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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경제금융

[전병서 칼럼] 2000년된 나라의 20년과 200년된 나라의 20년은 다르다?

71년 이후 5차례 경제위기에 돈 찍기로 재미 본 미국


최근 500년간 초강대국의 비결은 무력으로 약소국을 점령하고 “식민지를 만드는 것”이었다. 스페인, 포르투갈, 네덜란드, 영국이 그랬다. 그러나 미국은 식민지를 만들지 않고 잘 먹고 잘산다. 미국이 세계를 통치하는 방법은 군사력이 아니라 “금융력(金融力)”이다. 지금 전 세계는 미국의 “달러식민지”다. 미국은 인류의 생존에 가장 필요한 두 가지, 석유와 식량을 독점하고 그 거래를 달러로 하게 만들어 세계를 지배한다. 미국은 전 세계에 달러식민지를 거느린 것이다.

 

 

 

 

금본위제가 끝난 1971년 이후 미국은 이번 서브프라임 사태까지 5번의 대형 경제금융사고가 있었지만 끄떡없다. 바로 돈 찍는 기계, 달러 때문이다. 최근 100년간 끝없는 돈 찍기로 달러의 구매력이 95%나 하락했지만, 이번 글로벌 금융위기에도 미국은 역시 돈 찍기로 재미를 보았다.

 

 

최근 10년간 상품가격이 폭등했다. 그 주요인은 제조대국 중국의 무지막지한 원자재의 식욕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중국의 원자재수요보다 더 크게 영향을 미친 것은 “달러 풀기”였다. 중국의 수요를 보고 달러가 왕창 투기를 걸어 돈놀이를 하고 치고 빠진 것이다. 중국의 수요가 반 토막 난 것도 아닌데 국제원자재 가격이 폭락한 것은 달러 투기자금의 영향이 더 크다.

 

 

 

돈 풀면 “죽은 고양이도 튀어 오른다”!


돈을 풀면 얼마나 오래 지속될지는 모르지만 “죽은 고양이도 튀어 오른다”. 2008년 이후 중앙은행들의 통화공급은 2배가 넘게 늘었다. 5년에 걸친 미국과 유럽의 천문학적 돈 풀기의 효과가 경기지표의 반등으로 살짝 나타나고 있다. 글로벌 PMI가 꼬리를 틀었고 미국이 부동산에 이어 유럽의 경기도 기지개를 켜고 있다.

 

 

“수급은 재료에 우선”하고 법보다는 주먹이 앞선다. 미국의 주가는 사상 최고치를 갱신하고 있지만, 부동산, 실업률 등 실물경제의 주요 지표와 비교하면 여전히 걱정이 앞선다. 하지만 FRB의 자산규모와 주가를 보면 주가가 왜 사상 최고치를 갱신하는지를 알 수 있다.

 

 

미국의 “QE중단”에 세계가 겁을 먹었다. 역사이래 이번처럼 전 세계가 동시에 금리 인하하고 앞다투어 돈 풀고 한 적이 없다. 무한정 돈을 풀어도 물가상승이 나타나지 않은 것은 부동산과 공급과잉산업의 재고에 돈이 묶인 것도 있지만, 고장난 금융시스템이 돈을 제대로 유통시키지 못했기 때문이다. 전 세계 공통적으로 화폐유통속도가 대폭 하락했다.

 

사실 QE중단이 무서운 게 아니라 금융시스템이 복원되어 있느냐가 관건이다. QE를 중단해도 화폐유통속도가 올라가면 유동성 걱정 안 해도 된다. 그리고 만약 유통속도를 정상화시킬 금융시스템의 복원이 이루어졌다면 경기회복 이후에는 다시 돈이 돌기 시작하면 하이퍼 인플레를 걱정해야 한다.

 

미국과 유럽 일본의 경기회복의 지속성에 가장 중요한 실업률은 여전히 높다. 그래서 경기반등의 초기국면에 유동성 걱정은 아직 이르지만,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의 경기회복에 마냥 박수치고 환호하기가 어렵다.

 

 

 

“먹이 사슬 구조”로 본 주요국 경기회복의 순서


지금 세계는 크게 세 나라다. 소비국과 생산국 그리고 생산국에 원재료를 납품하는 자원 공급국이다. 미국과 유럽이 소비국이고 중국이 생산국이고, 중남미와 호주가 자원 공급국이다.

 

 

이런 산업의 먹이 사슬 구조 때문에 자생력이든, 돈의 힘이든 간에 경기가 회복하면 거기에는 순서가 있다. 소비국이 먼저 소비가 늘면 다음은 생산국이고 마지막으로 자원 공급국이 영향을 받는 구조다. “미국과 유럽 나비의 날갯짓”이 태평양을 건너면 “중국에는 선풍기 바람” 되고 중국의 선풍기 바람이 다시 태평양을 한 번 더 건너면 “호주와 중남미에는 강풍”이 된다.

 

지금 미국과 유럽의 주가는 날아가는 데 중국과 중남미, 호주 주가는 여전히 죽 쑤는 것은 나비의 날개바람이 아직 태평양을 못 건넌 때문이다. 주요국의 제조업 PMI를 보면 이런 특징이 선명하게 나타난다.

 

 

 

주요국의 최근 경기상황을 보면 누가 더 무지막지하게 돈을 풀었는가의 순서로 경기회복 시그널이 나타나고 있다. 20년간 제자리였던 일본이 아베 집권 이후 대규모 통화방출에 힘입어 최근 20년 내 최고의 성장률을 나타냈다. 경기회복의 순서는 그다음이 미국이고 유럽 순이다.

 

2009년 이래로 통화량을 30%대에서 14%대로 절반 가까이 줄여 긴축해온 중국은 2013년 상반기에 7.6% 성장률로 최근 수년간 최저의 성장률을 나타내었다. 중국의 성장둔화에 직접 영향받는 원자재 공급국들은 아직도 경기불황의 악몽 속에서 깨어나지 못하고 있다.

 

 

글로벌 경기회복의 수혜는 이제 산업의 먹이사슬로 보면 선진국에 제품을 공급하는 제조대국 중국 차례가 오고 있다. 중국의 7%대 중속 성장은 정부의 의도가 깊이 반영된 의도된 성장이다. 중국은 경기사이클의 바닥에 와 있고 서방세계는 지금 긴축을 시작하지만, 중국은 이미 긴축과 구조조정에 들어가 있다. 주력인 제조업의 구조조정이 진행되고 있어 1~2분기 정도 더 시간이 걸리겠지만, 미국과 유럽의 경기회복이 본격적으로 중국에 영향을 미칠 시기가 점점 다가오고 있다.

 

전 세계에서 GDP 대비 대중국수출의존도가 가장 높은 나라가 한국이다. 한국의 산업구조는 심하게 얘기하자면 “준(準)중국”이다. 전체수출의 1/3을 중국에 의존하고 있고 대중국 수출의 74%가 중간재다. 중국에 필요한 중간재 중심으로 산업구조가 형성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국증시에서 “유동성의 흐름은 미국”을 봐야 하지만 정작 “돈 먹는 종목은 중국”을 봐야 답이 나온다.

 

중국경제에 문제 생기면 가장 먼저, 크게 문제 되는 것이 한국이다. 중국의 성장률 둔화를 두고 중국경제 위기론에 휩쓸리기보다는 중국의 변화된 경제운영방식과 정책변화를 잘 보고 유망산업, 유망종목을 잘 고르는 것이 중요해 보인다.  

 

 

중국이 성장률을 낮춘 진짜 이유?


후진타오시대 연평균 10.7%의 고성장을 했던 중국경제가 시진핑 정부 들어 성장률목표를 7.5%로낮추었다. 중국이 시진핑 정부 들어 30년간 지속해온 두 자리 수 성장에서 7%대 중속(中速)성장으로 전략을 바꾼 진짜 이유는 무엇일까?

 

중국이 2010년 10.4%대의 성장에서 2013년 상반기에 7.6% 성장을 하자 서방세계는 “중국 쇠퇴론”, “중국 경착륙”, “중국 위기론”, “중국 붕괴론”을 들고 나왔다. 그러나 2차대전 이후 전 세계 239개 나라 중에서 고성장에 성공한 나라는 중국, 대만, 홍콩, 인도네시아, 한국,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태국, 일본, 몰타, 오만, 보츠와나, 브라질 등 13개 나라에 불과했다.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에서 고성장에 성공해 경제를 도약시킨 5개 국가들의 고성장기 종료 이후 평균성장률을 보면 5.3% 수준에 그쳤다. 5~7% 성장을 유지한 나라는 싱가포르, 대만, 한국 같은 경제규모가 작은 나라들이고 G2 국가 일본은 2.8% 성장에 그쳤다.

 

 

그만큼 고성장이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중국이 7%대 성장에 문제 있다고 하지만 매년 7.2%성장하면 “10년이면 GDP가 2배”, “20년이면 4배”, “30년이면 8배”를 성장하게 되는 어마어마한 성장률이다. 중국의 잠재성장률은 예측에 따라 다르지만 대략 5.9~9.2% 정도로 보고 있고 대략 7%대의 잠재성장능력은 보유하고 있다.

 

중국이 10%대에서 7%대로 성장률 목표를 낮춘 것은 현재와 같은 산업구성과 자원 소비구조에서 “중국이 미국 되면 전쟁 나기 때문”이다. 중국의 GDP는 지금 미국의 절반 수준이다. 중국은 공산당 창당 100주년인 2020년까지 GDP 규모를 두 배로 늘려 미국의 경제규모를 넘어선다는 것이 목표다.

 

“72의 법칙”에 따르면 중국은 매년 7.2%의 성장만 하면 10년이면 GDP가 두 배가 되고 매년 미국 경제가 성장하는 수준인 1~3%의 위안화 절상만 하면 GDP에서 미국을 추월할 수 있다.

 

물론 한나라의 국력은 군사력, 정치력, 문화력, 경제력의 종합이지만 경제력은 국력의 시작이자 핵심이다. 경제력에서 군사력이 생기고 정치력이 나오고 강한 나라의 문화를 다른 나라가 자연스레 따라 하는 문화력이 생긴다. 그래서 강대국의 시작과 끝은 경제력이다.

 

대국 간의 전쟁은 항상 명분은 대의(大義)지만 속내는 모두 에너지와 자원의 싸움이다. 세계의 두 차례 대전도 결국 공업화 이후 필요한 에너지와 자원 확보 전쟁이었다. 중국은 지금 경제규모는 미국의 절반 정도지만 세계원자재시장에서 주요 원자재를 12%~48%나 소비한다. 만약 중국의 경제규모가 2배가 되면 전 세계 원자재의 24%~96%를 소비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부족한 자원 때문에 전 세계는 중국과, 중국은 전 세계를 상대로 전쟁을 벌일 수밖에 없다. 그러면 미국과 맨 먼저 붙어야 한다. 미국과 군사력에서 열세인 중국은 지금 전쟁을 벌이면 바로 파멸이다.

 

 

“200년 된 나라”의 20년과 “2000년 된 나라의 20년”은 다르다?

 

중국의 경제규모의 과도한 확장은 필연적으로 전쟁을 불러일으킨다. 과거 일본이 미국의 진주만을 습격한 것도 공업화 이후 부족한 에너지의 확보가 국가의 존망이 달린 문제인데 이를 장악하고 있는 미국의 태평양함대를 쳐부수지 않으면 불가능했다. 국가가 커지면 “자원이 바로 생명”이고 전쟁이다. 중국도 같은 길을 가지 않을 방법이 없다.

 

중국의 두 자리수 성장은 단순한 자원의 문제가 아니라 정치, 외교의 문제이고 결국 전쟁으로 이어지는 문제이다. G2 중국은 성장모형의 전환이 없으면 G1을 추월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미국을 포함한 나머지 국가들과도 자원확보를 위한 전쟁을 피할 수 없다.

 

 

중국은 2000년 된 노회한 나라다. 유럽 강대국의 패권은 그리스인, 로마인, 라틴족, 게르만족, 슬라브족 등 수 많은 민족들이 번갈아 잡았지만 한 민족이 전 유럽을 통일하고 오늘날까지 온 것이 아니다. 그러나 유럽크기의 중국 대륙은 북방민족의 침입이 있었지만, 여전히 한족이 주인이다.

 

모든 것을 시간으로 녹여 버리는 노회한 전략을 가진 중국이 생각하는 것은 시간 싸움이다. 후진타오 정권과는 달리 중국의 새 시진핑 정부가 7%대의 중속 성장으로 전략을 바꾼 것은 미국과의 마찰을 최대한 늦추자는 것이고 세계와의 전쟁을 피하려는 전략이다. 시간의 싸움에서 이기는 것은 중국의 최대 강점이기 때문이다.

 

유럽까지를 정복한 북방의 몽골족도, 지금의 중국의 영토를 확보해준 만주족도 결국 시간의 용광로 속에 녹여 모두 한족의 문화 속으로 집어넣은 나라가 중국이다. 600년에 걸쳐 1,764km의 경항 대운하를 만들고 1800년에 걸쳐 2,700km의 만리장성을 만든 나라다. 중국은 최근에 20년에 걸쳐 중국 수력발전의 11%들 담당하고 저수량이 소양강댐의 14배인 390억 톤의 세계최대의 샨사댐을 만들었다.

 

200년 된 나라에게 20년은 긴 시간이지만 2천년 된 나라가 20년 기다리는 것은 짧은 시간이다. 만만디의 나라 중국의 입장에서는 성장률을 낮추면서 10~20년을 기다리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중국은 군사력이 아니라 경제력에서 싸움을 걸고 미국과 과학기술에서 경쟁하려는 것이다. 중국이 인공위성을 쏘고 우주정거장을 만들고 중대형 항공기, GPS 전문위성산업과 심해탐사용 첨단장비산업을 국가 7대 전략산업으로 육성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중국의 선택은? “수확체감 산업”을 “수확체증 산업”과 접목  


중국경제는 실물경제는 G2이지만 금융경제는 G20도 안 된다. 결국, 지금 세계 경제는 금융력으로 판가름난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일으킨 장본인은 미국인데 주가는 미국에서 거리가 먼 후진국 증시가 더 폭락했다. 금융시장에 들어온 미국 돈이 빠져 고향으로 돌아갔기 때문이다.

 

중국은 실물경제에서는 G2지만 국제화폐 사용량에서 중국의 비중은 2%도 못 미친다. 중국이 실물에서 발언권은 G2일지 몰라도 금융에서는 약소국이다. 중국은 지금 “중남미와 호주의 원자재 공급국”에게는 생사여탈권을 쥔 가장 영향력 있는 국가이지만 금융이 강한 “미국과 유럽의 소비중심 국가”들에게는 “봉”이다.

 

미국과 유럽이 금융위기로 빚 갚느라 소비를 줄이자 땅 위에 있는 모든 제품은 공급과잉이다. 철강, 화학, 조선 기계 반도체 핸드폰… 덕분에 중국은 지금 19개 업종에서 심각한 공급과잉으로 고전하고 있다. 중국의 주요전통 산업과 태양광, 풍력발전은 정상가동수준인 80%를 훨씬 밑도는 심각한 공급과잉상태다.

 

 

중국의 경제학 박사 출신 새 총리, 리커창은 중국경제의 미래는 첨단산업과 내수중심 성장에 있다고 보고 있다. 중국은 전통제조업에서 전 세계의 석탄, 석유, 철광석, 비철금속, 곡물을 무지막지하게 소비하면서 G2를 만들었다. 하지만 새로운 경제수장 리커창의 경제정책의 방향은 “수확체감의 전통산업”을 “수확체증의 IT를 포함한 신성장산업”과 접합해 지속 가능한 성장을 만드는 것이다.

 

 

리커창은 "규모의 경제”를 만들지 못하는 전통산업 19개의 과잉설비를 연말까지 철거하여 가동률을 80% 이상으로 높일 계획이다. 중국 공업부는 시멘트, 제철, 제강, 코크스, 합금, 화섬, 피혁, 염색, 납축전지, 판유리, 구연산, 주정, 화학조미료, 비철금속, 카바이드, 전해 알루미늄 등 19개 낙후업종의 1,294개 기업에 대한 과잉설비축소 계획을 발표했다.

 

구조조정 대상기업은 오는 9월 말까지 설비 가동을 중단하고 연말까지 과잉 낙후생산 설비를 철거해야 한다. 공급과잉이 심한 조선산업은 향후 3년간 2015년까지 증설도 금지시켰다.

 

이것이 중국의 전통산업 구조개혁이고 이 과정에서 나타나는 성장률 둔화는 감내하겠다는 것이 중국정부의 7%대 성장의 또 다른 속내다. 대신 중국정부는 7대 신 성장 산업을 통해 첨단산업을 육성하고 고용창출과 성장동력을 만들어 내려 하고 있다.

 

최근 한국의 조선, 철강, 화학업종 주식들이 반등하자 중국의 경기 회복이 반영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많지만 그게 아니라 이들의 경쟁사인 중국의 관련업종의 구조조정에 반사이익을 볼 가능성 때문이다. 그러나 이들 업종은 중국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공급과잉이 심하기 때문에 좀 더 두고 봐야 한다.

 

철강, 화학산업의 최대 수요처는 건설이다. 리커창 총리의 미래 10년의 승부수는 신형도시화이다. 4월에 나온다고 했던 신형도시화의 마스터 플랜이 아직 나오지 않았다. 금년 10월 “제3중전회의” 이전에 중국의 “신형도시화 계획”의 세부 내용이 어떻게 나오느냐가 한국의 철강 화학 관련주들의 방향성을 결정할 가능성이 높다.

 

 

최근 4년간 한국의 대중국 수혜주의 공통점은?

 

서방 언론에서는 하루가 멀다고 중국 위기론이 넘쳐난다. 서방세계는 중국이 성장률이 3%P나 떨어졌고 초단기 금리가 30%로 올라갔는데도 중국정부가 경기부양이나 자금공급을 안 한다고 중국에 큰 위기가 온 것처럼 난리쳤지만, 중국정부는 눈도 깜짝 않고 자기 갈 길 가고 있다. 

 

중국이 위험한가 아닌가 논쟁할 할 필요가 없다. 세계 최고의 기업들이 중국에서 어떻게 하는지 보면 된다. 서방언론과 이코노미스트들이 중국이 위험하다고 하는 데도 미국과 유럽의 포천 500대 기업의 중국진출이 붐이다. 한국의 경우도 한국 최고의 기업 삼성전자가 중국에 최첨단 반도체 공장을 짓고 있다. 위기론과 붕괴론이 넘치는 나라, 중국에 삼성은 왜 공장을 지을까? 포천500대 기업의 판단과 언론의 판단 중 누가 더 정확할지는 두고 보면 알게 된다.

 

7월까지 상해A주 상장종목 중 주가상승률 상위 150사의 커트라인 수익률이 55%였다. 정보, 환경, 내구소비재 산업이 상위 150종목의 대부분을 차지했다. 한국 증시의 대중국 수혜주의 경우도 4년  전 “차화정”에서 2년 전 “먹고 마시고 입는 업종”으로 주력이 바뀌었다가 최근에는 반도체, IT, 태양광발전 등의 “정보와 신 에너지산업”으로 이동하고 있다.

 

3차에 걸친 한국의 대중국 수혜주는 모두 “중국의 정책산업”들이다. 중국의 정책을 모르고 시가총액비중대로 인덱스에 투자한 펀드를 사고 인덱스 안 오른다고 불평해야 소용없다. 한국이 대중국 펀드 투자해서 망했다고 하지만 투자한 펀드의 편입 종목을 자세히 보면 왜 그런지 답이 있다.

 

금년에도 중국정부의 강한 통제를 받는 전력, 통신, 철도, 석유, 은행, 미디어 등 6대 독점산업만 피해서 투자했다면 시장은 마이너스였지만 고수익을 누릴 수 있었다. 한국이 펀드에 편입한 종목을 잘 들여다보면 왜 펀드수익률이 낮은가 알 수 있다.

 

 

신에너지, 차, 환경보호, IT산업을 주목해야

 

최근 한국의 태양광발전 관련 회사들의 주가가 폭락에서 한방에 반전했다. 죽네사네 하던 것이 어제인데 분위기가 싹 바뀌었다. 세계 최대 태양광 투자국 중국이 2015년까지 3년간 발전능력을 세 배나 늘리겠다는 발표를 했기 때문이다.

 

중국 국무원은 7월 15일 태양광산업 발전촉진 정책을 통해 향후 3년간 연간 10기가와트(GW)씩 생산능력을 추가해 2015년까지 태양광 발전량을 작년의 8.3GW의 네 배인 35GW를 달성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를 위해 국무원은 보조금, 재정, 은행대출, 토지, 건설 등 6개 방면에서 태양광 산업 발전을 위한 지원조치도 함께 내놓았다. 무석시의 대표적인 민영 태양광장비 업체인 “선텍”이 부도날 정도로 상황이 어려워졌지만, 국무원은 이 같은 지원은 경쟁력 있는 기업에만 집중될 것을 강조해 산업 구조조정의 의지를 명확히 했다.

 

 

연간 1,900만대의 자동차소비가 세계의 자동차 기업을 중국으로 불러들이고 있다. 불황이라는 데도 중국에서는 7월까지 1,200만대의 차가 팔렸다. 경기가 바닥으로 향하는 데도 중국의 자동차 판매는 호조다. 7월의 자동차 판매증가를 보면 전 세계 최대이고 미국의 2배 수준이다.

 

 

이런 추세면 연말까지 2,000~2,100만대가 팔릴 전망이다. 중국정부가 독 스모그 때문에 주요 도시에 자동차 등록증 발급제한 조치를 취했지만 소용이 없다. “자동차 대중소비기”에 들어선 중국의 자동차 소비는 아무도 못 말린다.

 

 

북경의 독 스모그 영향으로 5년 만에 외국 관광객이 15% 줄었고 최근 중국정부는 환경오염을 이유로 BMW의 자동차공장증설도 불허했다. “하늘이 무너져야 솟아날 구멍이 보인다(?)”고 북경에 하늘에 구멍 뚫리자 중국정부가 앗 뜨거라 하고 환경보호산업육성에 나섰다.

 

중국 정부는 에너지과소비와 환경오염을 일으키는 산업은 억제하고 오염 없는 녹색산업을 성장의 주력산업으로 하겠다고 선언했다. 상전벽해이고 하늘이 뒤집어질 일이다. 환경오염이 가장 심하지만, 환경보호와는 아무 상관 없는 나라 같던 중국이 환경에 가장 민감한 나라로 바뀌었다.

 

금년도 중국에 가장 뜨거운 단어는 미세먼지농도를 나타내는 “PM2.5”다. 금년 봄 서울의 광화문로 격인 장안대로에서 건너편 빌딩이 잘 안 보일 정도로 심각했던 스모그 현상은 공업화 후기 단계 도시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1952년의 런던, 1966년의 뉴욕의 모습이 현재 북경의 모습 그대로이다. 30년간 고성장 한다고 오염시킨 환경은 30년간 돈으로 회복시키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다. 지금 세계 최대의 환경시장이 중국에 들어서고 있다.

 

 

중국정부는 최근 2015년까지 IT 소비를 매년 30%씩 늘리겠다는 목표를 세웠고 특히 전자상거래를 집중 지원하겠다는 정책을 발표했다. 6억의 인터넷 사용자가 중국의 상거래 지도를 바꾸고 있다. 중국최대 B2B사이트인 “아리바바 (阿里巴巴)닷컴”의 “마윈”이 세운 전자상거래 사이트 “타오바오(淘寶)”가 설립 5년 만에 매출액이 1조 위안, 한화 180조 원을 넘어섰다.

 

한국최대 기업 삼성전자의 매출액이 200조 원대인 점을 감안하면 중국의 전자상거래 시장의 위력을 실감할 수 있다. 지금 포천 500대 기업을 보면 미국의 슈퍼마켓 월마트가 항상 상위 1~3위안에 있다. 중국의 GDP가 미국을 따라잡으면 월마트 같은 이런 유통회사는 몇 개가 나올 수 있다. 그런데 그 슈퍼는 바로 사이버 슈퍼마켓, 전자상거래업체가 될 것이다.

 

인터넷 상거래 덕분에 불황이라는 데도 불구하고 상반기에 중국의 택배시장은 61%의 폭발적인 성장을 보였다. 최근 마윈은 아리바바닷컴을 은퇴하고 전국 당일 배송을 목표로 하는 택배회사를 설립했다. 그러자 중국 전역의 각성과 도시 그리고 물류회사들이 서로 발벗고 나서 부지와 돈을 내겠다고 난리다. Fedex에 버금가는 초대형 물류회사가 중국 내수시장에서 등장할 날이 멀지 않았다. 

 

후진국일수록 “정보기기의 과소비”가 이루어진다. 인당 소득 6천 달러인 나라에서 최신 고성능 스마트폰이 날개 달린 듯이 팔린다. 11억 명의 모바일 사용자가 스마트화하면서 모바일 DRAM 시장에도 변화를 주고 있다. DRAM 시장의 호황이 이젠 PC가 아니라 핸드폰에서, 미국이 아니라 중국에서 시작되고 있다. 20개가 넘던 전세계 DRAM 메이커가 이젠 한국의 양대 메이커로 대략 정리되었다. 세계 최대의 모바일 생산국이자 소비국인 중국 때문에 한국 양대 DRAM 메이커가 새로운 호황을 누릴 전망이다.

 

 

중국은 분명 과거 10년과 다른 새로운 10년을 시작하고 있다. 중국의 “수확체감의 전통산업”을 “수확체증의 신산업”으로 바꿀 자동차산업, 정보산업, 신에너지 산업, 자원절약형 환경산업이 전환기 중국의 유망산업이다.

 

 


칼럼니스트 전병서

 

외환은행, 대우증권 리서치, IB본부장/상무, 한화증권 리서치본부장/전무 등 애널리스트와 IB(투자은행) 뱅커로 25년간 활약했으며, 현재 경희대 경영대학원 중국경영학과 객원교수, Wisefn 중국경제금융연구소 소장으로 있다. 중국 칭화대 경제관리학원(석사), 푸단대 관리학원(박사)에서 공부했고, 주요 연구분야는 중국 자본시장 개방, 위안화 국제화, 중국 성장산업 연구다. ≪금융대국 중국의 탄생≫, ≪중국 금융산업지도≫, ≪중국은 미국을 어떻게 이기는가≫ ,≪5년 후 중국≫ 등의 저서와 역서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