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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경제금융

[전병서 칼럼] 中 위기, 포춘 500대 기업에 물어라

중국의 위기, 누가 가장 잘 알까?


중국이 금융위기의 벼랑 끝에 서 있다고 하고, 중국 위기를 대비하라는 언론보도가 넘쳐난다. 중국의 위기나 중국의 붕괴는 누구에게 물어 보면 가장 잘 알까? 전세계 주요 언론의 중국 위기론 중국 붕괴론은 모두 “카더라 통신”이다. 중국의 위기와 붕괴는 애플, 삼성전자, 월마트, 테스코, 지멘스, 토요타에 물어 보면 된다.


세계 최고의 기업들이 중국에서 철수하는 날이 진정한 중국의 위기다. 포춘 500대기업이 계속 돈을 싸들고 중국으로 몰려가면 서방세계 언론이 뭐라고 하든 답이 아니다. 부분을 전체로 오해하는 것이거나 침소봉대다. 남의 얘기 전하는 사람과 자기 재산을 털어 넣은 사람 중 누가 더 절실하고 정확할까? 물어 보나마나다. 세계 최강의 정보력과 민첩성을 가진 이들이 다국적기업들이다. 이들의 변화가 없으면 언론에서 중국은 위기다. 또는 망한다는 소리가 많이 나올 때는 역으로 기회다.


중국은 겉으로 나타난 숫자만 보면 보이지 않는다. 중국의 아픔과 눈물을 함께 봐야 중국이 제대로 보인다. 공산주의는 독일이나 소련처럼 공업이 발달한 나라에서 나타나는 체제이지 중국처럼 노동자가 없는 농업국가, 농민의 나라에서는 맞지 않는 이론이다.


1913년에 후난성의 사범학교 출신의 학력이 전부인 중국의 창업자 모택동은 독일어로 된 “자본론”을 읽어나 보고 공산주의를 채택 했을까? 1913년에 후난성에 독일어를 중국어로 번역한 책이나 있었을까? 모택동은 자본주의의 거대한 파도가 중국을 집어 삼킬 것이 겁이나 공산주의가 무엇인지 깊이 고려할 여유도 없이 자본주의의 대립세력인 공산주의를 채택한 것은 아니었을까?


그래서 농업사회 중국과는 잘 들어 맞지 않는 공산주의를 중국이 자기 입맛에 맞게 멋대로 고쳐,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라고 부르는 지도 모른다. 지금 중국경제 내부를 자세히 들여다 보면 자본주의보다 더 새빨간 자본주의다. 중국은 진정 “사회주의 탈을 쓴 자본주의”를 하고 있다.

 

 

 

중국이 최근 30년간 죽어라 일해 두 자리 수 10%대 성장을 한 진짜 이유는 “굶어 죽지 않기 위한 절박함”이 배인 것이다. 어설픈 영국 따라잡기 하다가 “대약진 운동”으로 2차 대전때 전세계적으로 죽은 군인의 수보다 많은 3000만명을 굶겨 죽인 아픈 기억을 가진 나라가 중국이다. 중국이 정신이 번쩍 든 것이다. 중국의 역사로 보면 국민을 굶기면 바로 역성혁명이 일어나는 조건을 갖추는 것이다.


그래서 이런저런 이념 논쟁 좋아하는 문과 출신 먹물들이 아니라, 일직선의 효율을 추구하는 것을 최선으로 아는 공대생들 일색으로 최근 30년간 최고 지도자를 뽑았다. 등소평, 장쩌민, 후진타오의 중국경제 도약의 3대 주역은 모두 공대 출신들이다. 중국 원로정치의 노회함과 미래를 보는 혜안이 돋보이는 용병술이었다.


전세계가 고성장의 신화 어쩌고 하지만 중국은 굶어 죽지 않으려고 열심히 일했고 최고 지도자는 역성혁명이 일어나지 않도록 뒤도 옆도 돌아보지 않고 오로지 전진만 했는데 눈떠 고개를 들어 보니 어느 날 갑자기 목에 은메달이 걸리고, G2가 되어 있었던 것이다.


아시아의 패권을 잡고 유럽까지 영토를 넓혔던 나라가 세계의 공장, 세계의 하인으로 전락했다가 어느 날 갑자기 은메달을 목에 걸고 나니 이젠 금메달이 탐나기 시작했다. 세계의 멸시와 하대를 한방에 만회할 수 있는 것은 금메달이다. 그간의 후진국, 미개국 중국의 트라우마는 금메달로 깨끗이 치유될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의 10% 성장은 굶어 죽지 않기 위한 처절한 몸부림의 성장이었고 지금 시진핑의 7%대 성장은 천출의 태생이라는 “트라우마를 치료하기 위한 자존심 회복의 성장”이다. 미국의 절반 수준인 중국의 GDP가 7%대 성장을 십 년간 하면 두 배가 되고, 미국의 성장률 2-3%만큼 매년 위안화를 절상시키면 중국이 미국을 GDP에서 추월하는 성장률이다. 중국이 G1이 되는 성장률이 7% 성장률인데, 이걸 두고 중국이 성장둔화로 위기라고 하면 실수하는 것이다. 중국의 속내를 잘못 보는 것이다.

 

 

원자바오의 “바오8(保八)”, 리커창의 “7上8下”의 차이는?


원자바오 총리시절 중국은 죽어도 8%는 지킨다는 것이 중국 경제 정책의 마지노선이었다. 이는 GDP를 실업률의 척도로 썼기 때문이다. 중국은 연간 대졸자가 700만 명이 배출된다. 중국의 역사를 보면 유랑민, 요새로 치면 홈리스들이 늘어나면 나라가 무너지는 현상이 나타났다.


그래서 중국에는 거지 출신 황제들이 많다. 거지들이 떼로 몰려다니다 부자를 털고, 지방정부를 털고 힘이 늘어나면 국가도 집어 삼키는 것이다. 중국 명나라의 창업자 주원장이 대표적인 인물이다. 요즘으로 치면 실업자가 늘어나는 것을 역대 중국지도자들은 가장 두려워한다.


제조업시대에 중국은 연간 GDP 1%당 고용유발계수가 150만명이상이었지만 공업화가 진행되고 중화학공업화 되면서 고용유발계수가 절반인 70-80만명 선으로 떨어졌다. 그래서 적어도 8% 이상을 성장해야만 비자발적 실업자를 제외한 소위 대졸, “먹물 실업자”의 대량 발생을 막을 수 있었다. 중국 공업화의 주역 원자바오 총리는 그래서 “죽어도 8%”인 “바오8(保八)”정책에 목숨을 건 것이다.

 

그러나 리커창은 다르다. 산업구조가 고도화되면서 중국은 2013년에 3차산업 서비스업이 2차 제조업을 넘어섰다. 서비스업의 확대로 고용구조가 달라져 과거 제조업시대의 8% 고용에 목맬 이유가 없어졌다. 또한, 원자바오 스타일의 중화학공업 중심 경제 발전이 대외경제마찰, 대내 불균형, 환경오염, 원자재 고갈의 문제를 가져왔기 때문에, 그간 고성장기에 벌어진 비정상적인 상태를 정상화시키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시진핑 정부의 국정 아젠다 “중국의 꿈”은 2020년까지 소득을 2배로 늘리는 “소득배증” 계획이다. 이를 위해서는 10년간 연평균 7.2%만 성장하고 위안화 절상을 미국의 성장률만큼만 하면 10년 뒤에 달러기준 중국의 경제규모는 미국을 추월한다. 그래서 원자바오의 8%, “바오8(保八)”성장률은 “정권안보의 성장률”이고 리커창의 7%, “7上8下”의 성장률은 “대국굴기의 성장률”이다.

 

 

“벼랑 끝”이 아니라 “제2의 도약을 할 중국”을 대비하라


고성장의 후기 단계에서 숨 고르기를 하는 나라의 변화를 착각하면 안 된다. 자본주의 250년의 역사를 30년만에 따라잡은 슈퍼 국가가 문제가 없다면 오히려 이상하다. 미국에서 공부한 홍콩 대학의 교수, 미국의 화교 출신 전문가들이 최근 10년간 지속적으로 중국 위기론, 붕괴론을 쏟아내고 있고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결과는 중국은 붕괴하지 않고 여전히 건재하다는 것이다. 미국의 시각으로 중국을 바라보고, 3억의 시각으로 중국을 바라보고, 중국을 현미경으로 본 때문이다. 비판이 없는 중국사회에서 중국 교수들은 정부의 가이드라인 외에는 공식적인 언급이 불가하다. 하지만 국적이 중국이 아닌 미국의 화교 출신 교수들은 마음대로 떠들어도 미대사관이 보호하기 때문에 걱정이 없다.


언론의 자유가 제한된 중국에서 이들이 시니컬하게 중국을 비판하고 위기를 논하는 것이 듣는 이들에게는 일종의 카타르시스를 주기 때문에 인기가 있다. 하지만 최근 5년간 이들이 열심히 주장한 중국의 경제, 부동산, 금융, 농민, 농업의 붕괴는 일어나지 않았다. 국부적인 상황을 전체로 확대 해석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들은 여전히 2015년, 2020년의 붕괴를 얘기하지만, 그간의 예측력을 보면 신뢰하기가 어렵다.

 

화교 출신 교수가 똑똑할까? 포춘 500대기업이 똑똑할까? “하버드 박사”님보다 더 똑똑한 건 “구리박사”님이고 구리박사님 보다 더 똑똑한 것은 “돈 박사”님이다. 세상에서 가장 현명하고 똑똑하고 동작 빠른 것이 돈이다. 세상의 돈을 주무르는 포춘 500대기업이 가장 똑똑하다. 전세계 명문대의 MBA는 물론 DBA들까지 모두 이들 기업에서 죽어라 일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 전세계에서 포춘 500대기업이 하나도 빠짐없이 떼로 몰려가는 나라가 있을까? 중국이 유일하다. 1-2년 혹은 3-5년 내에 붕괴할 나라에 수십억 달러를 투자하는 정신 나간 포춘 500대기업 임원이 있을까? 돈은 거지를 싫어하고 부자를 좋아한다. 역사를 보면 황금이 기축통화건 아니건 간에 황금이 향하는 곳이 항상 패권이 가는 곳이었다.


숨 고르기 하는 중국의 다음 단계를 주목해야 한다. 10년에 GDP를 두 배 만드는 것이 새로운 버블의 붕괴라고 보기보다는 두 자리 수 고속 성장에서 7%대의 중속 성장으로 낮추면서 기존의 미국과 유럽과는 다른 성장모형을 추구하려는 중국을 잘 봐야 한다. 방향 전환하는 중국을 예전의 시각으로 보면 틀린다.


투자와 수출의 단순한 증가만으로도 두 자리 수 성장을 한 중국이 더 이상 수출을 GDP보다 높게 가져가지 않다고 천명했다. 2014년 중국은 수출목표를 GDP목표와 같은 7.5%내외로 발표했다. 20-30%대 이상의 증가로 중국경제의 성장의 엔진으로 작용했던 투자를 이젠 소비와 내수를 진작시키는 데 필요한 동반자정도로 격하시켰다. 과도한 저축을 통한 투자를 줄여 소비를 늘리겠다는 것이다.

 

 

 

최근 30년간 지속해온 수출과 투자중심의 성장 패러다임을 바꾼 것이다. 중국은 바꾸었지만, 서방은 중국이 아직 뭘 바꾸었는지를 잘 모른다. 2014년 2월 중국 수출이 18% 줄어들자 한국을 포함한 서방세계는 난리가 났지만 정작 당사자인 중국은 미동도 없다. 수출부양책이나 수출대책회의도 없다. 그간 중국이 해온 행태로 미루어 보면 이건 이상한 일이다.


서방언론에서는 회사채 시장에서 연쇄부도가 나고 뱅크런이 발생해 금융위기 조짐이 있다고 하는데 정작 금리는 큰 변화가 없다. 관리대상 종목 2 종목의 회사채가 부도나고 중국의 현(县), 우리로 치면 읍면에 소재한 자산규모 125억위안, 2.3조원 규모의 작은 지방 금융기관에 파산 루머로 1000여명이 돈을 찾으러 간 것이 최근 중국에서 발생한 뱅크런이다. 중국은 한국 인구의 27배의 나라다. 1000명이 돈 찾으러 갔다면 이를 한국 기준으로 환산해 27로 나누면 37명이 금융기관의 파산루머로 돈 찾으러 간 것이다. 그래서 금리는 큰 변동이 없는 것이다.


중국 새 정부의 개혁의 큰 방향은 2가지다. 국유기업의 개혁을 통한 분배구조 개선이 하나이고 도시화를 통한 산업과 소비구조의 개선이다. 미국을 만든 건 “보이지 않는 손”인 시장의 가격 메커니즘과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며 전세계에서 모여든 “천재 이민자들의 창의” 그리고 “미국 지도자들의 위기의식”이다.

 

“보이는 손”, 정부의 역할에 만족했던 중국이 변했다. 리커창 집권 이래 수백 건의 인허가를 폐지하거나 지방에 위임하고 토지, 금융, 외환, 자원의 모든 경제분야에 시장가격에 의한 관리를 시작하고 있다. “보이는 손”, 중국 공산당이 “보이지 않은 손”, 시장과 손을 잡은 것이다. 여기에 불안감을 느낀 기득권 세력의 반발이 있지만, 시진핑 정부는 부정부패 척결이라는 전가의 보도를 무기로 밀어부치고 있다.


중국이 2등로 올라선 데는 정부주도의 효율성이 답이었지만 1등을 뛰어 넘으려면 민간의 창의가 있어야 한다는 것을 중국의 새 정부 지도자들은 정확히 인식하고 있다. 국유기업중심이 아니라 민간기업중심으로 전환을 모색하고 있다. 국유기업관리를 직접관리에서 싱가폴 타마섹 펀드처럼 지분관리를 해 효율을 높인다는 전략이다. 독점의 달콤함을 버리고 경쟁과 민영화로 국유기업을 개혁한다는 것이다.


강대국의 힘은 “중산층의 힘”이다. 중국은 최근 30년간 부자는 만들었지만, 중산층은 만들지 못했다. 신도시화를 통한 중산층 육성 프로젝트가 미래 10년간 초대형 프로젝트로 진행된다. 당장 2020년까지 1억 농민공 인구의 도시인화를 추진하고 1억며 중서부 농촌인구를 중소도시로 이전하고 1억채의 노후주택을 개량한다. 필요한 돈 42조 위안의 자금은 금융시장에서 조달할 예정이다. 이는 금융과 토지, 사람의 개혁을 통해 이를 달성한다.

 

중국의 경우 최근 30년간 환경문제, 먹거리 안전문제는 심각했지만, 성장만 한다면, 수출만 한다면, 돈만 번다면 뭐든지 허용되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이번 북경의 대기오염, 독스모그 사태를 계기로 중국이 사회전반이 최고지도자에서 일반 국민까지 의식이 바뀌었다.

 

 

 

“경제의 논리”가 더 이상 “생명의 논리”를 짓밟는 상황이 없어졌다. 최근 30년간의 G2로의 화려한 부상은 결국 최고지도자에서 일반 국민들까지 모든 이들에게 공평하게 자신의 폐와 생명을 담보로 이룬 것이라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공해는 모든 이에게 공평하게 적용되는 공산주의 원리가 그대로 적용된 때문이다.


지금 중국을 읽는 단어 단 하나를 고르라면 “변화”이다. 중국 지도부의 변화, 정책의 변화, 국민들의 의식의 변화, 성장전략의 변화다. 최근 30년간의 성장과는 다른 변화이고 이는 지난 30년의 모델과는 단절이다.  G2가 G1되기 위한 전 단계로 G1.5에서 벌이는 개혁과 변화에는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새로운 거대시장, 새로운 돈벌이가 대거 등장한다. 단 그 기회는 중국의 변화가 눈에 보이는 사람, 기업, 국가에게만 주어진다.


중국에 금융위기가 올 것인지 말 것인지는 서방언론과 IB들에게 물어볼 일이 아니고 한국에서 중국에 진출한 삼성, LG, 현대차에 그리고 맥도날드, 월마트, 폭스바겐에게 물어 보면 된다. 한국 최고의 재벌기업, 세계 최고의 기업들이 중국에서 점포철수나 공장건설을 중단하지 않는다면 중국의 위기는 생각보다 멀리 있거나 없는 것이다.

 

중국의 1분기 성장률이 7.3% 선으로 나올 가능성이 언론에 보도되고 있다. 금융가에서는 중국의 경기하강을 놓고 리커창 총리의 경기 부양책을 기대하는 눈치다. 그러나 성장률이 7.2%대를 하회하지 않는 한 경기부양책의 기대는 접는 것이 좋아 보인다. 오히려 경기부양책보다는 중국의 새 정부가 집중적으로 육성하려는 산업정책을 챙겨보고 거기서 사업기회, 투자기회를 잡는 것이 답이다.


중국의 A주식시장은 연초이래 횡보상태이지만 주가상승률 상위100사를 보면 100위 회사의 커트라인 수익률이 34%나 된다. 업종별로 보면 중국정부가 적극적으로 장려하고 육성하겠다고 하는 IT관련기업, 운송관련기업, 바이오 제약 관련기업들이 거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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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전병서

 

외환은행, 대우증권 리서치, IB본부장/상무, 한화증권 리서치본부장/전무 등 애널리스트와 IB(투자은행) 뱅커로 25년간 활약했으며, 현재 경희대 경영대학원 중국경영학과 객원교수, Wisefn 중국경제금융연구소 소장으로 있다. 중국 칭화대 경제관리학원(석사), 푸단대 관리학원(박사)에서 공부했고, 주요 연구분야는 중국 자본시장 개방, 위안화 국제화, 중국 성장산업 연구다. ≪금융대국 중국의 탄생≫, ≪중국 금융산업지도≫, ≪중국은 미국을 어떻게 이기는가≫ ,≪5년 후 중국≫ 등의 저서와 역서가 있다