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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사회문화

[김재현 칼럼] 상대적인 의미에서의 ‘탈중국’만이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대안이다.



2012년 5월18일, 드디어 중국 아마존닷컴에서 내가 쓴 책이 판매되기 시작했다. 오래 전부터 책을 내는 게 목표였지만, 중국에서 그것도 중국어로 첫 책을 출판하게 되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책 출판 후, 중국신문·잡지들로부터 인터뷰 요청도 몇 번 받았고 어제는 중국 국영통신사인 신화사 기자가 한중수교 20주년 기획기사를 위해 전화를 하기도 했다.

 

중국은 우리에게 어떤 나라인가? 2000년 들어 중국 경제가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기 시작하면서 우리나라도 많은 혜택을 보기 시작한다. 1998년 이후 우리나라가 중국과의 교역에서 얻은 무역수지 누적 흑자가 2800억달러에 달한다고 한다. 같은 기간 우리나라의 전체 무역수지 흑자는 약 3000억달러. 즉,대다수의 흑자가 중국으로부터 발생한 것이다.

 

한편, 중국의 부상과 함께 우리는 중국으로부터의 위협을 느끼기 시작했다. 고구려 역사를 중국에 편입하려는 동북공정이 대표적인 사례다. 2010년, 천안함 사건, 연평도 포격 사건 발생 후, 북한을 감싸고 도는 중국 때문에 외교적인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이 뿐만 아니다. 중국어민들은 끊임없이 우리 해역에서 불법어업을 하고 있으며 단속하는 한국해경을 향해 흉기를 들고 극렬히 저항한다. 이 과정에서 우리 해경이 희생하기도 했다.

 

우리는 중국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가? 우선은 중국을 더 잘 이해해야 한다. 중국인이 겪고 있는 문제점에는 어떤 점이 있는지, 중국정부와 중국인 사이에는 어떤 간극이 존재하는지, 중국어민들이 왜 우리 해역에서 불법조업을 계속하는지. 만약 우리가 이런 점들을 이해하게 된다면 중국에 대처하는 데에도 커다란 도움이 될 것이다.

 

중국어판에는 ‘중국을 좋아할 수 없는 10가지 이유’가 제일 앞에 나온다. 책 출판 후, 이 글을 중국 포털사이트 펑황왕(鳳凰網)에 개설된 블로그에 올리자, 조회수가 무려 154만을 기록했다. 5억명이 넘는 중국 네티즌의 힘을 실감하게 해 준 사례다. 이 글을 본 중국 네티즌의 반응은 크게 두 가지였다. 하나는 한국을 좋아할 수 없는 이유는 100가지도 넘는 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자신은 중국을 좋아할 수 없는 이유를 100가지 들 수 있다는 것이다. 중국인들이 조국인 중국에 대해서 느끼는 복잡한 감정을 읽게 해주는 사례다.

 

집은 이사가면 되지만, 국가는 옮길 수가 없다. 즉, 이웃은 바꿀 수 있지만, 이웃 국가는 어떻게 해도 바꿀 수가 없다. 그렇다면 보다 적극적으로 그들을 이해하고 소통하는 것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방안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우리가 중국이라는 이웃 국가로부터 얻고 있는 혜택이 지불하고 있는 비용보다 훨씬 크다는 점이다.

 

중국이라는 거대 국가 옆에 우리가 위치하고 있는 것은 축복이자 저주다. 중국은 국력이 한창 왕성하던 청나라 때는 세계 GDP의 약 30%이상을 차지했다. 2010년 중국 GDP가 세계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약 9.5%. 지금 중국 경제는 제자리를 찾아가는 과정이고 물론 그 과정이 순조롭지 만은 않겠지만, 장기추세는 한동안 상승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

 

일각에서는 우리 경제의 對중국 무역의존도가 지나치게 높다며 이를 우려하기도 한다. 물론 우리 경제는 ‘탈중국(脫中國)’이 필요하다. 하지만, 대중국수출을 줄이는 ‘절대적인 의미에서의 탈중국’이 아니라, 수출선 다변화를 통해서 대중국수출의 비중을 줄이는 ‘상대적인 의미에서의 탈중국’만이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대안이다.

 

서구와는 달리 우리는 중국과 비슷한 문화 속에서 생활해왔기 때문에 더 쉽게 중국을 이해할 수 있고 중국 시장을 파고 들 수 있다. 한국 드라마가 중국에서 왜 그렇게 뜨거운 인기를 누리고 있는가? 우리가 사는 모습이 중국인들에게 낯설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천혜의 혜택을 포기하는 건 어리석은 일이다.


칼럼니스트 김재현
고려대학교 중어중문학과를 졸업했으며, 베이징대학교에서 MBA 과정을 마쳤다. 2009년부터는 상하이교통대학교에서 박사과정을 밟으면서 중국 금융시장을 연구하고 있다. 2010년 5월부터 영국〈파이낸셜 타임즈〉중문망에 중국어로 칼럼을 연재하기 시작했으며, 중국 관영지〈인민일보〉의 자매지〈환구시보〉, 중국 관영통신〈신화사〉 산하의〈국제선구도보〉,〈경제관찰보〉등 여러 매체에 칼럼을 연재했다. 2012년 5월, 중국어로 집필한 《中國, 我能對妳說不嗎?》를 출판한 후, 〈시대주보〉를 포함한 여러 신문과 월간지〈인물〉,〈환구인물環球人物〉에 인터뷰 기사가 실리기도 했다. 저서로는 2013년 5월, 알마에서 출판한 ≪중국 도대체 왜 한국을 오해하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