠지지 않을 수 있었다.

두 사람 모두 돌이켜보면 중국의 내로라하는 엘리트이고, 부자이기도 하고, 인격적으로 좋은 사람들이다. 내가 너무 민감했던 거 같다. 베이징에서 선배를 만났을 때, 이 모든 의문이 풀렸다.
 
“중국 사람들은 이리에 밝고, 한국인처럼 술만으로도 친구가 되어서 조건 없이 도와주는 건 없어. 내가 뭔가 도움을 받았다면 작게라도 답례를 하는 게 예의이고, 그게 문화지. 거꾸로 니가 도움을 받았는데 금전적으로 챙겨주지 않으면 그 사람이 서운하게 생각할거야. 아무리 니가 그와 친하다 하더라도 말이야. 나 같은 경우도 한국 문화상 회사 돈으로는 챙겨줄 수가 없으니, 개인적으로 조금이라도 답례를 하는 편이야.”

‘그랬구나. 내가 쓸데없는 오해를 했구나!’ 그는 나에게 선의의 우정을 보인 것인데, 나를 모럴헤저드로 끌고 가는 사람으로 취급한 것이 오히려 미안했다. 앞으로 유사한 상황이 왔을 때 나는 어떻게 처신해야 할까? 모럴헤저드와 의리 사이의 교묘한 지점이 있다면, 그곳으로 피해야 할까? 나는 한국인이니 한국의 문화대로 해야 할까? 칼로 무 자르듯 나누기 어렵지만, 적어도 진심은 받아주고 방법론으로 푸는 방법이 있으리라 본다.

 

칼럼니스트 신동원

연세대 신문방송학과를 졸업하고 인터넷 업계에서 17년을 보냈다. 2004년 다음커뮤니케이션의 중국지사장으로 부임한 후 현재까지 10년째의 중국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2006년 워싱턴대-상해 복단대 Executive MBA를 졸업하고 본격적인 중국네트워크를 넓혔다. 2009년 LG유플러스를 거쳐 2010년에는 네오위즈차이나의 법인장으로 부임했다. 현재 중국의 인터넷 모바일 CEO 모임인 ‘장성회(Great Wall Club)’의 정회원으로 활동 중이며, 한국의 경쟁력 있는 모바일 콘텐츠를 중국 내에 유통하고, 바이두, 차이나모바일, 알리바바, 360 등 대표적 중국기업들과 파트너십을 구축하고 있다. 중국에서 한국으로 진출하는 기업을 돕는 네오플라이차이나 컨설팅 사업도 활발히 진행중이다. 저서 : <<나는 중국에서 자본주의를 만났다>> 2012.11 참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