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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경제금융

[전병서 칼럼] '녹색 중국'과 '로봇 미국'의 한판 승부

세계 최대 화석연료 소비국 중국의 번뇌


강대국의 흥망은 에너지와 함께 한다. 일본이 제2차 세계대전 때 미국의 진주만을 공격한 건 동남아의 석유를 미국이 장악하고 있어서 에너지 확보를 위해 불가피하게 미국과 일전을 벌이지 않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에이브러햄 링컨 미국 대통령이 공업화로 인력이 절대 부족한 북부 공업지대 공장주들의 꼬드김에 빠져서 남부 지방 농장의 흑인 노예를 해방시킨 남북전쟁도 따지고 보면 ‘사람 에너지’ 쟁탈전이었다. 지금도 뉴욕 월가의 화장실 청소, 신문배달, 세탁 등 허드렛일을 하는 이들은 대부분 흑인과 개도국 이민자들이다. 상대 개념으로 보면 할아버지 때 미국 남부의 흑인 노예들의 생활이나 지금 북부 대도시의 흑인 빈민들 생활은 별로 나아진 게 없다.
현재 화석연료의 세계 최대 소비국은 중국이다. 가장 중요한 에너지원인 석유의 1인당 사용량을 보면 중국은 아직 선진국에 비해 새 발의 피다. 중국이 선진국만큼 1인당 석유를 소비하는 상황이 오면 전 세계는 중동을 몇 개 더 가지고 있어도 안 된다. 그러면 중국은 과거 일본처럼 세계 또는 미국을 상대로 에너지 전쟁을 벌여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대국인 중국은 쓰러진다.
그만큼 중국의 에너지 문제는 절박하다. 중국은 지금 넘치는 달러로 석유 사재기를 하고 있다. 중국의 석유 비축은 2005년 35일분, 2010년 50일분이 목표인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비축 분이 80일분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의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90일분에 이르는 석유 양을 비축해야 한다. 세계에서 경제 성장이 가장 빠른 국가인 중국이 비축량을 급격히 늘리면 국제시장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게 된다. 지금 중국은 1차 석유 비축창고가 모두 차서 2차 비축기지를 건설하고 있다.
갈수록 커지는 중국의 석유수입 의존도는 국제원유 가격과 중국의 군사정책을 비롯한 여러 분야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중국은 동남아시아와 중동 지역의 석유 공급처를 확보하기 위해 막강한 9만 톤급 핵 항공모함을 제작하는 등 해군력 구축에 엄청난 투자를 하고 있다. 이는 중동에서 아시아로 들어오는 석유 공급 루트를 미군이 모두 장악하고 있기 때문에 유사시 석유 수입의 해상 안보를 확보하기 위한 것이다.


‘하늘에서 나오는 석유’… 녹색 에너지


IT혁명의 종결은 정보를 나르는 에너지인 전기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땅에서 나는 기름’이 아닌 ‘하늘에서 나는 기름’으로 세상을 뒤바꿀 수 있다. 작렬하는 태양과 집도 날려 보내는 강한 고원의 광풍이 반도체, LCD, 메카트로닉스 기술과 만나면 ‘하늘에서 나오는 석유’가 된다. 두바이 사막에 7성급 호텔이 서고, 아이스링크와 골프장에 공급하는 에너지가 땅속 유정에서 올라오는 것이 아니고 하늘에서 무한정 쏟아지는 태양 에너지가 그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런 중요성 때문에 중국은 화석연료 확보 외에 전략으로 태양광, 풍력 발전 등 신재생 에너지에 돈을 쏟아 붓고 있다. 이 분야에서는 이미 미국을 앞서가고 있다. 차세대 친환경 에너지 산업에서 중국의 집중과 발전은 무서울 정도다. 중국 수출품의 대다수가 석유를 기반으로 한 에너지 다소비성 제품이며, 환경오염을 대가로 치르고 있다. 그래서 중국은 ‘탈석유화(脫石油化)의 길’에 집중하고 있다. 중국은 국가 정책의 지원으로 2차 전지 산업에서 이미 자동차 분야에 선두를 달릴 정도로 높은 기술력을 확보했다. 중국의 2020년까지 목표는 그린에너지 비중을 전체 에너지의 8%까지 끌어 올리는 것이다.
중국의 그린에너지 촉진을 위한 법규도 미국보다 앞서 있다. 미국 의회는 2009년에 재생에너지를 이용한 전력발생 비율을 늘리도록 하는 법안을 승인했지만 중국은 이미 2006년에 유사한 법규를 만들어 시행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지난 2007년 9월 대형 전력 업체들에 2010년부터 전체 전기의 3% 이상을 재생에너지로 발전할 수 있도록 했다.

현재 세계 10대 태양광 업체 가운데 5개가 중국 기업이다. 과거 일본이 1위를 하다가 자리를 독일에 내주었고, 지금은 중국이 생산량 기준 점유율 28%로 1위에 올라섰다. 일본과 미국은 각각 14%, 12% 선에 그치고 있다. 중국이 태양광 분야에서도 낮은 원가를 무기로 판매를 크게 늘렸기 때문이다. 중국이 그린에너지 분야에서 세계 최대로 올라선 또 하나의 분야가 풍력 발전이다. 중국의 서부와 북부는 바람과 고원의 고향이다. 지금 중국은 화석연료 개발과 수송을 위해 서부에 이전의 서부대개발보다 더 큰 규모로 풍력, 태양광 발전 투자를 시작했다. 제2의 서부대개발이 시작된 셈이다.
중국의 신에너지 개발 사업은 서북부의 광활한 고비사막을 거점으로 추진되고 있다. 바람이 거세게 불고 뙤약볕 아래 쓸모없던 황무지 사막이 이젠 하늘에서 기름을 뽑아내는 유전으로 탈바꿈한 것이다. 중국의 2009년 풍력 발전 생산량은 1만㎿로 미국의 풍력 발전량보다 약 3000㎿ 더 많은 수준이다. 중국 풍력발전 시설 규모는 최근 4년 동안 매년 2배 증가해 왔다.
중국은 고비사막에 막대한 자금을 투입해 2020년을 목표로 세계 최대 규모의 풍력 발전소를 세울 예정이다. 2008년 현재 1200만㎾ 규모의 풍력 발전량은 2020년에 1억㎾ 규모에 도달할 전망이다. 이렇게 되면 중국은 세계 최대 규모의 풍력발전 국가로 떠오르게 된다. 2020년에 풍력 발전은 중국의 전력산업에서 화력발전, 수력발전 다음으로 큰 전력 공급원이 될 전망이다.
전 세계 70억 인구 가운데 개발도상국 56억의 인구가 공업화와 도시화로 가는 과정에서 부닥친 최대 과제는 선진국이 맘대로 쓰고 있는 화석연료 문제다. 56억 인구가 도시화와 공업화 사회로 진입하면 에너지 전쟁은 필연으로 벌어진다. 그러나 화석연료가 아닌 다른 에너지를 값싸게 확보할 수 있다면 기존의 화석연료 중심으로 구축된, 미국이 만든 세계질서와 판도는 완전히 뒤집힐 수도 있다.
그리고 우주와 바다는 새로운 청정에너지의 보고다. 중국의 해양기술과 우주기술을 단순히 국방력 및 군사력 측면에서만 보지 말고 대국의 아킬레스건인 에너지 문제의 한 해결 방안으로 보면 문제는 달라진다.
중국이 유럽 및 미국과 같은 성장 모형을 추구하다가는 에너지 문제로 백전백패한다. 모형을 바꾸든지 새로운 에너지를 찾든지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바다와 하늘이 최근 500년간은 군사 목적으로 식민지와 정복지 통제와 약탈에 중요한 의의를 두었지만 이젠 에너지 공급원으로서 식민지와 에너지 약탈을 하지 않고 대국으로 일어서는 중요한 수단이 될 수도 있다.하늘과 바다에 지천으로 널려 있는 산소와 수소, 단 하루의 일조량이면 전 지구가 1년간 쓸 수 있는 전기에너지를 만들 수 있다. 앞으로는 태양이 에너지 전쟁 없는 평안한 지구의 미래가 될 수도 있다.

새로운 전쟁, 중국 농민공 vs 미국 로봇


소비 대국 미국이 제조 대국 중국에 당한 것은 세계무역기구(WTO)로 세계 시장을 열어 주었고 2억 6000명이라는 농민공 노동력이 선진국의 자본, 기술과 합쳐서 화학작용을 일으킬 것을 제대로 예측 못했기 때문이다. 제조업에서 잃은 돈은 금융시장에서 다시 털어 오는 것이 미국으로선 여타 신흥국과 서방 세계에서 미국 돈을 리사이클링하는 손쉬운 방법이었다. 그러나 중국은 금융 시장의 문을 닫고서 미국의 늑대 같은 헤지펀드와 유대인의 금융자본 유입을 원천 봉쇄했다.
서방세계와 신흥 시장은 개방과 자유화라는 국제 유행에 맞춰 대박을 낸 것처럼 보이고, 금융 산업은 획을 그을 정도로 발전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실상은 모두 미국자본의 또 다른 식민지 상태이고,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BR) 의장의 금리 신호에 모두 함께 춤을 춰야 하는 꼭두각시 신세가 됐다.
한국이 금융 개방으로 금융선진국이 되었다고 하지만 FBR의 정책에 맞춘 외국인의 자금 유출이 있을 때마다 증시는 널뛰듯 춤을 추고 외환 시장이 순식간에 혼비백산하는 것이 현실이다. 삼성전자, 포스코, 국민은행, SK텔레콤 등 한국의 대표 기업은 모두 ‘우리는 한국기업’이라고 생각하지만 지분 구조를 보면 모두 ‘비자발성 다국적 기업’이다. 모두 외국인 지분이 국내 대주주 지분보다 높다. 소유 구조로 판단한다면 이들 기업은 한국기업이 아니라 다국적 기업이다.
중국은 금융시장의 문을 닫음으로써 두 차례의 국제 금융 위기의 전염과 미국의 금융 약탈에서 벗어났지만 낙후된 금융 시장으로 말미암아 번 돈을 굴릴 금융 시장을 만들지 못했다. 그래서 번 돈의 3분의 1을 다시 미국 금융 시장에 투자하고 있는 형편이다. 이는 미국 달러의 함정에 빠진 것이기도 하지만 역으로 미국과 갈등이 있을 때 1조 3000억 달러짜리 뉴욕에 묻어둔 시한폭탄인 미국 국채를 팔아 치우면 미국 정부를 혼비백산시키고 미국 금융 시장을 혼란에 빠뜨릴 수 있는 치명의 무기를 하나 가지게 된 것이다. 마치 러시아가 미국의 금융 제재와 주요 인사의 자산 동결에 대해 미국 국채 매각으로 협박하듯 중국도 이제는 그런 위치에 올라섰다.
1인당 국민소득 5만 달러 나라에서 연료비가 싸졌다고 제조업이 부활하는 것은 아니다. 셰일가스로 인한 미국 제조업의 부활은 일시 현상이고, 진정한 미국의 제조업 부활은 IT와 바이오 기술이 접합된 로봇이 주도할 것이다. 365일 일해도 쉬겠다는 말은커녕 노사 분규조차도 없는 지능형 로봇이 미국의 리쇼어링(Re-shoring)을 이룬다.
그러나 중국은 생산량이 두 배로 되면 원가가 33% 떨어지는 규모의 경제 효과를 최대로 누리는 합병을 통한 전통 제조업의 구조 조정으로 원가를 50% 이상 낮추는 전 세계 최저원가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미국의 구글, 애플, 테슬라의 비즈니스 모델은 기획과 디자인만 본사가 하고 나머지는 모두 아웃소싱이기 때문에 고정비 없이 영업이익률이 40~50%가 넘는 기막힌 수익률을 낸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이 로봇이 등장하면 자체 생산이 가능해진다. 구글이 로봇과 인식기술 등이 있는 첨단 중소형 기업을 지속해서 사들이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미국도 문제는 있다. 미국에 로봇이 등장하지만 미국은 숙련 노동자들이 없어져서 로봇들이 어떻게 일해야 최적이 되는지를 모른다. 로봇과 중국 전통 제조업의 구조 조정에서 누가 더 싼값의 제품을 만드느냐는 싸움이 벌어질 전망이다. 향후 1~2년 안에 구조 조정을 끝낼 중국이 미국보다 더 낮은 원가로 제품을 만드는 리쇼어링을 한다면 미국 로봇과의 싸움은 단기로 볼 때 중국이 승리한다.
미국은 지금 제조 대국 중국을 무력화할 새로운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빅데이터, 클라우딩, 모바일, 사물간 인터넷 등의 배경 그림은 지능형 로봇이다. 13억 6000명의 인구, 2억 6000명의 농민공을 대신할 로봇을 만드는 것이다. 인간의 지능을 닮은 휴머노이드 로봇을 만드는 것이다. 그러면 365일, 3D 업종임에도 불평과 노조와 임금인상 요구가 없는 로봇으로 만든 종업원인 ‘로민공’이 중국 ‘농민공’의 생산력을 가볍게 뛰어 넘고 나서 모든 제조업을 미국으로 다시 불러들여 올 수 있게 한다.
인터넷과 모바일로 모든 사물과 소통하고 전신제어와 3차원의 인식기능과 촉감까지 겸비한 튼튼한 ‘600만불의 사나이’와 ‘슈퍼우먼 소머즈’가 TV 가격, 노트북 가격으로 살 수 있는 상황이 등장하면 인건비는 더 이상 문제가 안 된다. 전쟁터이든 핵 발전과 원전이든 해저 3000m 바다 속이든 섭씨 3000도의 불길이 이글거리는 철강공장이든 1초 만에 사람을 죽일 수 있는 독성 물질이 넘치는 화학 공장이든 관계가 없다.
정보기술의 종착역은 끝이 없지만 지금 ‘입는 컴퓨터(wearable computer)’가 ‘입는 로봇(wearable robot)’으로 바뀌는 순간 세계의 미래는 아무도 모른다. 바이오닉스에서 미국 생산, 중국 소비의 대역전극이 펼쳐질 수 있다. 이미 바다와 우주에서 맞붙은 미국과 중국이 이젠 로봇혁명을 두고 승부를 벌이는 시대가 온다.
미국의 앞선 정보 기술과 로봇 기술이 30년 화려한 성장을 한 중국을 일거에 죽이는 비밀병기가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중국도 만만치 않다. 연간 700만 명의 대졸자와 6억 대의 인터넷과 12억 3000명의 정보화한 정보유목민들이 최근 30년간의 인해전술 및 정부정책과 합심해 만들어 낸 제조업에서의 기적을 정보산업과 로봇산업에서도 이루어 낸다면 승부는 장담을 못한다.
이미 2013년에 중국은 3만 6560대의 산업 로봇을 구매하여 처음으로 일본을 넘어 전 세계 최대 산업 로봇 시장으로 떠올랐다. 이는 전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60%나 증가한 것이다. 중국의 뒤를 이어 2위는 일본, 3위는 미국이다.

 

칼럼니스트 전병서
외환은행, 대우증권 리서치, IB본부장/상무, 한화증권 리서치본부장/전무 등 애널리스트와 IB(투자은행) 뱅커로 25년간 활약했으며, 현재 경희대 경영대학원 중국경영학과 객원교수, Wisefn 중국경제금융연구소 소장으로 있다. 중국 칭화대 경제관리학원(석사), 푸단대 관리학원(박사)에서 공부했고, 주요 연구분야는 중국 자본시장 개방, 위안화 국제화, 중국 성장산업 연구다. ≪금융대국 중국의 탄생≫, ≪중국 금융산업지도≫, ≪중국은 미국을 어떻게 이기는가≫ ,≪5년 후 중국≫ 등의 저서와 역서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