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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교육

[김성회 칼럼] 인문학과 경영학의 융합 ‘공자처럼 소통하라’

‘공자처럼 소통하라’는 인문학과 경영학의 융합을 통해 공자의 리더십이 오늘날 가지는 의미를 조명하고자 신설되는 코너다. 공자의 리더십을 영감, 교감, 공감, 호감, 자신감, 호감 등 5가지 측면에서 분석, 공자의 리더십 커뮤니케이션이 오늘날 가지는 의미를 탐구하고자 한다. 이번 주에는 논어를 기저로 해 공자의 소통리더십에서 배울 점, 오늘날 현대인의 실행 노하우등을 구체적으로 다룬다.



“仁者는 자기가 일어서려고 원하면 남을 먼저 일으켜 세우고 자기가 성공하려고 생각하면 먼저 남이 성공하도록 돕는다.”(夫仁者 己欲立而立人 己欲達而達人, 부인자 기욕입이입인, 기욕달이달인)


공자의 리더십은 이 한 줄로 압축된다. 리더십에 대한 정의는 지구상에 존재하는 사람수 만큼 많다. 하지만 동서고금 수많은 정의의 지향점은 한가지다. 나뿐인 성공은 좋은 성공이 아니고 남과 함께, 즉 남을 성장하게끔, 성공하게끔 하는 것이 리더십의 진수다.


‘논어’는 공자의 손으로 편찬된 것이 아닌, 공자의 제자들과 여러 문인이 공동으로 편찬한 경전이다. 공자와 제자 사이의 대화, 제자들 간의 대화가 문답식으로 기록되어 있다. 요컨대 ‘논어’를 관통하는 핵심은 ‘각자 꿈과 비전을 갖고 윤택한 마음의 세계를 만들기 위해 수양하라’로 모아진다. 공자와 제자들의 언행이 모두 정치와 경영의 이치를 투영하고 있다는 점에서 리더십에 관한 담론이 대부분이다. 일부에서 공자왈 맹자왈 하면 졸리기부터 하고, 현재와 유리된 ‘케케묵은 과거의 설교훈화’라 생각하는 것은 전적으로 오해다.


리우웨이리(劉爲禮)중국 공상관리연구원 교수는 공자에서 발원된 유가리더십의 힘을 4가지로 압축해 제시했다. 그 첫 번째가 규범의 힘이다. 즉 심적으로나 행동적으로 직원들이 규율을 자율적으로 준수하도록 하는 힘을 의미한다. 두 번째가 유도의 힘으로 호소력으로 개인의 이상을 기업의 목표로 끌어들이는 힘을 나타낸다. 세 번째는 응집의 힘으로 단결력으로서 다양한 인간관계를 조화롭고 질서있게 구성하여 직원들이 협력할 수 있도록 하는 힘이다. 마지막으로 격려의 힘이다. 사원들의 성취감과 책임감을 고취시켜 더 분발하도록 만드는 힘을 가리킨다. 이 네 가지 힘은 단순한 규칙과 규범의 성문율을 넘어 불문율의 문화로 힘을 발휘한다. 이것이 기업 경영의 목표에 기여하는 잠재역량으로 작용하게 된다.

실제 공자를 통해 ‘좋은 리더에서 위대한 리더’로 거듭났다는 인물들이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줄을 잇는다. 송(宋)나라의 재상 조보(趙普)는 ‘반부논어치천하(半部論語治天下)’라 하여 ‘논어를 반만 알아도 천하를 다스릴 수 있다’고 했다. 조보는 지방 아전 출신이라 시쳇말로 가방끈이 짧았다. 이러한 그를 현명한 재상으로서 장수하게끔 한 것은 바로 ‘공자 리더십’을 익히고 행한 덕분이었다. 조보가 맡았던 당시 직위는 중서령(中書令)이란 자리다. 이는 궁중의 문서와 조칙을 주관하는 중앙 관청인 중서성(中書省)의 책임자다. 오늘날로 말하자면 대통령 비서실장에 해당하는 바쁘고 힘겨운 자리다. 격무의 와중에서도 조보는 어려운 일에 부닥치거나 곤란한 문제가 생기면 ‘논어’ 에 나오는 성현의 말씀을 거울삼아 자신의 판단을 내렸다. 그는 임종할 무렵 태종(太宗)에게 말했다. “신에게 논어 1권이 있사온대 그 반으로 폐하(태조를 지칭)를 도와 천하를 도모할 수 있었고 그 반으로 폐하(태종을 지칭)를 도와 천하를 다스릴 수 있었습니다.” 결국 논어는 창업의 리더십에도, 수성의 리더십에도 모두 통용될 수 있다는 이야기다.


논어는 17세기 이후 서양에도 절대적 영향을 끼쳤다. 프랑스에서 계몽주의의 아버지라 불리는 볼테르는 저서 ‘풍습론’에서 “공자는 지극히 순수 할 뿐 기적을 말하지 않았으며, 공허한 말도 없다”며, “인류의 지혜가 공자보다 위대할 수는 없다”고 극찬을 한 바 있다. 그는 공자의 초상화를 서재에 걸어놓고 아침저녁 절을 올렸다. 84세로 죽는 날 아침까지도 공자에게 절을 올렸고 “살아있는 동안 당신을 알아 삶이 기뻤다”고 유언했다.


미국의 3대 대통령이었으며, 미국의 독립선언문을 기초한 제퍼슨(T Jefferson)은 대통령이 되기 전 공자학회 회원이었다. 공자의 정치이념인 평등사상과 개인의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는 기본이념은 독립선언문의 기초를 잡는데 영향을 끼쳤다.


공자의 막강한 영향력은 현대경영에서도 계속된다. 고 호암 이병철 삼성 선대 회장은 평생 가장 감명깊게 읽은 책으로 논어를 꼽았다. 그는 자서전에서 “나라는 인간을 형성하는 데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책은 바로 논어”라며, “내가 관심을 갖는 것은 경영의 기술보다는 그 저류에 흐르는 기본적인 인간의 마음가짐에 관한 것”이라고 술회한 바 있다. 호암은 천부적 사업가였지만 유교이념에 충실했다. 그는 논어에서 주장한 인격의 완성을 이루어낸 성숙한 인격자들이 이상적 태평성세를 이루는 주체가 되어야 한다는 유교적 가치관을 그의 사업이념에 적용했다. 스스로 인생의 신념으로 여겨 온 ‘사업보국’이나 ‘공존공영’의 도리는 공자가 말하는 ‘대동(大同)사회’의 실현이었다. 호암은 최고경영자(CEO)의 자질로 인격을 꼽았다. 인격적으로 호소하는 힘, 모범을 보일 수 있는 인품, 이것이 CEO의 으뜸가는 자질이라고 기회 있을 때마다 강조했다. 경영자는 보통사람과 달라야 하며 부하직원의 존경을 받을 만해야 한다고 말했다. 논어는 지엽적인 경영의 기술을 다룬 경영서적보다 인간의 마음가짐, 인간 형성의 기본철학이 담겨있기에 오히려 경영에 유용하다는 술회다.


이외에 LG의 창업주 고 구인회회장도 항상 논어를 읽었다는 일화나, 현대그룹의 고 정주영 명예회장도 어려서 받은 선대의 유학교육이 경영의 근간이 되었다고 고백하고 있다.


‘일본 경제의 아버지’라 불리는 시부사와 에이치는 논어를 개인 윤리와 사회윤리가 조화를 이룬 ‘실용적 경제경영서’라고 평가한다. 그는 논어는 고리타분하고 어려운 탁상공론의 고담준론이 아니라 ‘서민의 실용서’이자 윤리학과 실학을 통섭한 책이라고 주장했다. 만인이 그 가르침을 쉽게 따라 할 수 있는 리더십 실행 교과서라고 여겼다.


논어가 이처럼 2500년의 세월을 넘어 오늘날의 산업 현장과 경제 업무 현장에 유효한 것은 인간사회의 ‘경영 모델’을 제공하고 있어서다. 인간사회의 경영모델이란 사람의 마음을 얻는 방법에 뿌리를 두고 있음을 뜻한다. 리더십은 결국 구성원의 마음 얻기다. 마음을 얻어야 조직도 성장하고 성과도 올라간다. 논어는 바로 경영학과 인문학이 결합된 실용 리더십 교과서로서 어떻게 자신을 절제하고 상대를 설득하고 이끌어야 하는지 조근조근 일러준다. 공자의 일방적 주장이나, 교조적 지시가 아니라 공자의 인간적 실천과 제자들의 관찰을 통해 보여준다는 점에서 논어의 울림은 한결 실제적이고 시사점이 많다.


칼럼니스트 김성회
연세대학교에서 국문학으로 학사와 석사를, 서울과학종합대학원에서 리더십 전공으로 경영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세계일보 CEO인터뷰 전문기자, 강남구청 공보실장을 거쳐 세계 경영연구원(IGM)에서 CEO과정 주임교수 및 서울과학종합대학원 겸임교수를 역임했다. 현재 CEO리더십연구소 소장으로 있으며, 국민대학교에서 리더십에 대해 강의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