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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경제금융

[전병서 칼럼] O(bama) X(ijinping)시대 한국의 선택

지금 세계는 G7, G20이네 하지만 실상은 G1, G2가 좌우하는 시대다. 독수리와 용이 다 해먹는 O(bama), X(ijinping)시대다. 금융위기에 빠진 세계경제를 'QE1, 2, 3, 4'라는 이름으로 3.7조달러의 돈을 퍼넣어 경기를 살린 것은 미국이다. 전세계가 대불황에 빠졌지만 4조달러의 현금을 들고 경제원조와 인프라투자, 원자재 구매를 통해 동남아-중동-아프리카 그리고 미국의 앞마당인 중남미까지를 휘젓고 다니는 것이 지금 중국이다.

그런데 오바마 2기정부와 중국 시진핑정부가 들어서면서 미국과 중국이 이상해졌다. 최근 30년간 '미국소비, 중국생산'의 패러다임이 바뀐 것이다. 미국 오바마 정부는 값싼 셰일가스를 무기로 미국 제조업의 부활을 꿈꾸는 리쇼어링(Re-shoring)을 시작했고, 중국 시진핑정부는 생산대국이 아니라 2020년까지 1억명의 농촌인구를 도시로 이전하는 신도시화(Urbanization)를 통해 소비대국으로 가겠다는 것이다. '중국소비, 미국생산'이 금융위기 후 새 패러다임이다.

미국이 WTO를 통해 당시 세계 2위였던 소련을 붕괴시켰지만 2001년 중국의 WTO 가입으로 제조업은 중국이 장악했고 전세계 달러는 모두 중국으로 몰리는 결과를 낳았다. 이제 미국은 새로운 게임의 룰인 중국을 배제한 새로운 자유무역협정인 TPP와 TTIP를 통해 2등 중국을 죽이고 아시아에서 약해진 미국의 패권을 되찾겠다는 '아시아로의 회귀를'(Pivot to Asia)를 외친다. 하지만 재정적자와 국방비 축소 영향으로 아시아에서 큰 소리만 컸지 실행은 제대로 못한다.

지금 한국은 미국과 중국을 양 날개로 나는 새의 형국이다. 미국과는 외교, 중국과는 경제다. 국방과 외교문제에서는 아무리 강조해도 미국의 역할은 지나치지 않지만 경제적인 면에서는 이젠 중국이 그런 위치에 왔다. 그런데 중국에 중간재를 팔고 미국에 내구소비재를 팔던 한국은 미국의 생산대국 전환과 중국의 소비대국 전환이 당황스럽다.

세계경제의 소비와 생산의 역전이 새로운 패러다임이고 한국은 미국과 중국이라는 양 날개가 없으면 날지 못한다. 상황이 이런데도 한국의 미국 편향, 중국 무시의 정도가 지나치다. 통일신라 이후 청말 1850년대까지 한국의 제1외국어는 중국어였지만 지금 한국의 최대 무역상대국이 된 중국어를 제대로 하는 비즈니스맨들이 별로 없다. 우리는 최근 20년간 대중국 수출호황에 취해 중국을 싸구려 비단장사 정도로 무시한다. 그러나 역사를 보면 중국이 유럽의 작은 나라 영국을 무시하다 당했고, 영국이 식민지였던 미국을 무시하다 당했고, 지금 섬나라 일본이 대륙국가 중국을 무시하다 당했다.

상인종(商人種)의 나라 중국을 정치적으로만 대하는 우를 범하면 안 된다. 한국경제의 타격은 중국경제의 변화에서 온다. 현재 진행되는 중국의 구조조정이 끝나면 한국 제조업에 치명타가 올 가능성이 있다. 지금 우리 하청공장이라고 생각한 중국이 13.6억명의 갑(甲)으로 등장했다. 한국의 양대 주력산업인 자동차와 휴대폰에서 중국이 갑이다. 검의 고수에 칼로 덤비면 진다. 중국에 제조업으로 덤비면 이길 수 없다. 금융과 서비스의 칼을 갈아야 한다. 한국은 내수경기 부양도 중요하지만 대중국 경제전략을 다시 짜야 한다. 중국에 진출한 기업이 삼성전자만큼 벌어오면 한국은 걱정이 없다. 비행기 타고 1시간반 거리에 있는 중국은 KTX 타고 대구 가는 시간이면 간다. 중국을 내수시장으로 보고 중국을 공략해 돈 벌 생각을 하고 중국에 진출하는 한국기업들이 떼돈을 벌 수 있도록 정책-외교-홍보-연구를 아끼지 말아야 한다.

중국시장이 한국의 최대시장이고 공략해야 할 대상이지만 한국에는 아직도 제대로 된 국가급 중국연구소나 중국 소비시장을 공략하는데 가장 중요한 중국문화연구소도 하나 없다. 미국으로부터는 힘을, 중국으로부터는 돈을 얻어야 한국이 양 날개로 높이 비상할 수 있다. 그러나 한국에서 미국연구는 넘쳐나지만 한반도의 왼쪽에 위치한 중국에 대한 연구와 돈 벌 궁리는 아무리 보아도 너무 약해 보인다.

칼럼니스트 전병서
외환은행, 대우증권 리서치, IB본부장/상무, 한화증권 리서치본부장/전무 등 애널리스트와 IB(투자은행) 뱅커로 25년간 활약했으며, 현재 경희대 경영대학원 중국경영학과 객원교수, Wisefn 중국경제금융연구소 소장으로 있다. 중국 칭화대 경제관리학원(석사), 푸단대 관리학원(박사)에서 공부했고, 주요 연구분야는 중국 자본시장 개방, 위안화 국제화, 중국 성장산업 연구다. ≪금융대국 중국의 탄생≫, ≪중국 금융산업지도≫, ≪중국은 미국을 어떻게 이기는가≫ ,≪5년 후 중국≫ 등의 저서와 역서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