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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MBA

[김지영 칼럼] 02. 중국 MBA 지원 준비

 

 

02. 중국 MBA 지원 준비   

 

처음에는 북경대의 광화관리학원을 목표로 자료를 조사하기 시작했다. 당시에는참고할 만한 정보가 별로 없어서 중국 내 MBA 교육 수준이 어떤지,어떤 학교가 어떤 분야에서 우수한지 검토하고 비교해 가며 선택할 수가 없었다. 난 그저단순히 MBA를 떠나 중국내 최고의 명문대가 북경대라고 생각했고 (우리나라에서는서울대가 최고니까 중국에서는 북경대가 최고 아니겠는가? ) 한 학교만 목표로 준비하긴 리스크가 너무크니까 북경대와 함께 양대 명문이라고 하는 청화대도 같이 알아보자는 심정으로 입학 조건을 알아 보았다.

 

중국의 MBA 과정은 크게 3개과정으로 나누어 진다. 풀타임(Full-time/全职制), 인터내셔널(International/国际), 파트타임(Part-time/在职)이 그것이다. 풀타임은 전체 수업이중국어로 이루어 지고 대부분 중국인들을 대상으로 모집을 하는 과정이다. 인터내셔널은 전체 수업이 영어로이루어 지고 외국인들을 주 모집대상으로 하며 중국인 학생 비중은 상대적으로 적다. 파트타임은 중국어로수업이 이루어 지고 직장을 다니면서 주말이나 저녁에 이수할 수 있는 과정이다.

 

힘들 것 같다는 생각을 했지만 어차피 중국어 실력을 늘이는데도 큰 목적이 있었기에 풀타임에 지원하기로 하였다. 외국인 유학생의 MBA 지원 조건은 기본적으로는 학사 이상의 학력, 3년이상의 업무경력, 그리고 GMAT성적 이었는데, 중국어로진행되는 풀타임에 지원하려면 당시 기준으로 HSK 6급 이상의 성적이 필요했다.

 

HSK 7급 이상의 성적이중문과의 졸업필수 조건이었기에 성적이 있었지만 성적 유효기간이 2년이어서 지원시기에 제출할 시험성적이따로 필요했다. 나는 이왕 공부하는 김에, 그리고 실제 공부를하게 되면 중국어로 수업을 들어야 할 텐데 조금은 높은 기준으로 공부를 하자는 마음에 고급 HSK를준비하기로 했다. 고급시험은 8급까지의 중급처럼 주로 객관식문항만 있는 것과는 달리 작문시험과 구술시험도 포함되어 있어 많은 어휘량을 필요로 했다. 직장생활을하면서 자습으로만 공부하기는 버거웠다. 그래서 퇴근 후, 그리고주말에 HSK 학원을 다니는 생활을 시작했다. 당시 회사는용인에 있었고 나는 회사 기숙사에서 생활하고 있었는데, 같은 용인내에서 기숙사는 또 회사와 한 시간정도 떨어진 조금은 외진 곳에 있었다. 평일에 두 번 회사에서 강남역으로, 열시 정도에 수업이 끝나면 다시 기숙사로 돌아왔고, 토요일은 아침부터오후까지 종로에 있는 학원에서 수업을 들었다.

 

혼자 버스를 타고 학원을 오가는 길이 참 멀고 힘들었다. 밥 먹을시간도 없고 그 번화한 동네에서 혼자 마땅이 뭘 먹기도 불편했다. 공부해야 하는 내용은 어렵기만 하고배워도 배워도 모르는 것 투성이에 끝이 없는 것 같았다. 당시 내가 있던 회사 기숙사는 온돌식 방 하나에 4명이 같이 지냈는데 원래 놀이공원 사업부의 아르바이트 생들을 수용하기 위해 지어진 시설이라 나를 제외한 룸메이트들은 모두 놀이공원에서 근무하는 갓 스물이 넘은 친구들이었다. 그 친구들이랑 나는 근무시간이 완전 달라출퇴근하고 생활하기가 많이 불편했고 나중에 짬밥(?)이 차서 옮겨간1인실은 혼자라 자유롭긴 했지만 공간이 너무 좁아 답답했다. 대학 때 잠시 고시원에서 산적이 있었는데 그 고시원보다도 좁은 방이었다. 방에 책상이 없어서A4지 종이박스위에 책을 놓고 공부했다. 일도 많고 회식도 잦아 항상 공부할 시간이 부족했지만그 때는 뭔 오기였는지 새벽4,5시 에 일어나서 1시간씩이라도공부하고 출근하는 생활을 했다. 그래도 생각해 보면 대견한 시간들 이었다. 그렇게 준비하여 2006 6월에친 시험에서 고급 9급 성적을 취득했다.

 

HSK 성적을 따고 한 숨 돌리고 보니 또 하나 남은 관문 GMAT이 있었다.

 

GMAT이 뭐지? 난 정말MBA준비를 하기 전에는 GMAT이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없었다. 2007년새해를 맞고 또 다시 컴퓨터를 붙들고 정보를 검색했다. GMAT(Graduate Management Admission Test), 경영대 입학을 위해서 치는 시험이라고한다. 검색해 보니 그 곳에는 내가 몰랐던 세계가 있었다. 수많은 GMAT 학원들 그리고 시험을 준비하는 사람들의 스터디 모임, 시험후기들… MBA GMAT 시험으로 하나의 시장이 형성되어 있었다. 후기들을 읽어보니 만만치 않은 시험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영어로수리(Math), 언어(Verval), 분석력(AWA)을 평가한단다. 산넘어 산이라더니 이제 영어인가? 시험비만 $250에 학원비도 나에게는 엄청 부담스러운 수준이었다. 아직 어떻게 시험공부를 해야할 지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는 모르겠지만 경제적인 부담때문에라도 짧게 끝내야 겠다는생각이 들었다.   

 

미국의 명문 MBA에 들어가려면GMAT성적이 700점 이상은 되어야한다고 하는데 다행히 중국 MBA 500점대 후반이면 가능하다고 하여 조금은 가벼운 마음으로시작할 수 있었다. 당시 강남에서 가장 유명했던 GMAT학원을등록하고 주말은 아침부터 저녁까지 강남역에서 수업을 듣고 밥을 먹고 학원에서 짜 준 스터디 그룹 멤버들과 공부를 하면서 보냈다. 난생처음 다양한 배경을 가진, MBA 입학을 목표로 하는 많은 사람들을만났고 그 경험들이 새롭고 기분 좋았다. 강사님들은 입에 거품까지 물어가며 일분일초도 낭비하지 않고열정적으로 강의를 진행했고 듣는 사람들도 강의실이 후끈해 질만큼 집중하여 강의를 경청했다.

 

학교마다 편차가 있긴 하지만 대부분의 MBA는 일반인이 부담하기에학비가 꽤나 비싸다. 거기다가 1년 혹은 2년간의 생활비까지 부담해야 하니 왠만한 탑클래스 MBA를 이수하는데소리가 나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 MBA를 준비하는 사람들은 크게 두 분류로 나눌 수 있다. 회사에서 능력을 인정받고 학비와 생활비를 스폰서 받아 가는 사람과, 개인적으로건부모님 스폰서로건 그만한 경제적 여건이 되어 자비로 가는 사람. 학원에 오면서도 명품 가방과 구두, 옷차림으로 된장녀 된장남 티를 줄줄 흘리는 사람들을 보며 배가 아프기도 하고 부럽기도 했지만 어쨌든 MBA 입학의 진입장벽으로서의 GMAT 앞에서는 모두 평등할 수 밖에없다는 사실이 그나마 조금의 위안이 되었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꿈을 위해, 그리고 지금보다 앞으로 한 발 더 나아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구나.. 하는생각이 나에게도 큰 자극이 되었고 HSK 때와 마찬가지로 주로 새벽에 일찍 일어나 공부하는 생활을 시작했다. 힘이 들었지만 당시에는 그렇게 공부하는 습관이 점점 몸에 붙는 느낌이 들었다.

 

그렇게 반년정도 준비를 하여 2007 10월에 처음으로 GMAT을 보았고 운좋게도 첫시험에 500점 후반대 점수가 나왔다. 이제 또 한 숨 돌릴 수 있었다. 나중에 더 좋은 성적을 받아보려고 다시 학원도 옮겨서 다녀보고 보던 책도 복습해서 두번째 시험을 쳤지만 긴장감이떨어져서인지 오히려 점수가 떨어졌다. 역시 사람의 마음가짐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했다.

 

이제  추천서와 에세이만 남았다.

 

지원할 때 2장의 추천서와 지원동기,앞으로의 계획, 경력 사항 등에 대한 간단한 영어 에세이를 제출해야 한다. 추천서는 누구에게 부탁할까 고민하다가 사내에 중국사무소 소장을 맡고 있던 차장님께 한 부를, 미국에서 MBA를 졸업하고 입사한 동기 오빠에게 한 부를 부탁했다. 귀찮은 부탁이었을텐데도 흔쾌히 답하고 써주셨다. 나중에 꼭 고마움을갚아야 할 분들이다.

 

에세이는 알아봤더니 많은 사람들이 전문 번역 업체에 맡긴다고들 했다. 그리고그 에세이 번역에 드는 비용만 적게는 수십만원에서 많게는 수백만원까지 든다고 한다. 내 사정상 에세이번역에 그렇게 많은 돈을 쓸 수도 또 심하게 부족한 내 영어 실력으로 직접 영작을 할 수도, 그렇다고구글 번역기에 돌려서 낼 수도 없어, 가장 친한 고등학교 친구에게 부탁을 했다. 그 친구는 학부때 캐나다로 유학을 갔다가 거의 십 년째 캐나다에 눌러살고 있는 친구였다. 비빌대라곤 그 친구밖에 없었다. 친구는 내가 보낸 한글 에세이를며칠에 걸려 번역하고, 네이티브 캐나다 지인에게 다시 정확한 문법인지 확인까지 해서 나에게 보내주었다. 그렇게 또 하나의 관문을 넘기고 지원자료 준비를 끝냈다 

 

 

 

칼럼니스트 김지영

 

김지영 칼럼니스트는 고려대학교 중어중문학과를 졸업하고 삼성에버랜드에 들어가 푸드컬처 사업부 소속으로 일하다가 중국 칭화대학교 MBA 과정에 유학 갔다. MBA 과정을 마치고 락앤락의 상하이 현지법인에서 B2B팀장으로 3년간 근무한 뒤 독립해 상하이에서 씨케이브릿지 컨설팅을 설립했다. 저서 : <사막여우 중국MBA 가다>2013.12, 필맥출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