훌륭한 리더는 훌륭한 인재를 선택하는 방법을 아는 법이다. 하지만 좋은 인재를 알아보는 것은 그리 쉽지 않다. 열심히 잘하는 사람을 좋아해야 하는 것은 ‘당위’지만 현실에선 반드시 그렇진 않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주위 호평과 혹평의 표면적 사실을 떠나 ‘누구에게 받은 평인가’의 진실을 들여다본다면 인재를 평가할 때 실수를 줄일 수 있을 것이다.
A는 부하직원들의 이름을 철저히 외웠고, 직접 순회하고 부하들을 돌아볼 정도로 인자해 칭찬이 자자했다. 그는 자신의 책임을 완수하는 데 주어진 권력과 결정은 사용하지 않았다. 반면에 성과가 높은 B는 시기와 비난을 많이 받아 수시로 해임을 요구하는 여론이 비등했다. 게다가 근무 시간 중에 술을 마셨다는 익명의 제보까지 들어왔다. 여러분이 인사권자라면 이 두 인물에 대해 어떻게 인사고과를 매기겠는가?
위의 이야기는 바로 미국 남북전쟁 때 링컨 대통령 시절 실화다. A는 조지 매클래런 장군, B는 그랜트 장군 이야기다. 링컨 대통령은 어떻게 했을까? 링컨은 ‘젊은 나폴레옹’이라 존경받던 매클래런 장군에게 “친애하는 존스 씨. 당신이 부하직원들과의 우정을 잃어버릴까 두려워한다면 그런 두려움을 갖고 있지 않은 사람으로 대체해야 할 것입니다”는 차가운 메모 한 장으로 해고를 통고했다. 반면에 그랜트 장군에겐 “그랜트는 복지부동하지 않고 열심히 싸우니 그를 해임할 수 없다”고 단호히 거절한 후, 북부군 총사령관으로 승진 발령을 냈다. 그러면서 링컨 대통령은 “만약 그랜트 장군이 애용하는 위스키 상표를 알아낼 수 있다면 당신들에게도 그 위스키를 보내겠다”고까지 적극 옹호했다.
우리가 이 이야기에서 타산지석으로 삼을 것은 무엇인가. ‘대중의 호평과 인기’를 판단의 주요소로 삼으면 안 된다는 점이다. 이는 의사결정뿐 아니라 인사고과에서도 마찬가지다. 공자의 말씀을 들어보자.
子貢問曰, “鄕人皆好之, 何如?” 子曰, “未可也。” “鄕人惡皆之, 何如?” 子曰, “未可也, 不如鄕人之善者好之, 其不善者惡之。”(자공 문왈 향인계호지 여하? 자왈 미가야. 향인계오지 하여? 자왈 미가야. 불여향인지선자호지, 기불선자오지.-자로편-)
자공이 공자에게 물었다. “마을의 모든 사람이 그를 좋아한다면 그 사람은 어떻습니까?” 공자는 “그것만으론 충분치 않다”고 대답하셨다. 그러자 자공이 다시 질문을 바꿔 “마을의 모든 사람으로부터 미움을 받는다면 어떻습니까?” 하고 물어보자 공자는 또한 “그것만으로도 충분치 않다. 마을 사람 중 어진 사람이 좋아하고 어질지 못한 사람이 미워하는 것만 못하다”고 대답하셨다.
요컨대 얼마나 많은 사람이 좋아하느냐의 수적 문제가 아니라 어떤 사람이 좋아하고 싫어하느냐의 질적 요소가 인물 판단의 중요 요소라고 지적한다. 모든 사람에게 사랑받는 사람은 무골호인이며, 양화편에 “향원은 덕의 도적이다”란 말이 나오는데 향원이 바로 그런 사람이라고 비판한다. 일본의 저명한 학자 요시카와 코오지로오(吉川幸次郞)는 이 문단 전반부는 대중은 집단편승하기 쉽고 인물의 평가에도 ‘동이불화’하기 쉬운 면이 있다며 대중을 불신하는 뜻이 포함되어 있다고 풀이했다. 공자는 이인편에서도 “오직 어진 자만이 사람을 좋아할 수도, 미워할 수도 있다”고 말한 바 있다.
대중은 선악을 두고 ‘바람을 타는 ’변덕스러운 무리다. 그런 대중이 어떤 한 사람을 좋아한다고 해서 그가 훌륭한 사람이고, 아니라고 해서 그 사람이 나쁜 사람이라고 단정하지 말라. 무리 속에는 선자도, 악자도 있게 마련이다. 열심히 잘하는 사람을 좋아해야 하는 게 ‘당위’지만 현실에선 반드시 그렇진 않다. 앞서가는 사람을 시기하고 시샘하고 불편해하며 딴죽을 걸고자 한다. 이런 상황에선 오히려 구성원의 시기를 받고 싫어하는 사람이 오히려 인재일 수 있다.
파벌을 지어 옳은 자를 미워하고 자신의 라인 사람들을 밀어주기도 한다. 그러므로 착한 사람이 좋아하는데도 나쁜 사람이 미워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오히려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왜냐하면 자신의 옳음을 굽혀 구차하게 남의 비위나 맞추는 행실이 있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나쁜 사람이 미워하는데도 착한 사람이 좋아하지 않는다면 좋아할 만한 모습이 없었다는 것이므로 이 또한 문제가 있다.
공자는 “군자는 자기 지조를 지키고 바른길을 갈 뿐, 세상 사람의 호오에 따라 자신의 신념을 굽혀 행동해서는 안 되며, 또 군주는 그런 인물을 중용해야 함”을 말하고 싶었던 것이다. 모든 사람을 기쁘게 해주려면 자기 신념을 굽히고 팔방미인 식으로 처세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선 ‘만인의 연인’형이 되기 힘들다. 따라서 모든 사람이 다 좋아하는 사람은 군자가 아니다. 그런 사람은 시비를 가려 옳은 일을 하는 사람이 아니라 남의 비위를 맞추는 데 뛰어난 사람이기 때문이다. 옳은 일을 하는 사람은 착한 사람에겐 사랑받지만, 그 일 때문에 손해를 입은 사람들에게는 미움을 받게 되는 법이다.
전국시대 제나라 위왕의 인물평가 이야기다. 그가 왕권을 강화하며 제일 먼저 한 일은 전국 지방 관리들의 인사고과였다. 이때 즉묵현이란 고을의 지방관리와 아성고을 지방관리에 대한 보고가 나란히 올라왔다. 즉묵현의 관리는 주위의 험담이 자자하였지만 아성의 관리에 대한 인물평은 호감 일색이었다. 여러분이라면 이 경우 어떻게 인사고과를 내리겠는가.
제위왕은 호감 일색인 아성의 관리와 그의 변호인은 모두 사형에 처한 반면, 악평 일색이었던 즉묵현 관리는 승진시켰다. 이는 공자가 말한 ‘누가 좋아하고 누가 싫어하나’를 정확히 파악한 제위왕의 밝은 눈 덕분이었다. 호평이 자자한 아성의 관리는 탐관오리였지만, 뇌물을 왕의 주위 권신에게 뿌려 왕의 귀에 좋은 평이 들어가게끔 한 것이었다. 반면에 즉묵현 관리는 백성들을 풍족하게 하고 일선 관리자들의 관리 임무에도 성실했다. 다만 중앙관리들에게 뇌물을 주지 않아 중상모략을 받았다. 호평과 혹평의 표면적 사실을 떠나 ‘누구에게 받은 평인가’의 진실을 들여다보았기에 현명한 인재평가를 할 수 있었다.
이는 요즘처럼 360도 다면평가 등으로 조직 내 인정과 평가가 중요하게 작용하는 요즘, 리더들이 특히 명심할 사항이다. 리더십을 상향 피드백 받도록 한다는 취지는 좋고 필요하다. 하지만 데이터를 읽을 때는 ‘꿈보다 해몽’의 진실을 읽는 리더의 해석력이 중요하다. 즉, 부하의 성장-육성을 위해 쓴소리를 아끼지 않아 인기가 없는 ‘훈장형 리더’와 ‘오냐 오냐’를 남발한 연예인형 리더를 구별할 ‘매의 눈’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얼마 전 만난 모 대기업의 C상무는 최근 다면평가의 신기루를 이렇게 설명했다. 다면평가를 매트릭스화하면 4가지의 유형이 가능하다. 즉, 상사의 평가도 좋고 부하의 평가도 좋은 A그룹(上高下高), 상사의 평가가 나쁜데 부하의 평가가 좋은 B그룹(上低下高), 상사의 평가가 좋은데 부하의 평가가 나쁜 C그룹(上高下低), 상사의 평가도 나쁘고 부하의 평가도 나쁜 D그룹이 그것이다(上低下低). 이때 가장 문제되는 그룹은 어느 그룹일까. 흔히 D그룹을 예상할 것이다. B그룹은 앞의 매클래런 장군처럼 연예인형, C그룹은 상사에게만 잘 보이려는 해바라기형이 될 소지가 있다. 그런데 조직에서 산전수전, 공중전까지 겪고 보니 의외로 이들 D그룹에 S급 인재가 많더란 것이었다. 즉, 새로운 이슈를 도출해 위로 치받고, 또 부하에게 성과를 내도록 아래로 밀어붙이다 보니 상하 간 마찰을 빚어 낮은 점수를 받았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또 구성원들의 상사에 대한 높은 리더십 만족도 역시 훌륭한 리더와 동의어는 아니라는 게 오랜 조직생활상 터득한 교훈이라고 털어놓았다. 더 높은 목표와 성장을 위해 드라이브를 걸 경우, 리더십 만족도가 단기적 면에서 낮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인재를 바르게 평가하려면 ‘사실 뒤의 진실’, ‘대중 여론의 오류’를 가려낼 혜안이 필요하다. 모두가 좋아하고 모두가 싫어하더라도 반드시 매의 눈을 가지고 다시 살펴보라. 꺼진 불도 다시 보아야 하듯, 상하 모두에게 악평을 받는 ‘인물’도 꼼꼼히 살펴보라. 훌륭한 리더는 훌륭한 인재를 선택하는 방법을 아는 법이다.
칼럼니스트 김성회
연세대학교에서 국문학으로 학사와 석사를, 서울과학종합대학원에서 리더십 전공으로 경영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세계일보 CEO인터뷰 전문기자, 강남구청 공보실장을 거쳐 세계 경영연구원(IGM)에서 CEO과정 주임교수 및 서울과학종합대학원 겸임교수를 역임했다. 현재 CEO리더십연구소 소장으로 있으며, 국민대학교에서 리더십에 대해 강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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