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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경제금융

[전병서칼럼] 제18차 4중전 이후 중국의 미래가 한국 좌우한다

 

 

 

중국은 특이한 나라다. 공산당이 1당 독재의 나라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7명의 황제가 공동으로 나라를 다스리는 집단지도체제다. 당·정·군의 3부 권력 중 당의 정치국위원 25명이 중국의 지도자급이고 그중 베스트 오브 베스트 7명이 바로 당 상무위원인데 이들이 바로 중국의 ‘현대판 7인의 황제’들이다.

 

‘현대판 7인 황제’의 나라

 

중국은 5년 단위 주석과 총리의 임기 중 공산당 고위간부인 당 중앙위원들이 모여 7번의 회의를 한다. 5년마다 개최되는 공산당 대회에서 선출된 이들 중앙위원들은 국정 현안을 심의 및 결정하는 중대한 임무를 갖고 있다. 그 대상은 당 중앙위원에 총리급인 정치국 상무위원, 부총리급인 정치국 위원을 위시하여 중앙 및 지방의 당·정부·전인대(전국인민대표대회, 의회)·군 지도부와 법원·검찰·대학·국유기업 등의 최고 책임자들이다.

 

지금까지 총 18차례의 당 대회가 개최되었는데 당 대회 이후 전체 중앙위원들이 모여서 하는 회의가 바로 중전회의(中全會議)다. 제1중전회의는 당 대회 폐막 다음날 개최하는데 이 회의에서 당과 군의 인사를 결정한다. 제2중전회의는 당 대회 다음 해 3월 전인대에서 선출될 국가주석·총리·각료의 인사를 결정한다. 제3중전회의는 지도부 5년 임기 내 시행할 당과 국가의 주요 정책을 결정한다. 지난 10월 중순에 끝난 제4중전회의는 국가체제 관련 정책 결정과 인사에 관한 조정을 실시한다.

 

시진핑 정부 들어 네 번째 중요회의인 이번 제4중전회의에서 시진핑 주석은 국가체제 관련 중요정책으로 ‘의법치국(依法治國)’을 선언했다. 관시(關係)로 맺어진 ‘인치(人治)의 나라’ 중국은 지난 30년간 고성장은 했지만 부정부패로 얼룩졌다. 성장은 했지만 분배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소득 불평등도를 나타내는 지니계수를 보면 국민들의 불만이 폭동 직전이다.

 

시진핑의 ‘의법치국’의 핵심은 이제까지 법 위에 존재했던 초법적 일탈행위였던 관시를 기반으로 한 ‘인치(人治)’에서 이제는 ‘법치(法治)’, 즉 제도의 나라로 바꾸겠다는 것이다. 그 배후에는 중국의 뿌리 깊은 부정부패를 척결하고 왜곡된 분배구조를 바꾸겠다는 의지가 담긴 것이다.


 
4중전 이후 ‘의법치국(依法治國)’ 시대

 

이번 중국의 제4중전회의의 핵심은 ‘4대 변화’와 ‘3대 개혁’이다. 지금까지 정부가 ‘보이는 손’으로 모든 것을 통제관리하던 시스템에서 제도를 통해 ‘보이지 않는 손’을 통해 국가를 통치하고 관리하겠다는 것이다.

 

4대 변화는 첫째, 정부의 역할과 기능 변화이다. 후진타오 집권 후기 5년간 대증요법으로 다섯 차례나 경제정책을 바꾸어 혼란을 가중시켰지만, 이제는 거시조정 시스템을 건전화하고, 국제와 거시경제 정책 조율을 효율적으로 하고, 국가의 심사비준을 축소하고, 생산과잉을 방지하는 장기적 메커니즘을 추구하겠다는 것이다. 그리고 정부는 더 이상 대규모 투자 활성화를 통한 경기부양책을 하지 않겠다는 의미다.

 

둘째, 지방정부 심사평가 시스템 완성이다. 지난 30년간 GDP 성장률로 평가되던 지방정부의 단순한 경제성장 속도를 통한 성과평가 경향을 바로잡는다는 것이다. 경제성장 속도뿐만 아니라, 환경보호, 생태건설, 생산과잉 등 분야를 성과평가에 추가한다.

셋째, 정부기능을 전면적으로 조정한다는 것이다. 심사비준 감소, 정부구입 서비스 확대, 공공기관 국영기업 분류개혁 가속화, 정부 조직구조 최적화, 대부문 제도(大部門制)를 도입한다.

 

넷째, 정부에 대한 감독 강화다. 가장 우선적으로 추진되는 분야가 바로 반부패 정책이다. 그 다음이 복지부동하는 작풍(作風·업무분위기) 개선이고 마지막이 제도 개선의 건전화이다. 소위 공무원의 낭비의 네 가지라는 ‘사풍(四風)’ 즉, 관용차, 비서, 주택, 관저제도를 엄격하게 실시하고 개선하는 것이다. 그리고 왜곡된 경제구조와 분배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3가지 개혁을 중점적으로 추진한다고 밝혔다.

 

즉 개혁의 3대 핵심은 재정과 세제개혁을 시작하고(始) 국유기업개혁을 마무리 짓고(企) 금융개혁을 추진한다(金融改革推)는 것이다. 재정과 조세개혁은 2016년까지 완성하고 국유기업개혁은 2015년까지 마무리하고 금융개혁은 각 부분의 이해관계를 조정해 신속히 추진한다는 것이다.


 
4중전 이후 중국, 대국경제의 시작

 

중국경제의 미래를 책임질 리커창은 중국 건국 이래 최초의 박사 총리이고 2008년 중국 건국 이래 최연소인 53세에 부총리가 된 기록을 세웠다. 북경대 경제학과를 나온 천재이고 부인은 영문학 교수로 부인 덕에 중국의 상무위원 중 유일하게 통역 없이 영어로 의사소통이 가능하다.

 

리커창 총리는 원고를 읽는 전통적인 중국의 고위관리 스타일에서 벗어나 원고 없이 간명하게 직설적으로 그리고 제스처를 써가며 연설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2013년 총리의 내외기자회견에서 한 매체가 조사한 것을 보면 리커창 총리는 30여 차례 손으로 제스처를 쓴 것으로 나타났다. 말하는 속도도 전임 원자바오 총리는 1분당 71자(字)를 말하는데 리커창은 118자(字)를 말할 정도로 빠르다. 업무보고에 있어서 실리적인 면을 강조하고 요식행위를 배제하는 것이 ‘커창 스타일’이다. 이런 리커창 총리가 이끄는 중국경제의 큰 변화는 바로 대국경제로의 전환이다. 20세기 이후의 세 차례 기적이 있었다.

 

첫 번째는 1950~1960년대 유럽(독일), 일본의 기적이다. 독일이 연평균 5.5%, 일본은 10.9%로 성장했다. 하지만 이들 국가의 인구는 1억명 수준에 그친다. 두 번째는 1970~1980년대 아시아 4룡의 기적이다. 한국이 연평균 8.0%, 싱가포르가 10.1% 성장했지만 이들 국가는 인구 5천만명 미만의 작은 국가들이다. 세 번째는 1990~2000년대 중국의 기적이다. 13억의 인구가 개혁개방 이후 금융위기까지인 1979~2009년까지 연평균 9.3% 성장을 했다.

 

1인당 소득이 2배가 되는 데 걸린 시간을 보면 영국 58년, 일본 34년, 인도 17년, 한국 11년인데 반해, 중국은 10년에 불과했다. 인류 역사상 초대형 국가가 최고의 속도로 달려왔고 지금도 달려가고 있는 것이다. 바로 ‘13억 대국’의 효과다.

 

G2로 올라섰고 금융위기 이후 3.9조달러의 화폐를 찍은 미국과는 달리 3.9조달러의 외환보유고를 가진 중국은 경제에서 이젠 더 이상 생산대국이 아니라 소비대국이다. 중국은 지금 전 세계 면세품의 47%를 소비하는 고급소비자로 변신했다. 정치 불안정, 경제 혼미, 재정 적자로 흔들리는 미국의 판세를 읽고 정치와 외교에서도 이젠 거침이 없다. 중동과 아프리카를 넘어 이젠 미국의 앞마당 중남미 국가들을 자기편으로 만들고 사사건건 미국에 대들지만 미국의 대응은 밋밋하다. 시진핑 정부 들어 중국은 G1으로 가는 진정한 시장경제, 대국경제, 소비경제에 시동을 걸었다.

 

한국 변신이 과제

 

그 중국의 변화에 한국의 리스크가 커지고 있다. 제조대국 중국에 중간재를 팔아 호황을 누렸던 한국이 중국의 변화에 적절한 대응을 못해 우왕좌왕이다. 중국이 GDP ‘8% 유지정책’에서, 7%대로 성장목표를 낮추자 한국은 중국이 곧 망할 것처럼 호들갑을 떨었지만 정작 중국은 그대로인데 한국의 삼성을 비롯해 철강, 화학, 조선, 기계 등 주력산업의 대기업들은 실적 악화와 주가 속락에 혼이 나고 있다.

 

중국이 소비대국으로 변화하면 중간재를 팔던 한국은 소비재에서 갈 곳을 잃게 된다. 중간재 강국, 소비재 약국 한국이 팔 물건이 없어서다. 그간 한국의 일본 베끼기, 미국 따라하기는 한계에 왔다. 미국과 일본을 따라하다 중국에서 용이 튀어 올라온 것이다. 한국의 미래는 이젠 중국 앞서가기에 달렸다.

 

하수는 자기 능력을 팔고 이류는 다른 사람의 힘을 팔고 고수는 다른 사람의 머리를 판다. 중국의 업어치기는 중국의 지혜가 답이다. 12.7억명의 휴대전화 가입자와 1.4억대의 자동차에 올라탈 방법을 연구해야 하고 승천하는 용의 눈알을 활로 쏘아 맞혀야 한국이 산다.

 

중국 개혁이 문제가 아니고 한국의 변신이 문제다. 지금 한국의 모든 문제는 중국에서 왔고 답도 중국에 있다. 중국의 대국경제, 소비경제로의 변화를 빨리 인식하고 변해야 산다. 중국에 신경제 시대가 왔다. 중국에 공장 짓는 시대는 끝나가고 있다.
 한국 경제의 미래는 중국에 있다. 고성장하는 중국이라는 천리마에 올라타야 한다. 소비대국 중국을 제대로 공략하려면 중국문화를 연구하고 인터넷으로 세계 최대 IPO를 한 알리바바의 마윈경제를 잘 연구해야 할 것 같다.

 

 

칼럼니스트 전병서

 

 

 

외환은행, 대우증권 리서치, IB본부장/상무, 한화증권 리서치본부장/전무 등 애널리스트와 IB(투자은행) 뱅커로 25년간 활약했으며, 현재 경희대 경영대학원 중국경영학과 객원교수, Wisefn 중국경제금융연구소 소장으로 있다. 중국 칭화대 경제관리학원(석사), 푸단대 관리학원(박사)에서 공부했고, 주요 연구분야는 중국 자본시장 개방, 위안화 국제화, 중국 성장산업 연구다. ≪금융대국 중국의 탄생≫, ≪중국 금융산업지도≫, ≪중국은 미국을 어떻게 이기는가≫ ,≪5년 후 중국≫ 등의 저서와 역서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