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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경제금융

[전병서 칼럼] 중국의 구조변화에서 오는 기회

세계 1위를 사양하는 “중국의 번뇌”
  

세계은행이 구매력기준(PPP)기준으로 2014년에 중국이 미국의 GDP를 뛰어 넘어 세계1위를 할 것이란 전망을 내놓았다. 중국은 2010년부터 경제지표에서 세계 신기록을 갈아 치우기 시작했다. 지금 중국은 무역규모, 철강생산량, 자동차생산량, 외환보유고, 고등교육규모에서 세계 1위이고 인구는 미국의 4배가 넘는다. 그러자 중국에 대한 서방세계의 시각은 시시각각으로 변했다. 중국 “붕괴론”에서 중국 “위협론”으로 그리고 금융위기 이후에는 중국 “제일론(第一论)”으로 바뀌었다.
 

PPP란 상품과 서비스 가격 등 실제 생활비용을 고려해 경제규모를 환산한 것이다. 2005년 이후 6년 만에 발표된 세계은행의 국제비교(ICP) 보고서에 따르면 2011년 중국의 PPP 기준 국내총생산(GDP)은 미국 GDP의 87% 수준 이다. 2011∼2014년 기간 중 중국이 24%, 미국이 7.6% 성장할 것이라는 국제통화기금(IMF)의 전망치를 2011년 GDP에 적용해 계산해 중국이 올해 말 미국을 따라잡을 것으로 추정한 것이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와 이코노미스트는 미국이 1872년부터 140년 넘게 수성해온 세계 경제규모 1위 자리를 올해 말 중국에 내줄 것이라는 전망을 실었다. 이코노미스트는 “올해 말 미국의 세기가 끝나고 태평양 시대가 시작된다”고 바람을 잡았지만 정작 당사자인 중국은 연구 방법상 문제를 지적하면서 1등은 당치 않고 중국의 세계 1위라는 관점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견지했다.

 

 

 

 

중국의 모든 고민은 “총량으로는 대국”, “1인당으로는 개도국”이라는 데서 출발한다. 중국은 세계경제규모 2위인 G2, 세계 억만 장자 수 2위인 부자들의 나라인 것도 맞고 구매력평가(PPP)기준 GDP가 2014년에 미국을 제치고 세계 1위가 될 것이라는 세계은행의 예측도 맞다.

 

구매력평가기준 전세계GDP는 90.6조달러인 반면 환율기준 GDP는 70.2조달러에 그친다. 햄버거 하나를 사는데 미국에서는 4달러인데 중국에서는 1.78달러다. 따라서 세계GDP는 구매력기준으로는 환율기준보다 29% 더 커지고 햄버거 지수로는 중국의 GDP는 환율기준보다 125%나 더 커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중국은 환율기준이든 구매력기준이든 총량으로는 세계 1,2위인지 모르지만 1인당으로는 여전히 개도국이다. 2013년 기준으로 1인당 GDP는 6,569달러로 세계 87위 수준이고 1인당 구매력은 99위 수준의 13.6억명의 가난한 사람들이 모여 사는 개발도상국이다. 그러나 1인당의 숫자에 세계 인구 20%라는 곱셈을 하면 뭐든 세계 1, 2위인 것이다.

 

 

중국이 성장률을 낮춘 진짜 이유는?

 
미국, 일본, 한국 할 것 없이 모든 서방세계의 모든 새로운 지도자들은 성장률에 목숨을 걸었다. “오바마, 노믹스”, “아베노믹스”, “근혜노믹스” 모두 성장을 최우선으로 하고 있다. 이를 위해 재정, 금융정책 가릴 것 없이 모조리 동원하고 있지만 여전히 성적이 신통치 않다.

그런데 중국의 새 정부의 경제정책인 “리코노믹스”는 성장률을 낮추는 정책이다. 후진타오시대 연평균 10.7%성장하던 것을 7%대로 낮춘다는 것이 중국 새 정부의 경제정책 목표다. 시진핑의 국정 아젠다인  ‘중국의 꿈(中国梦)’은 10년 임기 내에 중국을 경제적으로 G1의 반열에 올려 놓겠다는 야심 찬 계획이다.


미국의 54%선인 중국의GDP를 매년 7.2%씩 10년간 성장시키면 10년 뒤에 GDP는 두 배가 되고 미국의 성장률 2-3%만큼 매년 위안화를 절상시키면 10년뒤 중국의 GDP는 미국의 GDP를 넘어선다. 시진핑이 후진타오시대 연평균 10.7%대보다 낮은 7%대의 성장을 목표로 하는 데는 이런 자신감이 배경에 있다. 

 

 


 

지금 중국은 미국의 절반 정도의 GDP수준에서 세계 주요 광물자원을 40-47%를 소비하고 석유와 곡물도 10-30%를 소비한다. 만약 두 자리 수 성장을 지속하면 멀지 않은 장래에 중국은 전세계와 자원전쟁을 피할 수 없다. 이것이 새 지도자 시진핑이 두 자리수가 아닌 7%대로 성장목표를 낮춘 이유다.


최근 30년간 중국은 연평균 10%대의 초고성장을 했다. 인류역사상 13.6억명이 이런 성장을 한적도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자원문제 외에도 환경문제가 중국의 뜀박질을 잡는 족쇄다. 2013년만 해도 중국은 연간 140일이 앞이 50미터가 잘 안 보이는 독 스모그가 발생해 심각한 환경문제에 봉착했다.

 

금년도에 전세계 최대의 환경시장이 중국에서 섰다. 고성장의 후유증의 첫 번째 불똥이 소득분배나 민주화가 아니고 환경에서 터졌다. 2014년에 중국정부는 환경문제 해결을 위해 1.7조위안, 295조원을 퍼 넣고 2015년까지 2.5조위안, 434조원을 쏟아 붙는다. 이는 한국전체 예산 358조원을 넘어서는 규모다.

 

중국은 자동차를 금년 중에 노후화된 차량 600만대를 폐차하고 철강공장은 2700만톤을 폐기하고 시멘트 공장도 4200만톤을 축소한다. 금년 중 중국이 폐차하는 차량의 수는 한국의 전체 등록된 자동차의 거의 1/3에 달하는 규모다.


그래서 중국은 세계1등이라고 부추겨도 내부는 여전히 인당소득으로 가난한 개도국이고 그냥 지금의 방식대로 가면 대형사고 치는 말 못할 고민이 있는 나라다. 중국은  “대국의 번뇌”와 “개도국의 고민”을 같이 가지고 있는 나라다.

 

 

부분을 전체로 확대 해석한 오류

 

2014년 들어 중국 경착륙, 중국 위기론, 중국 붕괴론이 서방 언론에 넘쳐난다. 중국에서 공부한 적도, 살아본 적도, 일한 적도 없는 이들이 서방의 시각으로 13.6억의 중국을 평가한 것을 그냥 받아들여 중국과 뭔가를 하면 헛다리를 확실히 짚는다.


중국의 통계와 역사 그리고 중국 공산당을 조금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소수민족 궐기로 중국이 붕괴할거라든지, 지방부채 때문에 중국이 붕괴할 가능성이 있다든지 하는 것들이 비현실적인 것인지를 알 수 있다.

 

전 세계 인구 20%가 단일국가로 일어선 인류 역사상 최대의 국가, 13.6억이 갖는 중력의 가속도와 관성은 엄청나다. 5,000만의 한국, 1억의 일본, 3억의 미국이 살아온 경험과 생각으로 중국을 보면 모조리 틀릴 수밖에 없다. 스케일이 다른 무게와 가속도를 경험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중국 스스로도 경험하지 못한 규모의 효과 때문에 깜짝깜짝 놀란다.

중국은 부분이 아니라 전체를 봐야 한다. 적어도 히말라야 상공에 위성을 띄워놓고 보는 정도는 되어야 제대로 보인다. 부분을 전체로 오해해서는 안 된다. 나무를 숲으로 해석해서 답을 내면 그 그림은 결국 못 쓰게 된다. 중국이라는 모든 문제에 대한 오답은 중국이 전 세계 인구의 1/5의 인구를 가진 대국이라는 것과 자본주의가 아닌 사회주의로서 G2국가로 일어섰다는 것을 간과한 데서 생긴다. 인구가 한국의 27배에 달하는 중국에서 발생하는 대형사건이라고 하는 것도 우리 기준으로 환산해 27로 나누어 보면 별것 아닌 것이 많다.
   

사과나무 몇 그루가 썩었다고 해서 과수원 전체가 썩었다고 하는 것은 난센스다. 2.4조 위안, 430조 원 규모의 중국 회사채 시장에서 관리대상기업에 들어간 태양광 회사 2개사가 발행한 회사채가 처음으로 부도났다고 중국의 채권시장에 큰 균열이 온 것처럼 떠든 것이 얼마 전까지 〈월스트리트저널〉, 〈블룸버그〉, 〈파이낸셜타임스〉 같은 세계 유명 언론이다. 그러나 정말 채권시장에서 붕괴 조짐이 있다면 금리가 급등해야 하는데 중국의 시중금리는 하락추세이다. 

 

 

 

 

이는 부분을 전체로 해석하는 오류다. 선거철에 많이 언급되는 ‘±5%의 오차범위 내에서’라는 것을 13.6억 중국에 적용하면 1억 3,600만 명이 그 범위 안에 들어간다. 이 오차범위는 한국 전체 인구의 3배나 된다. 그러니 서방세계의 중국 예측이 지나고 보면 도대체 맞는 것이 없는 이유는 바로 이 때문이다.

 

작은 나라의 시각으로 보면 엄청난 숫자이지만, 중국은 예측 오차만 해도 웬만한 나라 전체보다도 크다. 중국의 예측 오차범위 안의 일도 작은 나라 기준으로는 어마어마하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구조조정 2년차 중국, 7.2%이하로만 안 가면 경기부양책 없다?

 

2014년 중국경제는 성장률은 포기했다. 중국의 10년 장기 플랜의 마지노선인 7.2%가 중국 정부가 지킬 성장률의 최후 보루다. 경제성장이 7.2%이하로만 가지 않으면 중국의 경기부양책은 없다. 대신 전통산업의 과감한 구조조정과 연기 안 나고, 폐수 없고, 토양오염 없는 첨단산업의 육성에 올인 한다.

 

 

 

 

2014년들어 중국의 통화정책을 보면 계속 안정화 정책을 견지하고 있다. 미국과 유럽 일본이 돈 풀기를 지속하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성장률을 낮추고 구조조정을 통해 생산규모를 줄여 자금수요도 줄이는 것과 동시에 돈 풀기도 줄이고 있다.

 
4월까지 중국의 금융통계를 보면 통화량, 대출이 과거 3년간의 평균치를 모두 하회하고 있다. 주력 전통제조업의 구조조정과 지속적인 유동성 축소로 지수도 하락세이다. M1(-)M2의 유동성추이도 계속적으로 마이너스를 유지하고 있어 은행 자금이 장기화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나 1분기 중에 지방정부문제, 수출감소, 채권시장 연쇄부도, 그림자금융문제로 시끄러웠지만 중국은 과거와 달리 돈을 풀어 대응하는 대증요법은 전혀 쓰지 않고 있다. 이것이 공대출신 원자바오 총리와 상대출신 리커창 총리의 경제 운용방식의 차이다.

 

 

 

 

 

 

중국의 구조변화에서 오는 기회

 

최근 10년간 연평균 10.7%의 고성장을 달성해 중국을 G2로 만든 후진타오 주석의 평가는 관점에 따라 달라진다. 최근 2년간 연속으로 나타난 동부연안지방의 독성 스모그는 후 주석의 화려한 경제업적을 무색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2013년이후 전국토의 1/7, 인구의 절반이 독성 스모그에 노출되었고 이것이 중국 국민의 건강을 좌우하는 심각한 문제가 된 때문이다.

 

후 주석에 대한 평가는 엇갈리지만 후 주석이 집권기간 중에 중국의 미래를 위해서 가장 잘한 일을 두 개만 꼽으라면 중국전역에 고속도로망을 4배를 늘리고 통신망을 6배나 늘린 일이다. 중국은 고정자산 투자에 GDP의 절반에 가까운 돈을 집어 넣는 일을 10년간 지속했고 그 결과 일부 산업에서는 심각한 공급과잉이 나타났다. 하지만 후진타오 집권 10년간 중국의 대대적인 SOC에 대한 투자는 중국의 미래 성장의 중요한 밑거름이다.

 
지금 중국은 9만6천km의 고속도로를 건설해 8만8천km의 고속도로를 가진 미국을 추월해 세계 최장의 고속도로를 가진 나라가 되었다. 덕분에 중국은 세계 최대의 자동차 시장이 되었다. 2013년 미국의 자동차 판매대수는 1600만대에 그쳤지만 중국은 미국보다 600만대나 더 많은 2200만대가 팔려 세계 1위를 했다.

 
또한 중국은 대대적인 통신망의 확충으로 미국을 제치고 세계최대의 인터넷, 모바일 왕국이 되었다. 2013년 말 기준으로 중국인 인터넷 가입자수는 6억명으로 미국의 2.5억명의 2.4배이다. 핸드폰가입자수는 12.3억명으로 미국의 3.5억명의 3.5배나 된다.

 

 

 

 

지금 중국은 전체인구의 90%가 이동통신망에 접속되어 있고 45%가 인터넷 망에 접속되어 있다. 중국의 자동차 누적보급 대수는 1.3억대에 달하고 있다. 그래서 중국은 자동차보급에 따른 물류혁명, 통신망보급에 따른 정보혁명의 거대한 소용돌이 속으로 들어갔고 지금 물류혁명과 정보혁명이 만나 합쳐지면서 유통혁명과 금융혁명이 일어나고 있다.

 

 

 

  

제조대국 중국을 이젠 1.3억대의 자동차 소유자와 12.3억명의 휴대전화 가입자가 만들어 내는 신시장, 신서비스로 다시 봐야 할 필요가 있다. 정보화시대에 진입한 미국을 보면 정보화시대에 태어나 디지털기기로 길러진 디지네이브 수가 경쟁력이었다. 야후, 유튜브, 아마존, 구글, 페북, 애플 등 미국 정보산업의 스타들은 모두 디지네이브들이다.


미국에서 사상최대 규모의 IPO가 될 아리바바닷컴의 상장도 6억명의 인터넷인구가 뒤에 있기 때문이다. 지금 미국증시에서 인터넷업종의 상장의 큰 흐름은 중국 인터넷회사들이 대거 등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젠 중국은 제조대국이 아니라 인터넷대국, 자동차대국, 서비스대국으로 봐야 한다.

 

 

 

 

2014년들어 중국본토시장은 여전히 오리무중이지만 미국에 상장된 중국IT기업들의 성과는 양호하다. 4월까지 미국에 상장된 중국기업 중 주가상승률 상위 20사를 보면 15개 업체가 정보기술과 IT업체였고 제약의료 관련업체가 3개였다. 중국의 IT경제의 수혜자들이다.
          

한국의 대중국 투자도 중국의 전통제조업에서 눈을 돌려 IT산업을 잘 살펴볼 필요가 있다. 외국인이 매매가 제한된 중국 본토시장과 달리 미국시장에 상장된 중국기업들은 자유로운 매매가 가능하다. 중국의 미국 상장기업(N주)들이 관심이다. 

 

 

 

 

 

칼럼니스트 전병서

 

외환은행, 대우증권 리서치, IB본부장/상무, 한화증권 리서치본부장/전무 등 애널리스트와 IB(투자은행) 뱅커로 25년간 활약했으며, 현재 경희대 경영대학원 중국경영학과 객원교수, Wisefn 중국경제금융연구소 소장으로 있다. 중국 칭화대 경제관리학원(석사), 푸단대 관리학원(박사)에서 공부했고, 주요 연구분야는 중국 자본시장 개방, 위안화 국제화, 중국 성장산업 연구다. ≪금융대국 중국의 탄생≫, ≪중국 금융산업지도≫, ≪중국은 미국을 어떻게 이기는가≫ ,≪5년 후 중국≫ 등의 저서와 역서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