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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경제금융

[전병서 칼럼] 중국의 ‘실크로드’에 투자하라

 

 

 

부(富)를 쌓으려면 먼저 길을 만들어라?

 

중국 한나라 이후 중국과 서역을 연결하던 중앙아시아의 길이 ‘실크로드’다. 이 길을 통해 중국의 비단이 로마제국 귀족의 최고급 패션으로 자리 잡은 데 착안해 독일의 지리학자 리히트호펜이 비단길로 명명하면서 실크로드로 불렸다. 그래서 중국에서는 이 길을 쓰처우즈루(絲綢之路)라고 부른다.

 

시진핑 정부는 중동에서 미국의 입지 약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사태로 곤경에 빠진 틈을 타 중동을 거쳐 유럽을 잇는 육상 실크로드(絲綢之路經濟帶: 帶)와 아시아와 아프리카 해상을 잇는 21세기 해상 실크로드(21世紀海上絲綢之路: 路)를 건설하는 ‘일대일로(一帶一路)’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중국과 아시아와 중동, 아프리카와 유럽을 잇는 거대 네트워크다. 구체적인 연결 방법은 돈이다.

 

중국인들은 “부를 쌓으려면 먼저 길을 만들어라(要想富, 先修路)”라는 말을 한다. 길을 만들면 사람이 지나가고(人流), 사람이 지나가면 물건이 지나가고(物流), 물건이 지나가면 돈이 따라온다(錢流)는 것이다. 시진핑 정부는 16세기 대항해 시대 이후 끊어진 육상 실크로드와 해상 실크로드를 연결하는 전략을 세우고 3조9000억 달러의 외환보유액을 활용해 비단 대신 달러로 만든 신실크로드(一帶一路) 건설을 시작하고 있다.

 

미국의 폭탄 vs 중국의 돈


육상 실크로드(帶)와 해상 실크로드(路)에 중국은 당장 1100억 달러를 투자한다.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을 통해 500억 달러, 실크로드펀드 400억 달러, 아세안 국가들에 대한 대출 200억 달러를 통해 실크로드의 기초를 닦는다. 중동과 아시아 지역에 미국은 폭탄으로 위협하지만 중국은 돈으로 이들 국가를 유혹하고 있다.

 

중국 경제의 3대 고민은 쏟아져 들어오는 달러, 과잉생산 능력, 그리고 13억7000만 명이 살아가는 데 필요한 자원과 에너지의 확보다. 이 세 가지 고민을 한 방에 풀어낼 묘안이 바로 ‘일대일로(一帶一路)’ 프로젝트다. 중국은 지금 실크로드 주변국 20개국과 고속철도를 건설하는 계약을 했다. 다음은 이들 지역에 사회간접자본(SOC)을 건설함으로써 철강·시멘트 등 중국 전통산업의 공급과잉을 수출할 수 있는 멋진 해방구를 찾았다.

 

“사람은 돈에 목숨 걸다 죽고, 새는 먹이에 욕심 부리다 죽는다(人爲財死,鳥爲食亡)”는 게 중국인의 생각이다. 청나라의 멸망은 세계 은(銀)의 집중이 만든 화(禍)였고 청나라 때 전 세계로부터 쏟아져 들어오는 은을 중국 밖으로 던지지 못한 것이 천추의 한(恨)이었다는 것을 알고 있는 중국은 지금 전 세계로부터 쏟아지는 달러를 퍼내는 데 주력하고 있다. 그 대상은 바로 신(新)실크로드다. 중국은 최근 30년간 돈 버는 데 목숨 걸었지만 G2의 반열에 올라선 지금은 돈 버는 건 적당히 하고 이젠 돈을 쓰는 데 주력하고 있다. 중국은 매달 400억~500억 달러씩 늘어나는 외환보유액을 이들 지역 SOC 건설에 퍼부을 생각이다.

 

이들 지역에서는 중국의 발언권을 높이고 중국 내에서는 위안화 절상 압력과 물가상승 압력을 잡는다. 이들 지역의 SOC 건설대금은 이 지역에 풍부한 원자재와 에너지를 현물로 받아 누이 좋고 매부 좋은 관계를 만드는 것이다. 일대일로(一帶一路) 프로젝트는 중국의 3대 두통거리를 한 방에 해결하는 묘약이다.

 

아편전쟁 전까지 아시아에서 ‘중국은 바람, 아세안은 풀’이었다. 풀은 바람 부는 방향으로 눕는다. 그런데 이제 다시 중국 돈이 말을 하면서 아시아가 중국 쪽으로 고개를 숙이는 시대가 왔다. 중국이 ‘전(錢)해전술’을 통한 아시아 일체화 전략에 시동을 걸었다. 돈을 뿌리는 것이다.

 

G2로 부상한 중국의 ‘돈 폭탄’에 아세안엔 미국과 일본을 버리고 중국과 친구 하는 시대가 오고 있다. 세계의 글로벌화는 2008년 이전 스토리이고 이제 아시아에서는 ‘아시아의 중국화(Chinaization)’를 인지하지 못하면 돈을 벌지 못한다. 이는 곧 중국의 정책, 시진핑의 입이 돈이 되는 시대라는 얘기다.

 

시진핑의 ‘입’이 돈 되는 시대


중국이 1단계 실크로드 건설에 퍼 넣을 돈이 1100억 달러라고 하지만 이는 중국의 두 달치 외환보유액 증가분에 불과하다. 국가 채무가 국내총생산(GDP)보다 더 큰 미국은 폭탄으로 약소국을 위협하지만, 달러가 넘치는 중국은 ‘돈 폭탄’으로 약소국들을 유혹한다. 아시아의 약소국들은 무기로 위협하는 ‘G7(선진 7개국)의 G1’ 미국을 따를까, 돈 폭탄으로 유혹하는 ‘E7(이머징 7개국)의 E1’ 중국을 따를까?

 

중간에 있는 한국은 “G1의 눈치 보며 E1의 돈을 파 먹는 전략이 정답”이다. 중국 관광객 주머니를 털어 먹는 것보다 더 멋진 게 중국의 신실크로드와 같은 초대형 프로젝트에 수혜를 보는 중국 기업에 투자해서 먹는 것이다. 외국인도 중국 본토 주식을 살 수 있는 후강퉁(滬港通) 제도가 11월부터 시작됐다. 이젠 본격적으로 중국의 정책을 제대로 읽어 잘나가는 중국 기업에 투자해서 돈 먹는 시대가 왔다.

 

 

 

칼럼니스트 전병서

 

외환은행, 대우증권 리서치, IB본부장/상무, 한화증권 리서치본부장/전무 등 애널리스트와 IB(투자은행) 뱅커로 25년간 활약했으며, 현재 경희대 경영대학원 중국경영학과 객원교수, Wisefn 중국경제금융연구소 소장으로 있다. 중국 칭화대 경제관리학원(석사), 푸단대 관리학원(박사)에서 공부했고, 주요 연구분야는 중국 자본시장 개방, 위안화 국제화, 중국 성장산업 연구다. ≪금융대국 중국의 탄생≫, ≪중국 금융산업지도≫, ≪중국은 미국을 어떻게 이기는가≫ ,≪5년 후 중국≫ 등의 저서와 역서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