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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경제금융

[전병서칼럼] 돼지도 날아다니는 중국 증시

 

(일러스트 강일구)

 

2009년 이후 5년간 하락했던 중국 증시가 반등했다. 그 폭이 놀랍다. 2014년 중국 증시는 3234로 마감하면서 50%나 올라 전 세계 주요국 증시 중 최고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거래대금도 천문학적이다. 12월 8일 일일 거래대금 1조2500억 위안(약 225조원)으로 세계 증시의 거래대금 기록을 경신했다. 세계 증시 사상 역대 최고 거래대금은 2007년 7월 26일 미국의 995억 달러(약 6100억 위안)였다.

 

그러자 요즘 중국 금융가 사람들의 궁둥이가 무거워졌다. 지금 상하이 금융가는 연말연시임에도 불구하고 휴가는 뒷전이고 돈 버느라 정신이 없다. 지금 중국 금융은 ‘태풍의 눈’에 들어가 있다. 중국은 바람이 불었지만 ‘연’을 날리는 게 아니라 ‘돼지’를 날리는 중이다. 중국 금융가에서는 이런 상황이면 춘절 전에 ‘코끼리’도 날려 보낼 수 있을 거라는 농담을 한다.

 

‘떨어져야’ 사는 나라 중국


지금 중국 증시를 보면 시가총액의 60%에 달하는 금융과 석유화학주가 주도하고 있다. 돼지가 날아다니는 장세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초대형주를 개인이 사서 올리는 건 불가능하다. 이는 정부의 증시 육성 의도를 눈치챈 기관 주도의 장이다. 기관들 중에서도 연기금·보험이 장세를 주도하고 있다. 그래서 올해에는 아직 주식을 못 산 사모펀드·은행·기관들이 수익률 경쟁에 가세할 전망이다. 시세는 시세에 물어보라는 데 시장이 오르면 이런 현상은 더 가속화할 전망이다.

 

중국 증시가 급등한 이유는 무엇일까. 공대 출신 총리와 상대 출신 총리의 경기부양 방법의 차이다. 전임 원자바오 총리는 내수경기 부양을 위해 무지막지한 현금 살포를 했다. 이런 소비 부양 결과 부동산과 소비재가 폭등하고 인플레가 문제가 됐다. 경제학 박사 출신 리커창 총리는 금융제도를 통한 소비 부양, 즉 소비 부양의 최대 수단은 증시 상승이라고 본 것이다.

 
부채비율도 낮추고 소비도 부양하는 리커창의 묘수가 바로 증시 부양이다. 돈 풀어 소비 부양하면 한국산 초코파이·바나나우유·남양분유가 팔리지만 증시를 올려 소비를 부양하면 자동차·모피코트·휴대전화가 팔린다. 또한 기업이 부채 축소를 하는 디레버리징의 방법도 다르다. 자산 팔아 부채를 줄이는 축소 경영을 하는 것이 아니라 증시를 통해 분모인 자기자본을 늘리는 방식으로 전략을 바꾼 것이다.

 

중국 증시 급등의 배경은 첫째는 부동산 가격 하락이고 둘째는 제조업의 구조조정이며 셋째는 금리 하락이다. 최근 10년간 중국 부동산은 6.6배 올랐다. 정기예금 금리가 3%에 불과했기 때문에 돈은 모조리 부동산으로 몰려갔다. 제조업에서는 과잉설비와 과잉재고에 돈이 잠겼다. 그런데 최근 1년 반 동안 부동산 투기 대책으로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자 돈의 흐름이 바뀌었다.

 

자금의 블랙홀을 억제해, 즉 부동산과 과잉설비와 재고 정리를 통해 자금의 잠김 현상을 해소했다. 이와 함께 여유 있는 자금 공급으로 시중금리 하락을 유도하고 금리 인하로 채권, 주식, 기업이익의 동시 상승을 이끈 것이다. 이는 사회 전체 금융비용 하락을 유도하려는 것이고, 더 크게 보면 국유기업 개혁을 위한 지배구조 개선(혼합소유제)을 위해서는 증시 상승이 전제조건이기 때문이다.

 

중국의 증시 급등과 천문학적 거래대금은 중국의 스마트폰이 가져온 변화다. 중국의 증권투자인구는 지금 1억3000만 명이나 된다. 중국의 휴대전화 가입자 수가 12억7000만 명이다. 주가와 거래대금의 급증은 휴대전화에서 광속으로 유통되는 정보와 주가 그래프와 시세를 보고 주문까지 내는 시스템이 중국 증시의 패턴을 바꿨기 때문이다.

 

‘황소’와 함께 춤추라


5년간 잠을 잔 중국 증시, 주가가 50% 상승해도 아직 주가수익률(PER)은 10~15 수준이고 국내총생산(GDP) 대비 시가총액은 50~60% 선이다. 세계평균이 70~80% 선이고 중국 증시의 피크 때는 120%까지 갔다. 중국 펀드에 투자했다가 원금이 3분의 1 토막 나 중국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고 2~3%대의 수익률에 익숙해진 한국 투자가들에게 급등한 중국 증시는 매력적이라기보다는 공포의 대상이다. 그러나 지금은 공포에 두려워할 때가 아니라 황소와 함께 춤출 때다.

 

중국 지수가 3000이 아니라 4000~5000을 간 뒤 그제야 못 참고 투자하면 또 상투 잡을 가능성이 크다. 투자의 세계에서는 간 크고 엉덩이 무거운 투자자들만이 돈을 먹는다. 팔랑 귀에 새가슴들이 돈 먹는 경우는 없다. 경제가 7% 성장하면 잘나가는 업종은 GDP 성장의 두세 배(14~21%) 성장은 한다. 잘나가는 업종의 잘나가는 기업은 그 업종의 두세 배(28~63%) 성장은 한다. 7% 성장하는 나라에서 매년 30~60% 성장하는 기업을 고르는 매의 눈을 가지고 중국 증시를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칼럼니스트 전병서

 

 

 

 

외환은행, 대우증권 리서치, IB본부장/상무, 한화증권 리서치본부장/전무 등 애널리스트와 IB(투자은행) 뱅커로 25년간 활약했으며, 현재 경희대 경영대학원 중국경영학과 객원교수, Wisefn 중국경제금융연구소 소장으로 있다. 중국 칭화대 경제관리학원(석사), 푸단대 관리학원(박사)에서 공부했고, 주요 연구분야는 중국 자본시장 개방, 위안화 국제화, 중국 성장산업 연구다. ≪금융대국 중국의 탄생≫, ≪중국 금융산업지도≫, ≪중국은 미국을 어떻게 이기는가≫ ,≪5년 후 중국≫ 등의 저서와 역서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